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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회사서 도망쳤어요”…서울 실업자 86% ‘취업 有경험자’
-시간ㆍ보수 등 작업여건 불만족 다수

-서울 실업자 5명 중 2명은 20대 집계

-44%는 4년제 이상 고학력자로 확인



[헤럴드경제=이원율 기자] 서울 구로구에 있는 모바일게임회사로 출근하는 직장인 오경모(29) 씨는 3년차가 되는 내년 1월5일에 바로 사표를 낼 생각이다. 업무 강도가 너무 높아서다. 지방대 컴퓨터공학과를 나온 그는 서울에 있는 이 회사로 합격 통보를 받았을 때만 해도 평생 뼈를 묻겠다고 다짐했다. 취업난이 심해 고생하던 선배들을 봐왔기 때문인데, 그 결심은 6개월만에 산산조각 났다. 무엇보다 끝없이 이어지는 회의와 야근이 견디기 힘들었다. 그렇게 생활하다보니 몸은 엉망이 됐다. 평생 먼 이야기로 여겨왔던 불면증과 손목터널증후군이 찾아온 건 물론, 최근에는 눈에 띄게 머리도 빠지기 시작했다. 오 씨는 “상사에게 힘들다고 토로해도 돌아오는 건 ‘요즘 애들이 다 그렇다’는 말 뿐”이라며 “2년 경력만 쌓은 뒤 그만둬서 다른 일을 알아보려고 한다”고 말했다.

서울 실업자 10명 중 8~9명은 취업 경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결혼사로 치면 ‘돌싱’(돌아온 싱글)인 셈이다. 이들 상당수는 부푼 마음으로 첫 출근을 했지만 근무환경이 마음에 들지 않아 사표를 쓴 것으로 확인됐다.

30일 서울연구원에 따르면 작년 서울 실업자 수는 모두 23만2214명이며, 이 가운데 취업경험이 있는 실업자 수는 20만865명(86.5%)이다. 직장 경력 있는 실업자가 아무 경력 없는 실업자보다 약 6.4배나 많은 것이다.

이전 직장을 그만 둔 이유로는 시간ㆍ보수 등 작업여건 불만족이라는 답변이 8만4363명(42.0%)로 가장 많이 집계됐다.

계약기간 만료 등 업무조건 상의 이유는 3만8083명(16.4%)에 불과했다. 이어 개인ㆍ가족 관련 이유 2만8121명(14.0%), 일거리가 없고 사업 부진 2만488명(10.2%), 직장 휴업ㆍ폐업과 명예ㆍ조기퇴직이 각각 1만4060명(7.0%)으로 나타났다.

이전 직장이 있는 실업자 중 실업기간이 1년 미만이란 응답자는 15만6744명(67.5%)로 절반이 넘었다. 1년 이상이란 응답자는 4만4121명(32.5%)으로 나타났다.

작년 서울 전체 실업자 23면2214명 중 42.5%인 9만8669명은 20대였다. 10명 중 4명 수준으로 현재 청년 취업난 모습을 그대로 반영 중이다.

이어 30대 4만4826명(19.3%), 50대 3만5628명(15.3%), 40대 2만7469명(11.8%), 60대 이상 2만179명(8.7%), 15~19세 5443명(2.3%) 순으로 확인됐다.

학력별로 보면 가장 많은 10만3513명(44.6%)이 4년제 이상 대학이다.

2ㆍ3년제 등 전문대 3만5159명(15.1%), 대학원 이상 9065명(3.9%)을 더하면 대학 문턱을 밟았으나 ‘일자리 늪’에 빠진 실업자가 모두 14만7737명(63.6%)에 이르는 셈이다. 시 관계자는 “학력이란 졸업, 재학, 중퇴, 휴학 상태를 모두 더해 도출된 값”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자료는 통계청이 쓴 ‘2016년 상반기 지역별 고용조사’를 토대로 작성했다.

yul@heraldcorp.com



서울 실업자 10명 중 8~9명 꼴인 86.5%는 취업 경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123R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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