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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차별 속 결혼이민가정②]학력ㆍ전공보다 중요한 출신 국가…일자리도 양극화
-필리핀ㆍ일본인 등 우대…전문 분야 종사
-타 국가 출신은 대부분 서비스업에 취업
-“출신 국가 특성따라 맞춤별 지원 제공을”

[헤럴드경제=이현정 기자] #1. 10년 전 한국인 남성과 결혼해 서울에 정착한 키르기스스탄인 A(35) 씨는 병원 직장을 구한 과정만 생각해도 눈물이 난다. 모국에서 대학 졸업장까지 땄지만 한국에서 구할 수 있는 일자리가 마땅치 않았다. A씨는 겨우 일자리를 구한 병원에서 약품을 분리하는 작업을 맡고 있다. A씨는 “하루 종일 창문 하나 없는 작은 방에서 내내 근무하고, 약품에도 계속 노출되고 있지만 일자리가 있는 것 만으로 감사한 일”이라며 “내 대학 전공에 맞는 일자리를 구하고 싶었지만 그것은 욕심에 불과했다”고 말했다.

#2. 5년 전 한국인 남성과 결혼한 일본인 B(30) 씨는 첫 아이가 두 돌이 지난 후부터 한국에서 일자리를 찾아다녔다. 다행히 일본에서 딴 4년제 대학 학위가 있어 일본어 번역 일거리를 찾는 것은 그다지 어렵지 않았다. 아이를 어린이집에 보낸 시간 동안 틈틈이 할 수 있는 업무여서 B씨에겐 일석이조였다. B씨는 지난해부터 관광통역 관련 공부도 시작했다. B씨는 “특별히 통번역을 전공한 것은 아니지만 수년 전부터 배운 한국어와 모국어를 바탕으로 이렇게 일을 할 수 있다는 게 다행인 것 같다”며 “앞으로 꾸준히 일본어 통번역 길을 계속 걸어가고 싶다”는 욕심도 드러냈다. 


결혼이민자의 노동시장이 출신 국가에 따라 양극화 현상을 보이면서 국가별로 맞춤별 취업 지원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28일 한국노동연구원의 ‘여성결혼이민자의 고용과 정책적 시사’ 보고서에 따르면 여성결혼이민자의 전체 고용률은 43.4%로 파악됐다.

여성결혼이민자의 출신국별 고용 여부를 분석한 결과 필리핀과 일본 출신 여성결혼이민자들에게만 학력이 고용 영부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외의 국가 출신의 여성들의 학력은 취업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

전문가 및 관련 종사자의 경우 일본과 필리핀이 전체의 50% 이상을 점유하고 있는 반면 서비스업의 경우 중국이 약 68%를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필리핀이나 일본 출신의 결혼이민자의 경우 외국어 강사나 통번역 등의 일에 종사하고 있을 가능성이 크지만 이외 국가 출신의 결혼이민자는 학력이 크게 요구되지 않는 업종에서 일하는 경향이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국노동연구원 관계자는 “언어적 수요가 있는 필리핀(영어)와 일본(일본어)의 경우 모국에서 취득한 학력이 한국 노동시장에서 인정되는 반면 그 이외의 국가들은 학력이 필요없는 직종에서 종사하는 비율이 많다”고 분석했다.

현재 정부가 결혼이민자의 취업을 지원하기 위해 한국어 교육, 직업 훈련 등을 제공하고 있지만 대부분 획일적인 기초 교육에 그치고 있는 실정이다.

전문가들은 이같이 양극화된 결혼이민자의 노동시장을 개선하기 위해선 출신국가별 맞춤별 지원을 제공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설동훈 전북대 사회학과 교수는 “외국인의 학력이나 경력이 국경을 넘어가면 가치가 떨어지는 경향이 있는데 일어나 영어의 경우 우리나라에서 수요가 있기 때문에 장벽이 낮은 편”이라며 “지금까지 정부의 이민여성의 정책은 저학력이나 저숙련된 베트남 여성에 초점을 두고 만들어졌지만 이민가정이 다양해지고 있는 만큼 이들을 국가 특성에 맞춰 맞춤별로 제공해줄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ren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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