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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단독] “노조 가입땐 사직서 준비해”…춘천 성심병원 이번엔 노조 탄압
- 장기자랑 논란 한 달도 안됐는데…간호사들 ‘절망’
- “노조 가입하면 생존권 위협 받는다” 협박
- MRI 공사 중단, 병동 폐쇄하겠다 경고

[헤럴드경제=정세희 기자] 간호사에게 선정적인 장기자랑을 강요해 논란을 빚었던 한림대부속 춘천성심병원이 간호사들의 보건의료노조 가입을 막기 위해 “사직서를 준비하라”는 등의 협박한 사실이 드러났다.

4일 헤럴드경제가 단독 입수한 녹취파일에 따르면 수간호사 팀장 A씨는 후배 간호사를 불러놓고 노조에 가입하면 재단이 각종 지원을 끊어 간호사들 생존권이 위험하다며 노조 가입을 막아섰다. 


▶MRI 공사 중단, 병동 폐쇄, 사직서 압박=녹취파일에는 수간호사가 간호사에게 “보건의료 노조가 제1노조가 되면 지원이 없어진다”며 “엑스레이(장비)도 당장 못 들어오게 된다. 병원을 축소하게 될 수밖에 없다고 한다. 간호사들도 합격자 취소하는 사태가 난다”고 한 내용이 담겨있다. 그러면서 수간호사는 “일단 고용이 안정돼야 하지 않니? 생존권이 걸린 문제”라고 압박했다.

또 다른 간호사 B씨는 다른 수간호사로부터 “보건의료 노조 빨리 탈퇴하라. 그러다가 다 잘릴지도 모른다”는 협박을 듣기도 했다.

회유책도 썼다. 간호사 C씨에 따르면 수간호사가 후배 간호사들을 불러내 “두 달치 회비 줄 테니 탈퇴해 달라. 부탁한다”며 회유했다. “병원이 없어질 것 같다. 인원감축을 할 수 있다”며 달래기도 했다.

사직서를 내라고 노골적으로 압박하는 일도 벌어졌다. 간호사 D씨에 따르면 다른 수간호사는 “병동 2개 정도가 문 닫을 것이고 결국 망할 것”이라며 “사직할 사람은 1월 내로 사직하라”고 압박을 가했다.

노조에 가입하면 각종 투자와 지원을 중단하겠다는 재단의 방침은 단순한 엄포에 그치지 않았다. 병원 관계자에 따르면 영상의학과에 도입하려던 40억원 대 자기공명영상(MRI) 기계 도입이 지난 1일로 전면 중단됐다. 보건의료 노조 가입 사태에 대한 병원의 ‘경고’였다. 영상의학과 간호사 E씨는 “병원 측이 보건의료 노조가 덩치가 커지면 MRI 등 병원의 각종 투자를 모두 끊겠다고 통보했다”며 “이미 MRI 설치 공사가 진행된 상황이었는데 일방적으로 중단됐다”고 말했다.

▶간호사 장기자랑 논란 공식사과 한달 만에 돌변=재단인 학교법인 일송학원은 지난달 병원 체육대회에 간호사들에게 선정적인 춤을 추도록 강요한 사실이 알려지자 공식 사과를 한 바 있다. 그러나 다른 한편에선 병원 내 갑질 문제로 노조를 가입을 하려는 간호사들을 압박한다는 의혹이 나온다. 계속된 노조 가입 탄압에 간호사들은 두려움에 휩싸인 것으로 알려졌다. 노조 가입을 포기한 간호사들도 나타났다. 한 간호사는 “장기자랑 논란으로 사과까지 했던 재단이 상처받은 간호사들이 노조에 가입하겠다는 것까지 탄압할 줄 몰랐다. 절망스럽다”고 전했다.

재단의 노조 탄압 배경에는 재단에 우호적이었던 한림대학교춘천성심병원노동조합(이하 직원노조)이 제1 노조 지위를 상실하게 될 것이라는 우려가 자리잡고 있다.

현재 병원은 직원 노조와 보건의료 노조 등 2개의 복수 노조로 운영되고 있다. 지금까지 간호사 대다수는 직원 노조에 소속돼 있었다. 하지만 간호사 장기자랑 논란 등 각종 갑질 문제가 공론화되면서 약 300명의 간호사들이 보건의료 노조행을 택했다. 기존의 직원노조에 간호사 내부의 각종 비리문제를 고발해도 아무런 소용이 없었다는 게 이들의 설명이다.

병원 내 갑질 횡포를 이기지 못하고 기존 직원 노조를 나온 간호사들로 보건의료노조는 회원수가 10명에서 현재 307명으로 증가했다. 반대로 직원노조는 380명에서 210명으로 대폭 감소했다. 사측에 우호적인 직원노조가 제1 노조 지위가 위협받게 되자, 수간호사를 통해 압박한 것으로 풀이된다.

간호사들의 투쟁은 지속될 전망이다. 이번에 보건의료노조를 가입한 한 간호사는 “장기자랑 논란 뿐만 아니라 각종 회사의 갑질로 수치심과 모욕감에 고통스러웠다”며 “이제는 인간으로 대접받고 살고 싶다”고 말했다.

sa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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