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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신년기획 2018-반쪽 지방분권…길을 찾다] 분권넘어…독립의 꿈 키우는 카탈루냐
재정권 없어 지방분권 실패사례
스페인 GDP기여 불구 투자부진
분리독립파와 잔류파 혼란 지속


2018년은 새로운 정치 시스템 도입을 위한 개헌의 해입니다. 한 쪽으로 쏠린 권력과 돈을 다양하게 나눠 독점의 폐단을 줄이는 것이 이번 7공화국 개헌 논의의 핵심이고, 그 가운데 지방분권이 있습니다. 헤럴드경제는 1991년 본격적으로 시작된 우리나라 지방분권과 자치제도의 한 단계 도약을 향한 길을 스페인 카탈루냐 등 해외 사례 탐방 및 각계 각층의 인터뷰를 통해 모색합니다.

지난해 10월 한 달 간 에스테라다로 가득찼던 바르셀로나 중심부 카탈루냐 광장에는 비둘기 떼와 길거리를 배회하는 젊은이들이 대신했다. 카탈루냐 공식주기 ‘세녜라(La Senyera)’ [연합뉴스]

[바르셀로나(스페인)=최진성 기자] 스페인 바르셀로나 카탈루냐광장, 그리고 한 술집에서는 ‘독립’의 환호성과 함께 다시 ‘에스테라다(La Esteladaㆍ카탈루냐 독립 깃발)’가 나부꼈다. 지난해 12월21일 치러진 지방선거에서 분리독립 진영이 의회 과반을 차지한 날이다. 연정을 통해 새 자치정부를 구성하고 분리주의 기조를 이어갈 수 있게 됐다. 불과 넉달 전 대규모 유혈사태 직전까지 갔던 스페인 카탈루냐는 한동안 금기어가 됐던 독립의 희망이 다시 넘실거렸다.

하지만 다시 분리독립을 추진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일단 원내 제1당은 잔류파가 확보했다. 분리독립 진영이 의회 다수석(130석 중 70석)을 확보하긴 했지만, 이전보다 2석이 줄었다. ‘완전한 승리’를 자신할 수 없는 이유다. 분리독립 정당간 노선이 달라 쉽게 교통정리가 되지 않는다는 점도 풀어야 할 과제다. ▶관련기사 3·4면

결국 카탈루냐의 분리독립 운동은 지방분권 협상으로 전환될 수 밖에 없다. 지방자치의 핵심인 ‘재정권’, 즉 돈을 어느 정도 주고 받느냐가 관건이다. 강성 독립파인 카탈루냐공화좌파당(ERC) 대표 알프레드 보스크 바르셀로나 시의원은 헤럴드경제와 인터뷰에서 “스페인 중앙정부는 국가 전체 조세수입의 18%를 카탈루냐에서 가져간다”면서 “이는 카탈루냐가 거둬들인 세수의 50%에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카탈루냐가 중앙정부로부터 받는 재정은 전체 조세수입의 5%에 불과하다. 전 세계의 이목을 끌었던 카탈루냐 독립 운동은 결국 ‘권력과 돈’의 싸움인 셈이다.

조기 선거을 한 달 앞둔 지난해 11월21일 바르셀로나 카탈루냐광장. 불과 두달 전 독립을 외쳤던 곳이라고 하기에는 너무 평온했다. 지나가는 건물에 듬성듬성 ‘세녜라(La Senyeraㆍ카탈루냐 공식 깃발)’가 눈에 띄었다.

지난해 10월 한 달 간 에스테라다로 가득찼던 바르셀로나 중심부 카탈루냐광장에는 비둘기 떼와 길거리를 배회하는 젊은이들이 대신했다. 카탈루냐광장을 중심으로 뻗어나간 길목에는 중무장한 경찰 병력이 배치됐다. 지난해 8월 바르셀로나 차량 테러 이후 배치됐지만 자연스럽게 독립 집회를 감시하는 역할도 겸했다.

기자가 바르셀로나에 머문 닷새 동안 독립 집회는 딱 한 번 볼 수 있었다. 카탈루냐 세무관청에서 30여명이 나와 카탈루냐광장에서 피켓시위를 했지만 동조하는 시민들은 거의 없었다. 경찰들도 동요하지 않았다. 오히려 인근 람블라스 거리는 크리스마스 준비로 들뜬 분위기만 가득했다. 독립파든, 통합파든 이미 독립 실패를 체념한 듯 했다. 하지만 바르셀로나 시청에는 노란색 리본(세월호 추모 리본과 유사)과 함께 여전히 ‘정치 사범에게 자유를(LLIBERTAT PRESOS POLITICS)’이라는 현수막이 걸려있다. 독립선언을 주도한 카를레스 푸지데몬 전 카탈루냐 자치정부 수반을 포함해 구금된 독립파 정치인들의 석방을 요구했다.

‘세녜라’를 보며 “독립 투쟁의 흔적이냐”는 물음에 한 카탈란(카탈루냐인)은 “그럴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고 애매한 답을 남겼다. 세니에라는 독립파와 통합파가 모두 사용하는 카탈루냐 주기(州旗)다. 사실상 패배를 인정하고 싶지 않은 카탈루냐 사람의 마음을 대변하는 말인 셈이다.

지금은 세녜라가 걸려있는 자리는 진짜 카탈루냐 독립운동의 상징인 ‘에스테라다’가 있던 곳이다. 독립파가 가장 선호하는 깃발이다. ‘독립에 찬성한다’는 의미의 스페인어 ‘씨(Siㆍ그렇다)’라는 글씨도 간헐적으로 보였다. 하지만 실패로 끝난 독립시도에 한동안 스페인을 가득 매웠던 에스테라다는 이제 세녜라보다 찾기가 어려웠다. 

ipen@heraldcorp.com

※이 기사는 삼성언론재단 기획취재지원 사업 선정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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