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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0대 인터넷 사기도, 피해도 늘었다
피해자 10대비율 첫 10% 넘어

인터넷 중고장터 사기가 점차 저연령화되면서 10대 피해자 비율이 사상 처음 10% 넘긴 것으로 나타났다.

고등학생 A 군은 지난 9월 인터넷 중고거래 사이트에 5만원 상당의 기계식 키보드를 구매하고 싶다는 내용의 글을 올렸다. 최근 유행하는 온라인 게임에 쓰기 좋다는 이유로 단종됐지만, 중고거래 사이트 등에서 인기 있는 모델이었다. 구매 글을 올린 지 몇 시간 안 돼 키보드를 판매하겠다는 사람이 나타났다. 구하기 어려운 키보드라 먼저 돈을 입금받아야겠다는 판매자의 말에 A 군은 별 의심 없이 판매자가 보내준 계좌번호로 돈을 입금했다.

그러나 판매자는 돈을 받자마자 A 군의 전화를 차단했다. 전형적인 인터넷 중고거래 사기였다. 결국, A 군은 고민 끝에 부모님과 함께 경찰에 판매자를 신고했고, 지난달 경찰로부터 판매자를 검거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판매자는 A 군과 나이가 같은 고등학생 정모(18) 군이었다. 경찰은 정 군을 사기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고, 피의자 조사에서 정 군의 부모는 피해 금액을 모두 변상하기로 약속했다.

이처럼 인터넷 사기 전반에 미성년자들의 비율이 점차 늘고 있다. 특히 미성년자들이 피해자인 경우가 크게 늘고 있지만, 상당수 피해자는 소액사기라는 이유로 피해를 당하고도 경찰에 신고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26일 사기 피해 예방 사이트 더치트에 따르면 지난달까지 사이트에 접수된 올해 인터넷 사기 피해 신고 건수는 4만4187건에 달한다. 피해액으로 따지면 지난 2014년 112억 8500만원에서 지난 2015년에는 113억 7400만원, 지난해에는 126억400만원까지 올랐는데, 올해는 150억5500만원을 넘어서며 1년 새에 20% 가까이 급상승했다.

피해자 유형별로 살펴보면 10대 피해자의 비율은 올해 처음으로 전체 연령대 중 10%를 넘어섰다. 지난해 인터넷 사기 피해자 중 10대 비율은 6.65%에 그쳤지만, 올해는 벌써 11.69%를 기록했다. 대부분 인터넷 결제를 스스로 하지 못하는 미성년자들이 인터넷 게임 등의 대리 결제를 요구하다 피해를 입는 경우가 많았다. 이를 노리고 같은 청소년을 상대로 전문 소액사기를 벌이는 10대까지 등장했다.

정 군의 사례처럼 피의자가 미성년자인 경우에는 부모가 처벌 수위를 낮추고자 먼저 변상에 나서기도 한다. 그러나 피의자 부모가 먼저 변상을 하지 않을 경우에는 부모를 상대로 민사소송까지 진행하고 나서야 피해금액을 돌려받을 수 있다. 그나마도 절차가 복잡하고 시일이 오래 걸려 소액 사기의 경우 변상을 피해자 측에서 포기하는 경우도 있다. 특히 피해자가 미성년자인 경우에는 부모에게 들킬 것을 우려해 피해 사실을 알리지 않는 경우가 많다.

경찰 관계자는 “최근 10대 피의자 중에는 인터넷 사기를 용돈 벌이 정도로 인식하는 경우도 있을 정도”라며 “소액이라고 하더라도 인터넷 사기 피해를 당했을 때는 수사기관에 피해 내용을 신고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유오상 기자/osyo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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