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기준에 미달할까 깜깜이 접수
제2외국어까지 수십만원 들기도
올 하반기 취업에 고배를 마신 취준생 이모(27) 씨는 각종 어학시험 성적을 갱신할 생각에 눈앞이 깜깜하다. 2년 전 따놓은 토익과 제2외국어 성적은 올해 말로 모두 만료되기 때문이다. 초조하게 인터넷에 떠도는 토익 점수 예상 프로그램에 틀린 개수를 입력하며 예상 점수를 손꼽아 보기를 수차례. 지난 회차 성적이 발표되지 않은 상태였지만 이 씨는 “혹시나 1월 열리는 인턴십에 필요한 성적 기준에 미달할까 불안해서” 다음 회차 토익도 접수했다. ‘토익 스피킹과 제2외국어까지 갱신하려면 수차례 응시료만으로도 30~40만원은 금방’이란 생각에 이 씨는 벌써 부모님께 죄송할 따름이다.
내년 상반기 취업준비를 위해 다시 어학 점수를 갱신해야 하는 취준생들이 어학시험 주관사의 상술에 울상 짓고 있다. 대다수 어학시험 ‘성적 발표일’이 다음 회차 ‘시험 접수 마감일’보다 늦기 때문이다.
취준생들은 지난 시험 결과가 몇 점인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한정된 시간 안에 목표 점수를 획득해야 하다보니 깜깜이 재응시를 반복하게 된다고 말한다.
수차례 토익 시험을 봤다는 취준생 김모(27ㆍ여) 씨는 “지난 시험을 망친 줄 알고 곧바로 다음 회차에 응시했는데, 성적이 나오고 보니 앞서 본 시험 성적이 훨씬 좋더라”며 “성적을 미리 알았다면 누가 5만 원 가까운 응시료를 내고 시험을 또 보겠냐. 시험일정과 성적발표 일정을 짜놓은 걸 보면 절박한 사람들 두 번 시험 보게 하려는 상술 같아 불쾌하다”고 하소연했다.
토익은 지난 3월 응시료가 또다시 인상돼 현재 정기접수 시 4만4500원, 추가접수 기간에 접수하면 4만8900원이 든다. 신토익으로 변경돼 유형도 바뀌면서 문제집을 다시 사는 수험생도 늘어나 논란이 됐다.
취업 필수 스펙이 되어버린 토익 외에 일본어 시험인 JLPT나 중국어 시험인 TSC, 신 HSK 등 대다수 어학시험도 실정은 비슷하다. 지난 회차에 응시해 놓고도 다음 회차 접수 마감 전까지 성적이 나오지 않아 곧바로 다음 시험에 응시하는 상황은 똑같이 반복된다. 대개 한 달에 한 번 꼴로 응시할 수 있는 상황에서 응시료를 아끼기 위해 다음 시험까지 두 달을 기다리기란 쉽지 않다는 응시자들의 한탄도 똑같이 이어진다.
이에 대해 어학시험 주관사들은 시험일정에 맞춰 응시자가 미리 대비하는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토익위원회는 “수험자의 토익 일정 선택의 폭을 넓히기 위해 연간 24회의 시행 일자, 접수 기간, 성적 발표일을 전년도에 미리 홈페이지를 통해 안내하고 있다”며 “이를 바탕으로 수험자가 미리 자신의 응시계획을 수립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고 밝혔다.
반면 다른 시험 방식을 이용하면 성적 조회를 빨리할 수 있다고 답변한 어학시험 주관사도 있었다. 한국 HSK 사무국은 “시험 일자는 중국에서 결정하고 통보한다. 성적처리도 중국 현지에서 처리 시간이 요구된다”며 “기존 방식 말고 컴퓨터로 실시되는 IBT 시험은 2주면 발표되고 성적 조회도 빨리할 수 있다”며 다른 방식을 추천했다. 김유진 기자/kacew@