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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한민국 보통남녀의 눈에 비친 ‘격동 2017’] 지진·화재·계란파동…안전보다 중요한 것은 없었다
‘살충제 계란’ 등 먹거리 걱정부터
태어나 처음 겪어본 지진에 ‘당황’
연이은 北미사일 도발 ‘가슴 철렁’

아이 낳고 복직해 맞벌이 하지만
대출이자 내면 저축은 꿈도 못꿔


한해도 편하게 넘어간 적 없는 것 같은 대한민국 국민의 삶. 2017년 역시 그 어느 해보다 격동의 시기였다. ‘천덕꾸러기’ 정치권이야 늘 그 모양이고, 경제 산업은 물론, 서민들의 일상까지 뒤흔든 굵직한 사건사고가 줄을 이었다. 광화문 촛불집회로 시작된 올해는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문재인 정부 출범, 세월호 인양이 그 뒤를 이었고, 그 사이 북한은 연이은 미사일 도발과 핵 실험으로 한반도를 긴장시켰다.

서민들의 일상은 다사다난했다. 살충제 달걀 파동, 생리대 논란 등으로 먹거리와 생활용품에 대한 안전 우려가 커졌고 포항 지진, 제천 화재 등으로 실질적인 안전을 위협받기도 했다.

헤럴드경제는 이같은 풍파 속에서도 평범한 일상을 지켜내려는 보통사람, 30대 남녀를 만나 ‘격동의 2017’ 이야기를 들어봤다. 

지진으로 큰 피해를 입은 포항시 북구 상가.
생리대 유해성분 규명을 촉구 하는 여성환경단체 퍼포먼스.

▶“어디를 가든 안전부터 생각해요” 30대 복직맘의 습관=총청남도 논산에서 초등학교 기간제 교사로 일하는 A(30ㆍ여) 씨는 27개월 아들을 키우다 지난 여름 겨우 일자리를 구해 ‘경단녀’ 꼬리표를 뗐다. 거의 2년 만에 교편을 다시 잡은 A 씨는 아이들에게 다른 무엇보다 안전을 강조한다. 특히 포항 지진을 겪은 이후 그 생각은 더 확고해졌다. 지진 당시 수업중이던 A씨는 교실이 갑자기 흔들리자 어찌할 바를 몰랐다.

A씨는 “지진이 일어나면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 머리로는 알고 있었는데 막상 겪으니 너무 당황스러웠다”며 “아이들과 급하게 책상 밑으로 숨어 지진이 끝나기만을 기다렸다”고 말했다.

이후 A씨는 개인적으로 아이들에게 지진 대피 교육을 수 차례 실시했다. 학교에서 실시하는 생존 수영 수업도 A 씨는 그 어느 때보다 엄격하게 지도한다. A씨는 “아이들이 수업에 임하는 자세가 다르다. 까불거리는 아이들도 안전교육 시간만 되면 진지하게 임한다”고 말했다. 이어 “세월호 참사 이후 확실히 달라졌다”고 덧붙였다.

학생들의 안전도 걱정되지만 자신의 복직과 함께 어린이집을 다니기 시작한 아들의 걱정도 크다. 다행히 어린이집이 소방 대피 훈련을 자주 해 안심이 된다는 것이 A씨의 설명이다.

그는 “어린이집에서 한 달에 한 번씩 매번 다른 주제로 소방 대피 훈련을 한다. 사이렌 소리가 울리면 아이들이 신발을 신지도 않은 채 선생님의 지도에 따라 대피하도록 훈련시키고 있다”며 “처음엔 아이들이 사이렌 소리에 놀라 울었다는데 이젠 아이들도 익숙해져 사이렌 소리만 울려도 재빨리 대피한다”며 흐뭇해 했다.

올해 A씨의 안전 걱정은 소방 대피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올해 초 살충제 계란 파동이 터졌을 때는 먹거리 걱정때문에 속이 숯덩이가 됐다.

생리대 파동이 터졌을 때도 마찬가지다. 정작 논란이 된 것은 여성들이 쓰는 생리대였지만 A씨는 생리대보다 아이가 쓰는 기저귀가 더 걱정됐다. 남편과 상의 끝에 두 돌이 안된 아들의 기저귀를 뗐다. 자신의 생리대는 유기농으로 선택했다.

A씨는 지난 한 해 동안 여러 안전 사고를 목격했지만 그래도 과거에 비해 현재 더 안전함을 느낀다고 말한다. 사건사고가 일어났을 때의 정부의 대처가 달라졌다는 것이 A씨의 설명이다.

A씨는 “예전엔 무슨 일이 터져도 정부가 제대로 알려주지 않아 걱정만 커졌는데 현 정부는 ‘피드백’을 할 줄 안다“며 “사건이 벌어지면 곧바로 대처하고 이에 대한 브리핑을 자주 하니 훨씬 안심되는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정치권에서도 안전 관련 사안만큼은 정쟁없이 한 마음으로 노력해줬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맞벌이해도 살림살이 팍팍해요”…가장의 무거운 어깨=두 딸을 키우는 5년차 직장인 B(37) 씨는 올해 그 어느 때보다 다사다난했다. 올해 초 8개월간의 첫 딸을 위한 육아휴직을 끝내자마자 둘째 딸을 품에 안았다. B씨는 두 아이의 아빠가 된 것도 실감할 수 없었지만 그 무엇보다 복직하는 기쁨을 이뤄 표현할 수 없었다.

B씨는 “부모의 손길이 필요한 시기에 아이와 교감하고 아내를 돕기 위해 육아휴직을 결정했는데 생각보다 너무 힘들었다”며 “개인적으로 씻고 밥 먹을 시간이 없을 정도로 정신없고, 이런 고충을 이해해 줄 친구들이 없으니 우울감을 느끼기도 했다”고 말했다.

맞벌이 부부지만 먹여살려야 할 식구가 늘어나니 마음이 급해진 것이다.

그는 “안정적으로 가정을 유지하려면 집이 우선 해결되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갑작스레 집을 알아보러 다녔다”고 말했다. 원래 살던 전셋집 근처에서 괜찮은 35평 아파트를 찾았다. 그러나 문제는 집값이었다. 계산을 해보니 집을 사게 되면 은행 대출은 물론, 한 달에 최소 200만원을 은행에 상환해야 했다.

B씨는 “어찌할까 고민하던 찰나 대대적인 부동산 정책이 있을 것이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부동산 대책이 나오기 전에 뭐라도 잡는 게 낫겠다 싶어 무리하게 은행 대출을 받아 집을 샀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맞벌이 집이지만 대출비를 내며 가족들을 먹여살릴 걸 생각하면 정말 어깨가 무겁다”며 한숨을 쉬었다.

돈이 필요해지니 천정부지로 가격이 오른 비트코인에도 눈길이 가기 시작했다. 그는 “한 동료가 비트코인으로 1500만원 순이익을 남겼다는 이야기를 들으니 혹했다”면서도 “아내의 만류로 결국 비트코인을 사진 않았다”고 했다.

결국 B씨는 다른 목표를 만들었다. 이직을 알아보기로 했다. B씨는 “가장 현실적으로 수입을 늘릴 수 있는 방법은 연봉을 올려 이직하는 것”이라며 “이직이 쉽진 않겠지만 아내와 아이들을 생각하면 어떻게든 해내야 한다”며 내년의 포부를 힘차게 말했다.

이현정 기자/ren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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