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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재정난 빠진 재외한국학교, 수업료 지원 논란
- 한국학교들 “국내학교처럼 의무교육”
- 일각선 “한국에 세금 안 내는데” 반발
- 각기 다른 현지 물가로 지원액 산정 어려워

[헤럴드경제=원호연 기자]재외교민 수 감소와 학령인구 감소로 인해 학생 수가 급감하면서 다수의 재외한국학교가 재정 위기를 겪고 있다. 이들 학교는 국내와 똑같은 무상의무교육을 받도록 정부가 지원해야 한다는 입장인 반면, 이들이 국내에 세금을 내지 않는 만큼 일부 지원 이상은 어렵다는 반론도 나온다.

최근 중국 대련시의 대련한국국제학교는 전체 45명 교사 중 4명의 감축계획 및 수업료 인상안을 두고 학부모 의견 수렴에 들어갔다. 최대 1000명 규모의 학생을 받을 수 있는 학교지만 최근 인원이 270여명까지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고등학생 기준으로 한 학생 당 연간 2만7000위안(한화 462만원 상당)의 수업료를 내고 있지만 지난해로 유보금까지 모두 써버린 상태다. 

재외국민 감소로 재외한국학교의 재정난이 심화되면서 지원 문제가 도마위에 올랐다. 재외국민 자녀도 의무교육을 받을 권리가 있는 만큼 정부가 수업료를 지원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크다. 중국 대련한국국제학교의 수업 모습. [사진=대련한국국제학교]

박신헌 대련한국국제학교 법인이사장은 “인건비 상승과 구인난으로 중국 내 기업 경영환경이 악화된데다 사드보복 조치로 학생 수가 급감했다”며 “개인 사업자나 서비스업 종사자인 학부모들은 현재 학비도 내기 쉽지 않다며 인상에 반대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중국 뿐 아니라 15개국 32개 한국학교의 상황이 대부분 마찬가지”라고 전했다.

문제는 1회성 인상으로도 한국학교들의 재정 상황은 나아지기 어려울 것이라는 점이다. 개별 학교마다 조금씩 차이는 있지만 한국학교의 지출 중 80%는 한국에서 모집하는 교사와 현지채용 강사의 인건비다. 교육부가 비용 중 30% 가량을 지원하고 있지만 수업료 만으로는 나머지 지출을 메우기는 역부족이다. 시설 관리비 등은 현지 교민의 모금으로 버티는 상황이다.

박 이사장은 “이 이상 교사 수가 줄어드면 서로 다른 학년이 합반을 해 한 선생님이 수업을 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수업의 질이 낮아지면 학생들은 중국 현지 학교로 전학을 가게 되고 한국인 정체성 교육은 불가능해진다”고 호소했다.

이에 각국 한국학교들은 국내와 마찬가지로 재외국민에게도 중학생까지 의무교육을 실시해 수업료를 정부가 지원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재외국민 자녀 역시 한국 국적인 만큼 안정적인 교육을 받을 권리가 있다는 논리다.

더불어민주당 안민석 의원은 지난해 7월 한국학교에 순차적으로 입학금과 수업료 전액을 지원하고 정부가 교사를 파견하는 내용의 ‘재외국민의 교육지원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발의해 현재 상임위에 계류중이다. 재외한국학교이사장협의회는 지난 9월 “재외국민 자녀 역시 본국 학생에 준하는 교육 지원을 받아야 한다”며 “개정안을 이번 정기국회에서 조속히 통과시켜달라”고 촉구했다. 

재외국민 감소로 재외한국학교의 재정난이 심화되면서 지원 문제가 도마위에 올랐다. 재외국민 자녀도 의무교육을 받을 권리가 있는 만큼 정부가 수업료를 지원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크다. 중국 대련한국국제학교의 수업 모습. [사진=대련한국국제학교]

그러나 법안 통과까지는 험로가 예상된다. 세금문제와 형평성 문제가 대두되기 때문이다. 국회예산정책처는 법안 통과시 향후 5년간 수업료 등 지원에만 연 평균 361억원의 추가 예산이 소요될 것으로 봤다. 

교육부 관계자는 “재외국민의 의무교육을 실질화해야 한다는 측면에서 공감하고 있지만 국내에 세금을 납부하지 않는 재외국민에 대해 무상으로 교육을 해야 하느냐는 반대 논리도 만만치 않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무상교육을 한다면 현재 한국학교만 하느냐는 반발도 나올 것인데 교민이 있는 지역은 모두 한국학교를 세울 수 없는 현실적 문제도 있다”고 했다.

실비로 각 한국학교나 학생 개인에게 수업료를 지원하는 문제 역시 현지의 서로 다른 물가로 쉽지 않다는 입장이다. 이 관계자는 “베트남의 경우 1년 수업료가 200만~300만원이면 되는데 일본의 경우 1000만원이 넘는다”며 “서로 차등을 두고 주면 반발이 있을 것이고 일정 금액을 주자니 어느 선에 맞출 것이냔 문제가 발생한다”고 부연했다.

현재 교사들의 선호도가 높지 않은 남미나 중동, 러시아 등 일부 학교에 정부가 직접 파견하는 교사 숫자를 늘리는 것이 대안으로 제시된다. 박 이사장은 “현재 선양과 연변 학교의 경우 정부가 교사를 파견해 처우가 우리보다 훨씬 낫고 재정상으로도 도움이 된다”며 “수업료 지원이 어렵다면 교사라도 정부가 파견해준다면 학교 운영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했다.

why37@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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