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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직장인 번아웃 연말①]주말도, 저녁도 없는 ‘타임푸어 族’…“노는 법, 잊었어요”

-“시간 없어서”…취미 가장 먼저 포기
-“휴가때도 뭘 해야할지…TV가 취미에요”
-“스트레스 해소 위해서 자기시간 가져야”


[헤럴드경제=유오상 기자] 직장을 다니면서 여가 시간이 없어 취미를 갖지 못하는 이른바 ‘타임 푸어’ 현상은 일상이 된 지 오래다. 직장인들은 회사에서 퇴근하고서 여가 시간이 부족해 사실상 취미는 잊은 지 오래라고 입을 모았다. 취미생활이 없는 직장인들은 스트레스에 쉽게 노출돼 주의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직장인 707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직장인이 가장 먼저 포기하는 조건으로 응답자의 55.4%가 ‘취미와 여가생활’을 꼽았다.

직장인 엄모(28) 씨는 수도권에 위치한 대기업 연구소에서 일하고 있다. 연구소가 서울과는 거리가 있어 집도 연구소 근처로 얻은 엄 씨는 대학생 때까지만 해도 ‘스포츠광’이었다.

그러나 엄 씨의 취미는 ‘집에서 TV보기’로 바뀐 지 오래다. 매일 이어지는 야근에 주변 상권도 좋지 않아 할 수 있는 일이 마땅치 않기 때문이다. 가끔 컴퓨터를 이용해 게임을 하지만, 그마저도 힘들어 최근에는 집에 누워 영화를 보는 경우가 많다. 엄 씨는 “입사 전에는 다른 취미도 있었지만, 일이 매일 밤늦게 끝나다 보니 자기계발을 비롯해 사실상 할 수 있는 게 거의 없어 ‘워라밸’(일과 삶 균형)은 망한 지 오래”라고 호소했다.

실제로 지난해 한 취업포털이 직장인 707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직장인이 가장 먼저 포기하는 조건으로 응답자의 55.4%가 ‘취미와 여가생활’을 꼽았다. 취미 다음으로는 ‘저축’과 ‘인간관계’, ‘결혼’ 등이 뒤를 이었다. 여건이 안되면 취미생활과 여가를 가장 먼저 포기하는 셈이다.

직장인들이 취미와 여가를 포기하는 이유로는 ‘시간이 없어서’가 가장 많이 꼽혔다. 그나마 얼마 남지 않은 여가시간을 대인관계와 건강, 자기계발에 써야 하기 때문에 사실상 취미 생활을 가질 수 없다는 의견도 많았다. 직장인 이모(27) 씨는 그나마 있던 퇴근 후 시간까지 뺏긴 경우에 해당한다. 그는 스스로를 시간이 없는 ‘타임 푸어’라고 자청한다. 이 씨는 “회사에서 외국어 공부를 장려한다며 올해부터 인터넷 강의를 듣게 했다”며 “사실상 반강제로 인터넷 강의를 듣게 되면서 그나마 있던 여가 시간마저 빼앗겼다”고 말했다.

이런 생활이 반복되면서 아예 노는 법을 잊은 것 같다는 직장인도 있다.

직장인 이모(31ㆍ여) 씨는 지난달 초 갑작스런 휴가를 받았지만, 휴가 내내 집에서 영화를 보며 시간을 보냈다. 이 씨는 “평소 하던 취미생활이 없으니 남는 시간을 어떻게 해야 할지 전혀 모르겠다”며 “‘노는 것도 놀아본 사람이 안다’는 의미를 그제야 실감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취미가 없는 직장인들의 경우 스트레스에 쉽게 노출돼 주의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이명서 한국사회심리연구원 연구사는 “취미를 갖고 있는 경우 취미가 없는 직장인보다 업무 스트레스를 덜 느낀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며 “여건이 좋지 않더라도 최대한 자신만의 시간을 갖도록 노력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osyo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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