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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열리는 ‘판사 뒷조사’ 판도라PC…
-추가조사위, 망 연결않고 문서조사 ‘시기는 미정’
-당사자 동의 없이 강행 ‘위법논란’


대법원이 특정 성향의 판사 명단을 따로 관리했다는 이른바 ‘판사 블랙리스트’ 의혹을 해소할 컴퓨터 하드디스크가 열린다.

김명수 대법원장 취임 이후 이 문제를 다루는 추가조사위원회(위원회)는 26일 ‘공용 컴퓨터에 저장된 사법행정 문서를 조사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다만 구체적인 시기를 못박지는 않았다.

문제의 명단이 저장된 것으로 지목된 컴퓨터는 총 3대로, 이규진(55·사법연수원 18기) 전 양형위원회 상임위원(부장판사)과 전ㆍ현직 법원행정처 기획조정실 심의관이 사용했던 기종이다. 이 전 위원은 올해 초 기획조정실 심의관으로 발령받은 한 판사에게 ‘컴퓨터에는 비밀번호가 걸려있는 파일이 있는데, 판사들 뒷조사한 내용이 나오더라도 놀라지 말라’고 말하면서 블랙리스트 의혹을 촉발했다.

위원회는 지난달 15일 조사를 시작한 이후 같은달 29일 법원행정처 전산정보국의 협조로 해당 컴퓨터의 하드디스크를 떼어내거나 디스크 이미징(복제)을 실시해 행정처에 보관했다고 전했다. 이들 저장매체는 지난달 30일 위원회에 인도됐다. 위원회는 이달 1일 임종헌(58·사법연수원 16기) 전 법원행정처 차장이 재임기간 동안 사용한 후 현 법원행정처 차장이 사용 중인 컴퓨터도 저장매체를 분리해 봉인했고, 법원행정처에 보관하고 있다고 전했다.

위원회는 “법원행정처의 협조와 기술자문위원들의 의견을 들어 보안유지 조치를 마쳤다”며 “조사에 사용되는 컴퓨터 일체를 법원행정처로부터 지원받아 망에 연결하지 않은 채 조사를 진행할 예정이며, 사법연수원의 협조를 받아 조사 장소 입구에 공익근무요원을 배치하고 출입을 엄격히 통제할 것”이라고 계획을 전했다.

다만 여전히 컴퓨터를 실제 사용했던 당사자의 동의를 구하지 못해 ‘비밀침해 논란’은 계속 뒤따를 수 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형법 316조는 잠금장치가 돼 있는 매체를 임의로 해제해 내용을 확인하는 행위를 ‘비밀침해죄’로 규정해 처벌하고 있다. 올해 초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현안질의에서는 김소영 법원행정처장을 상대로 “압수수색 영장 없이 하드디스크를 조사할 수 있느냐”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다. 자유한국당 측은 강제로 컴퓨터 자료를 열 경우 형사고발도 불사한다는 입장이다.

여기에 대해서는 문제의 컴퓨터가 개인 소유가 아닌 공공 업무용이기 때문에 불법 소지가 없다는 반론이 적지 않다. 컴퓨터를 조사위에 넘긴 주체가 관리권자인 대법원이고, 압수영장의 대상도 대법원인 만큼 비밀침해죄 위배 소지가 없다는 주장이다. 실제 판례상으로도 경영진이 영업정보를 빼돌린 것으로 의심되는 직원의 업무용 컴퓨터를 동의 없이 잠금해제하고 자료를 검색한 사안에서 무죄가 선고된 사례가 있다.

법적인 문제를 떠나 법원 내부에서 컴퓨터를 열어 자체적으로 의혹을 해소하는 편이 수사 등 강제수단을 동원하는 것보다 사법부 독립 측면에서 바람직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위원회는 논란을 최소화하기 위해 저장매체에 들어 있는 개인 문서와 이메일은 조사 대상에서 제외하기로 했다. 조사 방식도 문서 전체를 열람하는 게 아니라 시기와 검색어를 정해 일부 문서만을 열람하는 쪽을 택했다. 위원회 측은 “조사 대상과 방법을 한정하고 당사자에게 참여와 의견진술 기회를 부여한다면 사적인 정보나 비밀이 침해될 개연성이 거의 없다”고 밝혔다.

위원회가 이번에 확보된 하드디스크 등을 열어보면 어떤 형태로든 특정 판사 실명이 기재된 파일이 나올 가능성이 크다.

좌영길 기자/jyg97@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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