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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노모 위해 소고기·꽃게에 손이…이 ‘장발장’을 어찌하리오…
2017경미범죄 심사위 처분 분석
배고파 어묵·요쿠르트 슬쩍 등
생계형 범죄 4161명 작년의 배


아흔 노모를 위해 소고기와 꽃게를 마트에서 훔치다 잡힌 아들 이모(62) 씨의 사연이 최근 알려졌다. 이 씨는 공사장 일을 하다 허리를 다쳤다. 공공근로 등으로 월수입은 80만원에 불과했다. 당뇨를 앓고 있는 어머니와 자신의 병원비ㆍ약값을 대기 벅찬 상황이었다. 마트 측은 과거에 선처를 했으나 또 다시 범행이 벌어져 불가피하게 경찰에 신고했다. 이 씨는 형사입건됐다.

생계형 범죄가 잇따르고 있다. 배고픈 딸을 위해 마트에서 어묵 3봉지를 훔치다 경찰에 붙잡힌 50대 엄마, “요구르트 사 먹을 돈이 없었다”며 초등학교 급식소 냉장고에서 요구르트를 몰래 꺼내 먹다 잡힌 80대 할머니 등이 경찰에 어려움을 호소했다.

이런 ‘현대판 장발장’을 구제할 방법은 없을까.

경찰이 ‘경미범죄심사위원회’를 거쳐 선처한 인원이 지난 1년간 4161명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년 대비 2배 가까이 증가한 수치다.

22일 경찰청의 ‘2017년 경미범죄심사위원회 운영 현황’에 따르면 2017년 1월부터 11월까지 4455명이 위원회에 올라와 4161명이 처분 감경 결정을 받았다. 선처 비율은 93%다. 절도사건이 1709건 중 1640건이 처분감경 돼 가장 많았다. 길에서 물건을 줍는 점유이탈물횡령(점탈) 사건이 259건 중 245건 처분감경으로 뒤를 이었다.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강원도 원주시 한 마트 주차장에서 피해자가 놓고 간 1만6500원 상당의 음료선물세트 2개를 들고 간 A씨에 대해 최초 즉결심판 처분에서 심사를 거쳐 훈방 조치하거나 길에서 피해자가 떨어트린 현금 5000원권을 주운 경우 형사입건에서 즉결심판 벌금 5만원으로 감경하는 경우 등이다.

경미범죄심사위원회 운영은 전년 대비 대폭 확대됐다. 2016년에는 2724명이 위원회에 안건으로 회부돼 2419명이 처분감경 결정을 받았다. 선처비율은 95.4%다. 경미범죄심사위원회는 2015년 전국 지방청별 1개서에서 시범 운영하면서 시작됐다. 서울지방경찰청에서는 31개 경찰서 중 송파경찰서부터 실시했다.

생계형 경미범죄가 발생하는 데에는 처벌보다는 구제ㆍ지원으로 대응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면서 경찰의 대응도 이에 초점을 맞춰가고 있다. 경찰은 긴급생계자금 90만원을 어묵을 훔치다 잡힌 엄마에게 지원하고, 청각 장애를 앓으며 폐품을 수집하다가 점유이탈물횡령죄로 잡혀 온 80대 할아버지에게 쌀 40㎏을 지원했다.

경찰 측은 “사안이 경미하고 어려운 형편에 벌어지는 범죄에 대해서는 비범죄화가 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김진원 기자/jin1@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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