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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환경지킴이 된 노숙인, ‘작은 기회’로 ‘세상 빛’ 인도하다
-노숙인상담사가 들려주는 ‘희망의 친구들’ 사업
-서울역 청소부 일자리 제공 후 민간기업 연계
-신용불량자ㆍ만성노숙인도 자신감 얻고 취업
-6년간 200명 거쳐가…서울역 거리노숙인 40%↓
-“노숙인도 기회 주어지면 사회기여 가능 증명”


[헤럴드경제=이원율 기자] 2016년 8월 노숙인 A 씨가 서울 용산구 갈월동에 있는 시립 다시서기종합센터 문을 두드렸다. 수 년간 거리생활을 한 그는 일자리가 있느냐고 조심스럽게 물었다. 신용불량자라는 그의 표정에서 초조함이 묻어났다. 하지만 걱정은 걱정일 뿐이었다. 쥐어준 빗자루를 꼭 잡은 A 씨는 반 년 넘게 서울역 청소부로 성실히 일했다. “이 일 덕분에 제가 아직 괜찮은 사람이라는 점, 또 그런 사실을 사람들에게 증명할 수 있었습니다.” 고마움을 전한 후 지난 2월부터 사회로 뛰어든 그는 현재 코레일의 환승 도우미로 근무 중이다.

박진웅 센터 직업상담사가 들려준 ‘희망의 친구들’ 사업에 참여한 한 노숙인의 이야기다. 그는 이 사업을 진행하며 노숙인의 성공적인 자립에서 필요한 건 무엇보다 ‘기회 제공’이라는 걸 깨달았다고 했다.

‘희망의 친구들’은 자립의지 있는 노숙인 20명을 6개월마다 추려 서울역 주변 청소 일자리와 주거 등에 대한 지원책을 제공하는 사업이다. 서울시와 센터, 코레일 등이 참여한다. 지난 2012년 시행한 이 사업은 6년간 200여명 노숙인이 거쳐가면서 대표적인 자립모델이 됐다.

‘희망의 친구들’ 사업에 참여하는 서울역 노숙자들이 눈을 맞으면서 거리 청소를 하고 있다. [사진제공=서울시]

박 상담사에 따르면 노숙인 대부분은 ‘희망의 친구들’을 사회에 나서기 전 ‘워밍 업’으로 활용한다.

긴 노숙으로 직장생활에 익숙하지 못한 이들 대부분은 편견과 두려움 등에 싸여 일자리를 쉽게 못 구한다. 이런 상황에서 이 사업이 사회로 나가는 첫 기회이자 세상과 소통하는 징검다리가 돼 준다는 것이다.

박 상담사는 “월급이 지급되고 주거지원과 교육까지 제공되니 (참여 노숙인도) 더욱 힘을 얻는다”고 설명했다. 현재 참여 노숙인에게는 20일 근무 기준 월급 53만원과 월세 25만원이 지급된다.

사업 최전선에 있다보니 보람을 느낄 때도 많다.

무엇보다 기쁠 때는 노숙인이 용기를 얻은 게 보일 때다. 박 상담사는 “최근 ‘희망의 친구들’에 참여한 노숙인이 용기를 내 연락 끊긴 가족에게 전화를 걸었다는 말을 들었을 때, 부둥켜 안고 싶을만큼 기뻤다”며 “일자리와 주거지원을 넘어 노숙인의 인생에 좋은 영향을 미쳤다는 생각 때문”이라고 했다.

이 사업을 발판 삼아 민간기업에 취업했다는 소식이 들릴 때도 쾌재를 부른다. 센터에 따르면 그간 참여 노숙인 전체 200명 중 10여명은 코레일 환승 도우미가 됐다. 이 밖에 상당수는 경비ㆍ택배업체 등에 취업했다.

물론 힘든 점도 있다.

가장 무서운 건 편견이다. 박 상담사는 “노숙인은 기회를 줘도 혜택 이후 다시 거리로 나선다고 보는 시선이 아직 많다”고 말했다. 하지만 편견과는 달리 실제로는 이 사업이 노숙인의 자활에 도움을 준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서울시에 따르면 사업 시작 전인 2011년 204명이던 거리노숙인은 올해 말 125명으로 38.7% 감소했다.

이와 관련, 여재훈 센터장은 “노숙인도 기회만 있다면 사회에 기여할 수 있다는 걸 모두에게 증명하는 게 최종 목표”라며 “앞으로도 ‘희망의 친구들’이 희망을 꿈꿀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했다.

yul@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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