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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우여곡절 서울 콜버스, 늦은 밤 ‘시민의 발’ 명성 이어갈까
-12~1월 강남 일대 학생ㆍ직장인 관심↑
-초기 택시 업계 반발로 출범부터 난항
-오직 시민 관심만으로 사업 명맥 이어
-확대 두고 택시 업계와 여전히 갈등


[헤럴드경제=이원율 기자] “택시 생존권을 위협하고 여객운송 질서를 붕괴시킵니다. 즉각 중단돼야 하며, 허용해선 안 됩니다.”

작년 2월1일 전국택시노동조합연맹 등이 낸 한 종합일간지 1면 광고다. 일부 택시기사들은 서울시를 두고 이 사업에 대한 반대 움직임을 촉구하는 일인시위를 시작했다. 도입을 검토하겠다는 국토교통부를 두고 입장 선회를 요구하는 성명서도 나왔다.

택시업계에서 힘껏 반대한 이 사업은 ‘심야 콜버스’다. 작년 8월 겨우 출발선에 오른 콜버스는 우여곡절 속에서도 그 해 ‘서울 10대 뉴스’ 인기 정책 1위를 기록한 데 이어 지금까지도 시민에게 사랑받는 사업 선두권을 유지하는 모양새다.

서울시 심야 콜버스 차량 모습. [사진제공=서울시]

콜버스는 경로 혹은 목적지가 같은 시민을 함께 태워가는 10~13인용 차량이다.

평일과 토요일 오후 11시부터 익일 오전 4시까지 운행한다. 앱을 통해 요청하면 가까운데 있는 콜버스가 오는 방식으로 비용은 중형택시 심야할증요금보다 20~30% 가량 싸다.

12일 서울시에 따르면 현재 운행 중인 콜버스는 벤츠 스프린터 5대, 현대 솔라티 13대 등 모두 18대다. 출발지는 강남 일대이며 운행지역은 자치구 13곳이다.

이용 현황을 보면 콜버스의 인기는 송년회 등 회식이 잦은 12월과 1월 정점을 찍는다.

작년 12월, 올해 1월 금요일 기준 하루 평균 이용객은 각각 458명, 407명에 이른다.

월별 집계로 보면 이용객 수로 나란히 1ㆍ2위다. 작년 8월부터 올해 11월 전체 기준 금요일 평균 이용객(323명)보다도 41.7%(135명), 26.0%(84명) 많은 양이다. 같은 기간 월~토요일 콜버스 전체 이용객은 4만49명이다.

적은 차량, 제한된 운행범위를 감안할 시 이정도면 최대 효율을 내고 있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서울시 심야 콜버스 차량 모습. [사진제공=서울시]

시민 반응도 좋다. 강남구 역삼동 소재 광고회사에 다니는 직장인 신주영(28ㆍ여) 씨는 “야근과 함께 연말이면 회식도 늘어 일주일에 3~4번은 이용한다”며 “값도 싸고 많은 사람들이 함께 타는만큼 불안감을 덜 수 있어 좋다”고 했다.

같은 지역 모바일게임개발회사에 근무하는 직장인 이재희(32) 씨는 “집이 가까운 송파구라 예전에는 택시기사에게 승차거부를 당하면서 30분간 벌벌 떨기도 했다”며 “콜버스를 이용한 후부터는 그런 일이 없어 좋다”고 말했다.

사실 콜버스는 시민에게 다가서기 전에 많은 난관을 넘어야만 했다.

콜버스는 한 신문기자의 고민에서 시작됐다. 야근 잦은 시기, 택시 승차거부에 시달리던 박병종 씨는 회사에서 나와 시민이 심야시간 전세버스를 공동 임대할 수 있는 플랫폼 ‘콜버스랩’을 개발, 지난 2015년 12월 초 시범운행에 돌입한다.

문제는 같은 달 22일 서울택시조합이 서울시에 단속을 요구하며 불거졌다. 전세 버스로 불특정 다수를 실어나르는 건 불법 노선여객운송행위라는 이유였다.

서울시는 국토부에 적법성 판단을 의뢰했고, 국토부는 2개월 뒤 전세버스 대신 기존 택시ㆍ버스면허업자들만 한정면허를 얻어 대형택시를 운행하도록 하는 개정안을 내놓았다. 택시 업계가 다시 들고 일어나자 서울시가 중재 끝에 콜버스 측에게 지금과 같은 운행시간, 운행범위로 시와 손 잡기를 제안한 것이다.

물론 앞으로 갈 길도 험난하다.

콜버스와 택시업계 모두 한 발 물러서긴 했지만 차량 증대, 범위 확대를 두고는 아직도 갈등이 첨예한 상황이다. 콜버스는 규제철폐를 외치고 택시업계는 영역침범을 주장한다.

재정난에 빠진 콜버스 측은 기존 시와 함께 하는 이 사업을 뒤로 두고 주력을 전세버스 대절 예약사업으로 바꾸려는 움직임도 보이고 있다.

서울시 관계자는 “서로가 보완재 역할을 해낼 수 있도록 유도할 방침”이라면서도 “워낙 입장차이가 심한만큼 난항을 겪는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yul@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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