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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다시는 이 고통 없게…심리부검 받아보세요
과도한 죄책감·분노 치유에 도움
자살유가족 심리부검 참여 극소수


#. 김모(62) 씨는 노모가 2년 전 스스로 세상은 등진 뒤 오랫동안 힘든 시간을 견뎌내야했다. 장례식장에 경찰이 다녀가자 조문객들은 술렁였고 고인의 죽음을 둘러싼 소문과 추측이 그 뒤를 따랐다. 불효 자식이라 자책하던 김 씨는 수개월 후 가까스로 일상으로 돌아갔지만 여전히 질문은 남아있었다. ‘왜, 무엇이 그렇게 힘들었던가. 혹시 돌아가시기 며칠 전 다툰 일 때문일까’하는 질문은 김 씨에게 비수처럼 꽂혀왔다. 노모의 삶을 이해하고 싶었던 김 씨는 ‘심리부검센터’를 권유받았다. ’마음도 부검이 된다고?‘. 김 씨는 아리송했다.

연간 8만명 내외의 자살 유가족이 발생하는 가운데, 고인의 심리 부검에 참여한 유가족이 연간 100명 내외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보건복지부가 지난 8월 발표한 “자살유가족 지원체계 확립을 위한 기초연구”에 따르면 자살사망자에 1명에 대해 5~10명의 자살유가족이 있다고 볼 때 매년 발생하는 자살 유가족은 8만명 이상이다. 하지만 중앙심리부검센터가 26일 밝힌 지난 3년간 심리부검 면담 유족 수는 총 446명이다. 연간 8만명 이상의 자살 유가족이 발생하는데, 그중 100명 내외만 심리부검을 진행하고 있는 것이다.

‘심리부검’이란 사별 후 한 특정 시점이나 사건에서 몰두해 과도한 죄책감이나 분노를 느끼는 유가족들로 하여금 고인의 사망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요인을 다양하게 살펴볼 수 있게 하여 부정적 감정에서 해방될 수 있도록 돕는 전문가 상담 과정이다. 고인이 남긴 일기, 병원 기록 등을 바탕으로 상담을 실시해 고인의 선택에 대한 총체적 이해를 돕는다. 수집한 자료는 향후 자살 예방 정책 수립을 위한 기초 자료로도 활용된다.

심리부검은 핀란드, 대만, 홍콩 등 해외에서는 자살 유가족을 위한 하나의 치유책으로 자리잡았으나 국내에서는 아직까지 활성화 되지 못했다.

중앙심리부검센터는 이에 대해 “유족이 원하더라도 ‘사별 후 3개월 이상 3년 이내’를 대상으로 하고 있으므로 사별 이후 일상 생활에 심각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태라면 심리부검보다 일반상담을 우선 권유한다. 심리부검은 자발적 신청을 통해 실시하는만큼 자살에 대한 부정적인 편견이 면담 참여에 영향을 미치기도 한다”고 밝혔다.

이어 “심리부검은 자살 유족의 자발적인 참여로 시행돼 자살에 대한 부정적인 사회적 편견 등이 면담 참여에 영향을 미친다. 자살에 대한 인식을 개선하고 보다 많은 유족이 사회로 나와 도움을 요청할 수 있도록 힘을 쏟고 있다. 센터 설립 이후 본 기관에 접촉하여 도움을 요청하는 자살 유가족의 수는 점차 증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지난 8월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바에 따르면 자살유가족은 사고 발생 후 3개월~1년, 가족 내 분위기 변화로 인한 스트레스가 가장 심각하다고 응답했다. 자살유가족은 사고 발생 후 우울과 의욕저하(75.0%), 불면(69.4%), 불안(65.3%), 분노(63.9%), 집중력, 기억력 저하(59.7%) 등 정신적 고통을 겪고 있으며 우울증(41.7%), 불면증(37.5%), 불안장애(31.9%), 적응장애(23.6%) 등을 진단받는 경우도 상당한 것으로 나타났다.

김유진 기자/kacew@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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