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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른즈음에] 취업 사랑 학업, 그 무엇도 못 잡고…“잘 가라 나의 20대”
-행복할 줄 알았던 20대, 공부만 하다 끝나
-최악의 실업난…“부모 앞에 죄인된 기분”
-“30대엔 안정 찾을 수 있나”…앞날도 막막


[헤럴드경제=정세희 기자]‘점점 더 멀어져 간다. 머물러 있는 청춘인 줄 알았는데….’

고(故) 김광석의 서른즈음에에 나오는 구절이다. 청춘을 그리워하는 모든 사람들이 공감할 말이지만 20대 끝자락에 선 이들에게는 더욱 와 닿는 말이다.

통계로 본 대한민국의 20대는 우울했다. 29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달 일할 능력이 있음에도 일하지 않고 쉰 20대가 172만 3000명으로 통계 작성이 시작된 이래 동월 기준 역대 최고를 기록했다. 취업난 심화로 20대의 월 소득(182만원)은 60대 이상(186만원)보다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카페에서 공부를 하고 있는 20대의 모습. [헤럴드경제DB]

20대는 도전과 패기의 세대라고 하지만 대한민국 청년들은 사상 최악의 취업난에 건강하지 못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에 따르면 지난대 20대 우울증 환자가 가장 많이 늘었다. 20대는 2012년 5만 2793명에서 지난해 6만 4497명으로 22.2%나 늘었다. 같은 기간 10대는 14.5%, 40대는 0.4%, 50대는 1.2% 줄었고 30대는 약간(1.6%) 늘었다. 20대의 자살률 역시 홀로 늘고 있다. 통계청의 사망 원인통계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자살률은 대부분의 연령층에서 줄었지만 20대만 늘었다.

2017년을 이틀 앞둔 마지막 20대의 마음은 어떨까. 스물아홉 취업 준비생, 2년차 직장인의 이야기를 각각 들어봤다.

▶나에게 20대란 ‘3평짜리 스터디 룸’이었다= 취업 준비생 김성민(29) 씨는 20대 내내 소원이 ‘취업’이었다는 사실이 허무하다고 말한다. 대학 입학부터 좋아하는 역사공부를 포기하고 취업 잘되는 학과를 선택했다. 입학 후에도 하고 싶은 연극을 포기하고 취업에 도움 되는 경영동아리에 들어갔다. 졸업 후에도 토익, 인턴, 공모전 등 취업을 위한 준비로 쫓겼다. 그래도 늘 불안했다.

“20대는 가장 자유로운 시기라고 하지만 아니었어요. 대학 입학부터 학점 잘 받으려고 공부, 토익 공부, 공모전 공부, 동아리 들어가려고 공부했죠. 취업 준비할 때는 상식스터디, 문제풀이 스터디, 면접 스터디 등 또 공부만 했어요. 꽉 막힌 스터디 룸에서 공부하면서 서른쯤 되면 이곳을 나가겠지 스스로 위로했었는데 지금 전 백수예요.”

학교에서 취업 준비를 하고 있는 대학생들. [헤럴드경제DB]

그는 미래를 생각하면 “끝이 보이지 않아 두렵다”고 했다. 젊으니까 하면 된다는 마음으로 버텼지만 계속된 실패에 인간관계도 망가졌다. 여자친구가 결혼 얘기를 할 때마다 미안하고 부모님을 보면 죄인 같다. 그는 “20대는 본래 도전하고 실패하는 것이라고 하지만 요즘은 잘 모르겠다. 반복된 실패에 열정과 패기조차 소멸되는 기분”이라고 털어놨다.

“이 또한 지나가리라 하고 꾹 참고 버텨요.”

그는 “40대, 50대의 삶의 무게는 더욱 만만치 않을 것”이라며 “다만 가장 자유롭고 아름다울 것 같았던 20대에 가졌던 환상이 있었는데 나를 위한 방황조차 안하고 취업준비에만 매달리며 보낸 게 아쉽다”고 했다.

▶나의 30대는 ‘지금보다 더 나아져야만 한다’= 콜 센터 계약직 2년차 이연지(29ㆍ여)씨는 200만원 월급으로 사는 게 ‘밑 깨진 독’ 같았다고 한다. 학자금 대출금, 월세, 부모님 용돈, 생활비를 제외하면 늘 마이너스다.

그는 연차가 빨리 차서 정규직으로 전환됐으면 하는 마음으로 20대를 보냈다. 그는 “늘 20대가 어서 지나가버렸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고 고백한다. 막연히 30대에는 더 안정적인 삶을 꾸릴 수 있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서른을 앞두고 그는 여전히 불안하다. 그는 “취업을 준비하고 사회생활 초년기인 20대엔 다들 비슷한 상황이지만 30대부터는 아니다. 그렇게 지긋지긋했던 20대가 벌써부터 그리워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래도 내년엔 정규직 전환도 되고 안정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요. 열심히 살았으니 30대엔 나아져야 하지 않을까요?”

sa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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