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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연중기획-음주 에티켓②] 반말에 폭언ㆍ폭행…‘만취승객’이 무서운 대리기사들
-대검찰청 자료 ‘3년간 운전자 폭행입건 1만1214건’

[헤럴드경제=유오상 기자] 택시기사 조성택(53) 씨는 대목인 연말ㆍ연초가 다가왔지만, 그리 반갑지만은 않다. 조 씨는 오히려 한숨이 나올 때가 잦다고 답했다. 연말에 유독 취객으로부터 봉변을 당한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특히 송년회 등 연말 술자리를 마치고 과하게 취한 승객들은 취기에 못 이겨 난폭하게 굴거나 위험한 행동을 하는 경우가 많다.

지난달에는 주행 중 뒷좌석에서 구토를 한 승객이 도리어 조 씨의 머리를 때리는 등 난동을 피워 인근 지구대까지 가야만 했다. 경찰의 중재로 청소비와 사과를 받을 수 있었지만, 하루 영업을 망친 조 씨에게는 별다른 위안이 되지 않았다. 그는 “연말에는 술자리가 잦아서 그런지 만취한 승객 비율이 훨씬 많다”며 “소동이 한 번 벌어질 때마다 택시기사로 일을 계속할 수 있을지 회의감이 든다”고 말했다.
[사진=123rf]

연말을 맞아 취객에 의한 운전기사 폭행이 늘어나면서 기사들은 공포에 떨고 있다. 요금 시비로 시작해 반말과 폭언뿐만 아니라 폭행 등으로 경찰서를 찾는 경우가 자주 발생하면서 일부에서는 아예 칸막이를 설치해 출동을 막는 등의 조치까지 취하고 있다.

택시기사 이모(58) 씨도 요즘 취객과의 시비 때문에 밤에는 광화문 등 일부 지역을 피해서 운행을 하고 있다. 조금 멀리 가더라도 애플리케이션을 이용해 택시 요청이 들어오면 바로 수락하기도 한다. 이 씨는 “손님을 가리면 안 된다고 하지만, 만취 승객은 불미스러운 일이 자주 생겨서 웬만하면 피하고 싶다”며 “그나마 덜 취한 손님을 받으면 다행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전국 20만명에 달하는 대리기사들의 사정도 비슷하다. 대리기사로 일하는 박모(49) 씨도 연말이 되면서 만취한 손님을 받을 때마다 난처한 경험을 한다. 만취한 고객이 자신의 집 주소조차 제대로 말하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인데다가 요금 등을 이유로 폭언을 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기 때문이다. 박 씨는 “택시기사와 달리 밤에 대리기사를 부르는 사람은 모두 취객”이라며 “어떻게 보면 취객으로 인한 피해를 가장 많이 보는 직업이 대리기사인 것 같다”고 말했다.

실제로 대검찰청 통계 자료에 따르면 최근 3년간 운전자 폭행으로 인한 입건 수는 총 1만1214건에 달한다. 연평균 3738건에 달하고 하루 평균 10.2건에 달하는 수치다. 하루 평균 10명의 기사가 폭행에 노출돼 있는 셈이다. 입건 수는 지난 2014년 3684건에서 2015년 3730건으로 늘더니, 지난해에는 총 3800명이 입건됐다.

이처럼 기사들을 상대로 한 폭행이 늘어나면서 일부 지자체에서는 아예 운전석에 칸막이를 설치하는 방안까지 내놨다. 부산시는 내년부터 1억5000만원을 투입해 시내 택시 1000여대에 칸막이 설치비용을 지원한다고 밝혔다. 특히 폭행에 취약한 여성ㆍ고령 운전자가 우선 지원 대상으로 선정됐다.

추가 대책이 나오고 있지만, 폭행 위험에 처한 기사들을 위한 안전장치가 부족하다는 의견도 있다. 전국대리기사협회 관계자는 “대리기사의 경우 협회 등이 생기면서 처우 개선을 위해 힘쓰고 있지만, 아직 법률에 의한 보호장치는 부족한 상황”이라며 “제도화를 통해 법적 안전장치를 만들어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osyo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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