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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하소설 부담스러우신가요? “일단 열 장만 읽어보세요”


[헤럴드경제=이윤미 기자]대하소설은 읽기 부담스럽다는 이들이 많다. 아예 펴들생각 조차 않는 이들도 있지만 잘 짜여진 대하소설은 헤어나오지 못할 만큼 치명적이다.

소설가 송은일씨(54)가 2007년 첫 출간된 ‘반야 1,2’를 10년 만에 원고지 1만5000매, 대하소설 10권으로 출간했다. 점차 소설의 호흡이 짧아지고 있는 현실을 감안하면 매우 이례적이다. 한국문단에서 이런 긴 호흡의 여성작가의 소설은 박경리의 ‘토지’와 최명희의 ‘혼불’이후 처음이다.



조선 영정조 시대를 배경으로 한 소설은 탁월한 신기로 앞으로 일어날 일을 읽어내는 무녀 반야를 주인공으로 권력을 잡기 위해 이전투구하는 군상들의 음모와 배신, 반인륜적, 패륜적 정치상황을 드라마틱하게 그려내고 있다.



송 작가는 5일 기자간담회에서 “소설은 300년 전 얘기인데, 여러 해 동안 소설 속에서 살다보니, 그 시대와 현 시대가 다르지 않다는 느낌을 받았다”며, “한창 글을 쓰는 와중에 세월호 사건이 나고 큰 사건이 연이어 일어나면서, 이 작업이 결국은 현대 이야기구나, 더 치열하게 써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반야’는 소설 구상까지 합치면 무려 12년의 세월이 걸렸다. 작업노트만 스무권에 이른다. 소설 열 권 내내 등장하는 주요인물만도 100여 명. 엑스트라까지 합치면 소설 등장인물은 400명쯤 된다. 이쯤되면 인물들이 헷갈릴 법도 하다.

“인물의 관계는 헷갈리지 않은데 나이때문에 머리가 아파요. 작업노트에 출생연도 를 적어놓고 햇수를 적어나가요. 주인공 반야가 태어난 해가 영조 즉위 1년이거든요. 주인공들이 나이에 맞는 말과 행동을 해야 하기 때문에 계속해서 정리해 나갑니다.”



시대적 배경은 그리 멀지 않은 옛날을 상정, 궁궐에서 무당을 불러들이는 일이 가능했던 영조시대를 삼았다.

“영조시대에는 유난히 돌림병이 많았어요. 겨울에 40만 명이 죽어나갔는데 이듬해 여름에 60만 명이 또 죽어나가면서 인구 천만의 나라가 1년새 100만명이 죽어나갔다는 기록이 있습니다. 이걸 보고 할 얘기가 많겠다는 생각을 했고 공부를 시작했죠.”



송 작가는 10년 전에 낸 두 권의 소설을 다시 살려낸 데 대해, “당시 하고 싶은 말을 얼추 했다고 여겼는데 더 하고 싶은 말이 많이 남아 있더라”고 했다. 그리고 마음 속에 계속 갈무리를 해나가다 2013년 ‘매구할매’를 쓴 뒤 본격적인 작업에 들어갔다.



처음엔 다섯 권 분량 정도로 구상한 게 쓰면서 열 권으로 늘었다. 일단 여기서 멈췄지만 언젠가 더 쓸 수 있다는 것이다.

송 작가는 이 긴 이야기를 통해 무얼 말하려고 한 걸까.

그는 “사람살이에서 할 수 있는 일을 하는 것과 하면 안되는 것을 하는 사이에서 고민하는 삶의 표현방식의 하나로서 소설을 쓰는 게 아닐까 생각한다”며, 인간살이의 궁극적인 모습을 보여주고자 했다고 말했다.



‘반야’란 이름은 큰 인물에 걸맞는 걸 찾다가 무녀에 맞게 불교적 이름을 골랐다.

흥미로운 이야기와 드라마틱한 전개로 드라마제작 판권이 두 차례 팔려나간 작품이기도 하다.



송 작가는 ‘불꽃섬’‘도둑의 누이’‘매구할매’등 현대소설을 써온 경험과 ‘왕인’‘반야’등 역사소설을 오가는 글쓰기와 관련, “현실의 시류와 현상을 현대적인 언어로 그려내는 데 있어서 감각이 뒤진다는 작가로서의 한계를 느꼈다”며, “역사물은 그런 한계를 느끼는 게 덜하고 상상력이 작동하기에 자유로워 좀더 편안하게 이야기 할 수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소설을 쓰지 않을 때는 TV를 끼고 산다는 작가는 드라마 매니아다. 24시간 드라마 재방송을 볼 때도 있다고 했다.

대하소설에 입문하는 좋은 방법은 없을까?

“새로운 세상으로 들어가는 거니까 익숙해지는 시간이 필요해요. 일단 열 장, 스무 장 읽어내면 빠져들게 됩니다. ‘낯선세상 한번 구경해볼까’하는 열린 마음으로 들어간다면 다른 어떤 놀이보다 더 고요한 즐거움을 느낄 수 있습니다.”

/mee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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