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기 사망률 증가…규제는 완화

새해 첫날 미국에서만 147명이 총에 맞아 54명이 사망한 것으로 집계됐다. 

4일 미국 비영리단체 총기사건 아카이브(Gun Violence Archive)에 따르면 지난 1일 하루동안 미국에서 총에 맞은 사람은 총 147명으로 집계됐다. 이 중 54명이 목숨을 잃었고, 93명은 부상했다.

사례는 다양했다. 사우스캐롤라이나주 노스 머틀 비치에서 56세 여성과 그의 동반자였던 71세 남성은 여성의 28세 아들의 총에 맞아 사망했다. 앨라배마주 헌츠빌에서는 신년 축하행사 중 벌어진 싸움이 총격전으로 비화됐다. 현장에 서 21세 남성은 즉사했고, 3명이 다쳤다. 와이오밍주에 사는 25세 여성은 남자친구의 총에 살해됐다.

미국에서 총기로 인한 사망자 수는 증가세다. 비영리단체 더 트레이스(The Trace)가 공개한 미국 질병통제센터(CDC)의 추정치에 따르면 2016년 미국의 총기 사망률은 10만명당 12명이다. 총기로 인한 사망자가 매해 3만8000명 이상 나온다는 의미다. 일일 사망자는 지난 2007년 80여명에서 2016년 처음으로 100명을 넘었다. CDC의 사망 통계학 책임자 밥 앤더슨은 뉴욕타임즈와의 인터뷰에서 “장기간에 걸쳐 총기 사망자 수가 증가하고 있다는 사실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장총은 18세, 권총은 21세만 되면 누구나 총을 사고 소지할 수 있다는 점이 문제로 지적된다. 더 트레이스의 설문조사 결과 300만명의 미국인이 권총을 ‘상시 휴대’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총기 소유자의 43%는 공식적인 훈련을 받지 않았다고 답했다.

빈발하는 총기도난도 살인, 폭행, 강도 등 흉악 범죄로 이어지는 원인으로 꼽힌다. 더 트레이스와 NBC의 공동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2만3000개의 도난 총기가 경찰에 회수됐다.

그러나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들어 총기 규제는 오히려 완화됐다. 지난해 말 미 하원은 다수당인 공화당 주도로 ‘컨실드 캐리’(Concealed carry)완화 법안을 표결에 부쳐 가결했다. 이는 총기를 가방 등에 넣어 남에게 보이지 않는 방식으로 휴대하는 것을 말한다. 지난 2016년 플로리다주 올랜도 나이트클럽 총기 난사 사건을 두고 총기 규제를 강화해야 한다는 여론일 일자 트럼프 대통령은 “총기 문제가 아니라 정신건강 문제”라고 했다.

더 트레이스는 이에 대해 “총기를 소지하는 법은 권총 살인률이 10.6% 증가하는 것과 관련있다”며 우려를 표했다.

양영경 기자/y2k@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