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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택시가 늙고 있다②] 70ㆍ80대 ‘현역’ 1만명…승객은 불안불안
-서울택시 고령화 심각…2명 중 1명 60대↑
-80대 이상 2011년 63명서 2017년 170명
-고연령층 운전사일수록 교통사고 노출 높아
-자격유지시험 정기화 등 방안 추진 중


[헤럴드경제=이원율 기자] 지난 8일 오후 10시 회식을 마치고 집에 가기 위해 서울 강남구 삼성동에서 택시를 탄 직장인 양모(29ㆍ여) 씨는 운전기사를 보고 깜짝 놀랐다. 기사의 흰머리가 눈에 들어온 탓이다. 목적지를 큰 소리로 이야기해도 다시 말해달라는 등 청력마저 떨어지는 듯해 불안감은 가중됐다. 안전벨트를 꽉 쥔 그는 졸린 몸을 이끌고도 집에 도착할 때까지 긴장을 풀지 못했다. 양 씨는 “편견일 수 있겠지만, 어림잡아 80세는 넘는 듯한 택시 운전사를 두고 어떻게 마음편히 택시를 탈수 있겠느냐”며 “그 일 이후 택시에 타기 전 운전석부터 살펴보는 버릇이 생겼다”고 했다.

서울택시 운전사의 고령화가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아직 ‘현역’이라 주장하는 이가 많다해도 2명 중 1명이 60대 이상인 상황이니 승객 입장에선 불안한 게 사실이다.

[사진=서울 택시 운전사의 고령화가 심각한 상황이다. 서울 택시 운전사 2명 중 1명은 60대 이상인 것으로 나타났다.]

9일 서울시에 따르면 작년 9월 기준 60대 이상 시내 법인ㆍ개인택시 운전사는 전체 9만543명 가운데 51.4%(4만6608명)를 차지한다. 60대 40.5%(3만6750명), 70대 10.6%(9688명), 80대 0.18%(170명) 순이다.

시내 법인ㆍ개인택시 운전사의 60대 이상 비율은 2011년 말 33.1%, 2013년 말 40.5%, 2015년 말 48.6% 등 매년 가파르게 늘고 있다. 특히 80대 이상 비율은 2011년 말 당시 63명에 불과했지만, 2017년 9월 170명으로 3배 가까이 뛰었다.

60대 이상이라 해도 건강하다면 괜찮은 거 아니냐는 말도 있지만, 언제 돌발상황이 생길지 모르는 운전 특성상 고령 기사는 신체기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심지어 혼자가 아닌 손님을 태운 채 운전대를 잡아야하는 입장인 만큼 우려의 목소리가 더 높은 것이다.

[사진=서울 택시 연령ㆍ연도별 분포 상황]

실제로 도로교통공단이 내놓은 작년 1~10월 전국 기준 택시 교통사고 현황을 보면 60대 택시 기사는 18.24명 꼴로 1번 교통사고를 내거나 당했다. 70대 16.36명, 80대 이상 12.96명 등 나이가 들수록 택시 운전사가 교통사고에 노출될 확률은 높아졌다. 50대 택시 운전사는 19.36명 꼴로 1번 교통사고가 발생하는 등 젊을수록 상황은 나아졌다.

이에 정부는 고령 택시 운전사도 고령 버스기사와 같이 일정 기간마다 자격유지검사를 받도록 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국토교통부와 서울시 등에 따르면 만 65세 이상 고령 택시 운전사는 3년에 1회, 만 70세 이상이면 매년 1회씩 자격유지검사 이행을 의무화하는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 시행규칙 일부개정령안이 내달 안에 공포된다.

자격유지검사는 공간판단력을 보는 도로찾기검사, 주의지속능력을 확인하는 추적검사 등 항목으로 이뤄진다. 몸이 운전에 적합한 상태인지 수시로 확인하겠다는 이야기다.

국토부 관계자는 “고령 택시 운전사가 늘수록 승객들의 불안감도 커질 것”이라며 “법과 제도 개선을 차질없이 진행하며 안전한 도로환경을 만드는 데 기여하겠다”고 말했다.

yul@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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