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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편의점 의약품 갈등 ①] “응급상황 대비” vs “藥부작용 심각” 극단 대립
- 약사회 임원 자해소동…제산제 등 편의점 의약품 확대 무산
- “오ㆍ남용 우려”…약사회, 정부 등 ”소비자 편의“ 주장 반박
- 일각에서는 일선 약국 매출 감소 우려 탓이라는 의견 제기돼

[헤럴드경제=신상윤 기자]편의점에서 판매할 수 있는 의약품 품목 확대에 대한 결론 확정이 미뤄졌다. 관련 회의에서 이를 반대하는 대한약사회 임원이 자해 소동을 벌여 논의 진행이 불가능해진 탓이다.

이처럼 약사단체에서 편의점 의약품 품목 확대를 반대하는 이유는 응급 상황 발생시 소비자 편의를 위해 허용해야 한다는 정부, 시민단체 등의 주장을 반박하고 있기 때문이다. 약사회 측은 편의점 가맹점주나 아르바이트생이 판매해 부작용이 급증해 반대한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하지만 일반의약품 매출이 줄어들 것을 우려하는 약국들의 고민이 내포돼 있다는 주장이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다.

지난 4일 보건복지부가 ‘안전상비의약품 지정심의위원회’ 제5차 회의를 열었으나 편의점에서 판매하는 안전 상비 의약품’ 품목 추가에 반대하는 대한약사회 임원의 자 해소동으로 결론을 내리지 못한 채 이달 중 6차 회의를 추가 개최하기로 했다. 정부와 시민단체가 ‘응급 상황 대비’를 위해 품목을 추가해야 한다는 입장인 반면 약사회 측은 “의약품 부작용이 우려된다”며 맞서고 있다. 같은 날 오후 서울 시내 한 편의점의 안전 상비 의약품 코너. [사진제공=연합뉴스]

5일 보건복지부와 관련 업계 등에 따르면 지난 4일 복지부는 ‘안전상비의약품 지정심의위원회(이하 심의위)’ 제5차 회의를 열었으나, 이 같은 돌발 사태로 결론이 도출되지 못했다. 이달 중 제6차 회의가 추가 개최될 예정이다.

복지부는 그간 야간ㆍ휴일에 시급하게 사용할 필요성이 높은 일반의약품을 안전 상비 의약품으로 추가 지정하거나, 수요가 적은 의약품의 경우 현재 편의점에서 판매하는 13개 품목에서 제외하는 등의 품목 조정을 논의해 왔다.

현재 안전 상비 의약품은 해열제(4종), 감기약(3종), 소화제(4종), 파스(2종)를 포함한 13개 제품이다. 복지부는 지난해 최상은 고려대 약대 교수에게 연구용역을 의뢰했다. 그 결과 편의점에서 판매되는 안전 상비 의약품 중 43%가 오후 10시부터 오전 2시 사이에 판매됐다. 토요일과 일요일 판매량도 39%에 달했다. 약국이 문을 닫는 시간에 상비약 판매가 많아 국민 편의성 제고를 위해 편의점 상비약 판매 확대가 필요하다는 것이 복지부의 주장이다.

이에 따라 복지부는 보령제약의 ‘겔포스(제산제)’, 대웅제약의 ‘스멕타(지사제)’ 등 2종을 추가하고, 대신 기존 2종을 제외해 안전 상비 의약품 13종을 유지하는 방안을 마련한 것으로 알려졌다. ‘심의위’에 참여한 시민단체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도 “정부는 상비약의 접근성 확대 정책이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시대적 과제”라며 복지부의 안(案)에 힘을 실어 주고 있다.

그러나 약사회는 “약물 부작용과 오ㆍ남용 위험이 커진다”며 편의점 의약품 품목 확대를 반대하고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2016 완제의약품 유통정보 통계집’을 살펴보면 최근 3년간 안전 상비 의약품 공급 금액의 연평균 성장률은 약 28%다. 같은 기간 부작용 보고 건수도 123건에서 367건으로 3배 가까이 증가했다. 특히 편의점 공급 금액 1위 의약품인 진통제 ‘타이레놀’의 경우 설사, 구토, 불면증, 간염 등 부작용이 보고됐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김광수(국민의당) 의원도 “현재 편의점에서 판매되는 의약품은 편의점주나 아르바이트생이 판매하고 있다”며 “전문가의 복약 지도가 전무해 안전성뿐만 아니라 오ㆍ남용에도 무방비”라고 지적했다. 심야ㆍ주말 상비약 수요에 대한 대안으로 약사회와 김 의원은 ‘심야 공공 약국’ 확대를 주장하고 있다.

지난 4일 보건복지부가 ‘안전상비의약품 지정심의위원회’ 제5차 회의를 열었으나 편의점에서 판매하는 안전 상비 의약품’ 품목 추가에 반대하는 대한약사회 임원의 자 해소동으로 결론을 내리지 못한 채 이달 중 6차 회의를 추가 개최하기로 했다. 정부와 시민단체가 ‘응급 상황 대비’를 위해 품목을 추가해야 한다는 입장인 반면 약사회 측은 “의약품 부작용이 우려된다”며 맞서고 있다. 같은 날 오후 서울 시내 한 편의점의 안전 상비 의약품 코너. [사진제공=연합뉴스]

그러나 일부에서는 일선 약국의 매출 감소를 우려한 약사회의 밥그릇 지키기라는 지적이 나온다. 약국에 비해 접근성이 뛰어난 편의점에서 판매하는 일반의약품이 늘면서 약국 매출이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식품의약품안전처 자료를 보면 편의점에서 안전 상비 의약품 판매를 시작한 2012년 59만개에 달했던 해당 약품의 약국 공급량은 2013년 41만개, 2014년 39만개로 줄다 2015년 45만개, 지난해 50만개로 다시 늘었다. 그러나 이는 제도 도입 이전에 못 미치는 수치다. 같은 기간 편의점 공급량은 194만개에서 10배 이상 늘어난 1956만개에 달했다.

약사회에서 내세운 ‘의약품 오ㆍ남용 부작용’도 기우라는 지적이다. 국회 보건복지위원장인 양승조(더불어민주당)의원의 국정감사 자료를 보면 의약품 부작용 보고 건수는 2013년 18만3260건에서 2016년 22만8939건으로 늘었다. 하지만 이 중 안전 상비 의약품과 관련된 부작용 건수는 전체의 약 0.1%에 불과하다.

이와 관련, 복지부 관계자는 “사회적 합의 기구인 심의위가 8개월 이상 논의를 이어 온 만큼 어떤 방식이든 결론을 내야 한다”며 “이달 중 위원회를 재소집해 논의를 마무리 짓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ke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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