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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정은 vs 트럼프, 한반도 운전석 노린 승부
-72세 트럼프와 35세 김정은의 게임 결정적 고비
-올림픽 전 남북대화ㆍ하반기 북미대화 가능성
-북핵 아닌 한미일 안보협력 균열 의제 전환 우려

[헤럴드경제=신대원ㆍ이정주ㆍ문재연 기자] 2018년은 수십년째 끌어온 북핵문제를 비롯한 한반도 정세에 있어서 충돌이냐 대화냐를 가르는 결정적 분수령이 되는 한해가 될 전망이다.

2017년 한해는 북한의 6차 핵실험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을 비롯한 잇단 탄도미사일 도발과 이에 대응한 미국 주도의 대북제재와 군사적 압박이 맞부딪히면서 위기론이 일상화 될 만큼 한반도 정세가 요동쳤다.

북한이 국가 핵무력 완성의 대업을 성취했다고 공언하고, 미국이 군사행동을 포함한 모든 옵션을 배제하지 않겠다고 벼르고 있는 상황에서 2018년이 어떻게 흘러가느냐에 따라 한반도 운명은 극과 극으로 나뉠 가능성이 농후하다.

특히 주요 플레이어인 올해 72세가 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그 절반에 불과한 35세 전후의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선택이 주목된다. 

[사진=연합뉴스]

▶김정은, 신년사 통한 선제 대응=먼저 움직인 것은 김정은이다. 김정은은 새해 첫날 신년사를 통해 당초 예상을 뛰어넘는 평화공세를 펼쳤다.

김정은은 1일 육성으로 낭독한 신년사에서 이례적으로 남북관계 분야에 상당 부분을 할애하며 지난 6차례의 신년사와 확연하게 달라진 모습을 보였다.

김 위원장의 평화공세는 한국에 집중됐다. 작년까지 한국을 겨냥해 ‘빠지라’고 했던 것과 달리 “북과 남이 마음만 먹으면 능히 조선반도에서 전쟁을 막고 긴장을 완화시켜 나갈 수 있다”며 적극적인 화해의 손짓을 보냈다.

특히 평창 동계올림픽과 관련해 ‘민족의 위상을 과시하는 좋은 계기’라면서 “대회가 성과적으로 개최되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한핏줄을 나눈 겨레로서 동족의 경사를 같이 기뻐하고 서로 도와주는 것은 응당한 일”이라고까지 말했다.

또 북한 대표단 파견과 이를 위한 남북 당국간 대화까지 시사했다.

국가정보원 산하 국가안보전략연구원은 “북한이 평창 동계올림픽을 남북관계 개선의 계기로 인식하고 있음을 시사한 것”이라며 “신년사에서 평창 동계올림픽을 거론한 것은 이례적인 것으로 남북관계 개선에 대한 자신감과 의지를 피력한 것으로 해석된다”고 말했다.

청와대가 김정은의 신년사 이후 긍정적 반응을 보였다는 점에서 올림픽 전까지 북한 대표단 파견을 위한 당국회담과 올림픽 기간 우발적 군사적 충돌 방지 문제를 논의하기 위한 군사회담 등 남북대화가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정권 창건 70주년 향하는 北 시선=김정은이 평창 동계올림픽과 함께 언급한 오는 9월 북한의 정권 창건 70주년도 올 한해 한반도 정세에서 주요 변곡점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김정은은 “새해는 우리 인민이 공화국 창건 일흔돌을 대경사로 기념하게 되고 남조선에서는 겨울철 올림픽경기대회가 열리는 것으로 하여 북과 남에 다같이 의의 있는 해”라며 평창 동계올림픽과 정권 창건 70주년을 같은 반열에서 다뤘다.

김정은이 이례적으로 평창 동계올림픽을 추켜올린 것 자체가 정권 창건 70주년을 부각시키기 위한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핵ㆍ탄도미사일 도발로 강도 높은 국제사회의 제재와 압박에 직면한 상황에서 김정은 입장에선 어떻게든 성과를 보여야하는데 평창 동계올림픽과 정권 창건 70주년을 계기로 국면전환을 하겠다는 의도라는 해석이다.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은 “향후 북한은 올림픽 참가 및 군사적 충돌 방지를 위한 남북한 당국회담 및 군사회담 등에 적극적으로 나설 가능성이 높아졌다”며 “한미가 여기에 호응해 한미 연합훈련을 연기ㆍ축소할 경우 2018년 상반기는 유화국면으로 빠르게 전개될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또 “김정은이 신년사에서 미국에 대한 비난을 적절한 수준으로 자제한 것은 향후 미국과의 대화의지를 암묵적으로 내비친 것으로 볼 수 있다”며 “2018년 상반기 평창 동계올림픽 참가와 성공적 개최를 명분으로 도발을 자제하면서 북미대화의 조건을 자연스럽게 충족시킨 후 중ㆍ하반기 북미 당국 간 대화를 모색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사진=게티이미지]

▶트럼프 ‘아메리카 퍼스트’ 확고=다만 김정은의 셈법이 고스란히 실현될지는 아직까진 미지수다. 무엇보다 북핵문제와 한반도정세에 있어서 또 한명의 주요 플레이어라 할 수 있는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의 신년사에 대해 “지켜보자”며 유보적인 반응을 보였을 뿐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2017년 마지막 날 새해 전야파티에서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만들 것”이라며 ‘아메리카 퍼스트’ 기조를 재확인했는데, 이는 “미국 본토 전역이 우리의 핵타격 사정권 안에 있으며 핵단추가 내 사무실책상 위에 항상 놓여있다는 것, 이는 결코 위협이 아닌 현실임을 똑바로 알아야 한다”는 김정은의 엄포와 배치된다.

김정은이 동등한 핵보유국 입장에서 대화를 원하는 것과 달리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이 비핵화 의지를 보이지 않는다면 의미있는 대화에 나설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렉스 틸러슨 미 국무장관이 작년 연말 ‘조건없는 대화’ 의지를 내비치기도 햇지만 이내 비핵화 의지 없이는 대화할 수 없다는 입장으로 교통정리된 바 있다.

미국 주요 언론이 김정은 신년사에 대해 “오랜 동맹인 서울과 워싱턴 사이를 벌려 놓을 수 있다”는 반응을 보인 것은 미국 내 여론 흐름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차두현 아산정책연구원 객원연구위원은 “북한이 핵동결보다 핵능력 제한조건으로 대화를 추진하려 할 수 있으나, 트럼프 행정부에서는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라며 “트럼프 대통령의 국내 기반은 결국 공화당이고 강경노선을 유지할 가능성이 커 대화 진전은 쉽지 않다”고 내다봤다.

▶北 전술적 도발 가능성 여전…文정부의 선택은?=2018년 한반도 정세에서 나머지 주요 변수 중 하나는 한국 정부의 대응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한반도 운전석론을 제시하기는 했지만 현실적으로 적잖은 제약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한반도 평화구상을 표방하는 문재인 정부는 지난 이명박ㆍ박근혜 정부에 비해 보다 적극적인 남북대화를 추구하고 있다. 정부 내 일각에선 북한의 비핵화 뒤 평화협정 논의가 가능하다는 ‘입구론’에서 한발 더 나아가 남북관계 개선을 선행하는 ‘출구론’도 검토중이란 얘기도 흘러나온다.

문제는 북한이 핵실험이나 ICBM급 탄도미사일 등 전략적 도발을 자제한다고 하더라고 핵무력 진전을 위한 전술적 도발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에서 그때마다 정부가 어떤 선택을 하느냐 여부다.

김정은이 신년사에서 핵탄두와 탄도로켓 대량생산과 실전배치를 주문한 가운데 북한이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을 비롯해 다탄두각개진입탄도미사일(MIRV)이나 지대함 및 대공미사일 등 신형 미사일 시험발사에 나설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있다.

특히 우주의 평화적 이용 권리를 명분으로 사실상 탄도미사일 시험인 인공위성 발사를 시도하려는 정황도 포착되고 있는 형편이다.

당장 평창 동계올림픽 계기 남북 당국 간 회담이 열린다면 북한이 한미 연합군사훈련과 미군의 전략자산 순환 배치 중단 등 난제를 들고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문재인 정부로서는 하나하나 쉽지 않은 난제일 수밖에 없다.

고명현 아산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문 대통령 구상대로 정부가 한반도 정세를 결정할 운전석에 앉을 수 있지만 핸들을 잘못 꺾었다간 벼랑에 떨어질 수 있다”며 “올해 한반도 관련 담론이 북핵문제가 아니라 한ㆍ미ㆍ일 안보협력의 균열문제로 전개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shindw@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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