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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택시가 늙고 있다①] 밤 택시 잡기 힘든 이유, ‘승차거부’ 말고 또 있었다
-서울 개인택시 운행률 심야시간대 ‘뚝’
-운행률 오전 4~5시 13.3%까지 떨어져
-고연령층 운전사 밤 시간대 영업 기피
-법인택시는 2교대로 그나마 나은 수준
-서울시 “협의체 구성해 대책 논의 중”


[헤럴드경제=이원율 기자] 지난 5일 오전 2시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국회의사당 근처에서 회식을 마친 직장인 이병은(28) 씨는 길 위에서 30분을 추위에 떨어야 했다. 택시가 한 대도 안 보여서다. 스마트폰 앱을 통해 호출 버튼을 계속 눌러봐도 검색만 반복할 뿐 달려 오겠다는 택시는 없었다. 주변을 둘러보니 그와 같은 처지인 사람들도 곳곳에서 보였다. 이 씨는 “5~6년 전인 대학생때만 해도 이 정도는 아니었다”며 “택시업계가 파업을 한 게 아닌가 의심스러웠을 정도”라고 했다.

실제로 서울 택시 운행률은 새벽 시간대에 ‘뚝’ 떨어지는 것으로 확인됐다. 고질적인 승차거부 문제 외에 늦은 밤 택시를 잡기 힘든 이유가 있던 것이다.

[사진=서울 택시 운행률은 새벽 시간대에 ‘뚝’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개인택시 운전사의 고령화가 주요 원인이다]

9일 서울시에 따르면 작년 1~11월 기준 서울 개인택시 운행률은 심야 시간대(자정~오전 4시)인 오전 0~1시 43.1%, 오전 1~2시 34.6%, 오전 2~3시 23.8%, 오전 3~4시 16.1%로 급감 한다.

개인 택시의 오전 4~5시 운행률은 고작 13.3%다. 최대치를 기록하는 오후 4~5시(52.7%)보다 39.4%포인트 낮은 값이다. 작년 9월 기준 서울 개인택시 전체 4만9252대 중 하루 평균 3만1254대가 영업에 나서는데, 오전 4~5시에 운행되는 개인택시는 서울 전역에서 4150대 밖에 되지 않는 셈이다.

택시 업계에선 운전사의 고령화를 원인으로 꼽고있다.

서울시의 ‘운수종사자 현황’을 보면 작년 9월 기준 서울 개인택시 운전사는 모두 4만8252명이다. 이 가운데 60대 이상이 차지하는 비율은 66.7%(3만2197명)으로 매년 높아지고 있다.

전국 택시노동조합연맹 관계자는 “나이 있는 택시 운전사들은 고된 새벽 일보다 그럭저럭 돈벌이가 되는 오후 3~5시, 오후 9시~11시를 선호한다”며 “새벽에 일을 하면 돈을 더 벌 수 있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몸이 안 따라줘 힘들다는 운전사도 많다”고 했다.

새벽 시간대는 취객이 많아 운행하기 꺼려진다는 택시 운전사도 상당수다. 개인택시 운전대를 15년째 잡고 있는 운전사 임성태(60) 씨는 “반말은 기본, 주먹까지 흔드는 취객을 보면 일하기 싶은 마음이 사라진다”며 “취객싸움에 휘말려 새벽 영업 시간을 모두 경찰서에서 보낸 적도 있다”고 토로했다.

다만 법인 택시는 2교대라는 특성 상 낮과 밤의 불균형이 심하지 않은 편이다. 법인택시는 개인택시 운행률이 최하점을 찍은 오전 4~5시 운행률도 46.4% 수준이다. 아울러 오전 0~1시 운행률은 70.7%로 하루 최대치를 기록한다.

서울시도 이런 상황을 알고 있다. 이에 개인택시 운전사 대상으로 영업시간 중 일정부분에 새벽 운행을 의무화하는 방안을 추진했지만 인권 침해라는 반발에 막혀 백지화한 바 있다.

시는 결국 택시 운전사의 처우개선이 이뤄져야한다고 판단하고 있다. 시 관계자는 “처우가 개선되면 택시 운전사를 지원하는 젊은 층이 늘게 되고, 이에 따라 새벽 시간대 개인택시 운행률도 높아질 것”이라며 “관련 전문가를 모은 협의체를 작년 11월부터 구성한 후 논의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yul@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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