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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장주 삼성전자와 김환기 미술시장도 ‘순환매’ 필요
2017 홍콩옥션위크서 한국작가 관심 ↑

지난 11월 마지막 주말, 홍콩은 미술품 경매의 장이 열렸다. 크리스티 홍콩, 필립스 홍콩, 서울옥션 등 주요 경매사들이 일제히 2017년 가을 메이저경매에 돌입 다양한 기록들을 쏟아냈다. 이번 경매에선 한국 작가들의 성적이 나쁘지 않았다. 유명작가의 작품 중 조명되지 않았던 작품이 최고가를 기록하며 낙찰되는가 하면 국내에서도 그닥 알려지지 않은 신진작가들의 작품이 완판되는 등 흥미로운 현상도 나타났다.

경매결과를 살펴보다보니 자연스레 주식시장이 떠올랐다. 정확하게는 금융투자시장의 매커니즘이 연상됐다.

한국 주식시장의 대장주는 삼성전자다. 한국미술경매시장에서 대장은 단연 ‘김환기(1913-1974)’다. 김환기 작품 중 최고 평가를 받는 건 그의 전면점화, 특히 푸른 전면점화가 가장 높은 가격대를 형성하고 있다. 그의 1973년작 ‘고요(Tranquillity) 5-IV-73 #310’은 한국 미술품경매 최고가(65억5000만원) 기록을 보유하고 있다. 그러나 푸른 전면점화가 무한정 존재하진 않는 법, 또한 가격도 많이 오른 상태다. 시장의 관심이 김환기의 다른 작품으로 쏠리는 건 당연한 일이다.

아니나다를까 지난달 26일 서울옥션에 출품된 김환기의 반추상 작품인 ‘모닝스타(Morning Star)’는 구작중 최고가로 낙찰됐다. 28억원에 시작해 40억원에 주인을 찾았다. 삼성전자가 급등세를 보일때 그와 관련있는 삼성그룹주들이 함께 오르는 것과 비슷한 현상이다.

그런가하면 특정주의 급등으로 그 주식이 속한 업종이 강세를 보이는 현상도 나타났다. 같은 ‘단색화’ 작가군에 속하는 하종현, 윤형근, 박서보, 정상화 등의 작품도 시작가보다 높은 가격에 팔려나갔다. 단색화 작가를 넘어 한국 추상작가에 대한 관심도 상당했다. 크리스티와 필립스 경매에 출품된 이우환, 정상화, 박서보, 김창열 작품도 완판됐다. 특히 오수환은 필립스 경매에 처음 출품했는데도 시작가 두 배에 달하는 낙찰가를 기록하기도 했다. 삼성전자가 오르자 전기ㆍ전자ㆍ반도체 업종이 강세를 보이는 것과 유사하다.

이렇게 메인시장에서 ‘쩐의 전쟁’이 일어나는 사이, 부지런한 ‘돈’은 다른 투자처를 물색하고 있다. 바로 시장에 알려지지 않은, 신진작가들이다. 미래를 내다보고 상장 전의 회사에 투자하는 벤처캐피탈들의 시장이다. 크리스티 홍콩은 지난 25일 낮 경매에서 한국의 유망한 작가 13명을 소개한 특별 큐레이티 섹션 작품 13점을 경매에 부쳤다. 결과는 100% 낙찰. 진마이어슨, 구본창, 김근태 등 중견작가도 있지만 손솔잎, 김나율 등 젊은 작가 작품도 높은 가격에 주인을 찾으며 한국 동시대미술에 대한 세계 미술시장의 관심이 드러났다.

문제는 이같은 관심이 일시적이냐 아니면 한국미술의 재평가와 함께 전체적 붐업이 가능할 것이냐다. 주식시장에서 흔히 말하는 시장내 ‘순환매’로 중장기적 상승추세를 구가하기 위해선 끊임없이 매력적인 투자대상이 있어야한다. 증시에서 코스피, 코스닥, 코넥스 그리고 장외시장까지 이어지며 새로운 투자처가 발굴되듯, 이같은 다양한 생태계가 미술시장에도 필요하다. 더 많은, 더 다양한 시도가 절실한 시점이다.

이한빛 기자/vick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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