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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직장인 70%가 걸렸다는 ‘넵병’…“예스맨들의 애환, 공감”
-직장인 70% “넵병 앓는 중”…‘.쩜쩜쩜 살인마’ 신조어도
-국립국어원은 “‘넵’ 사용지양…대신 표준말 ‘옛’ 써야”
-전문가 “직장 권위주의 여전…상급자 위한 감정노동”

[헤럴드경제=김유진 기자] ‘상사의 지시가 떨어지면 ‘넵’이라고 대답하고 보는 강박’. 최근 직장인들의 공감 신조어로 떠오른 ‘넵병’의 정의다. 상사의 업무 지시에 조금이라도 더 결의에 차보이는 ‘넵’으로 대답하게 된다는 직장들의 넵병에는 예스맨이 돼야 하는 을의 애환이 서려있다. 일각에서는 넵병을 ‘직장 권위주의’의 또다른 증거라는 지적도 나온다.

3년차 직장인 정진우(30ㆍ가명) 씨는 직장 상사의 카카오톡 업무지시에는 항상 ‘넵’이라고 답한다. 스스로를 ‘넵병 말기’라는 정 씨는 “상사가 카카오톡으로 업무지시를 할때 동의하든 하지 않든 ‘넵’이라고 충성부터 맹세해야 하는데, 이게 ‘병(病)’ 아니고 뭐냐”며 “토씨 하나까지 눈치봐서 골라야한다”고 한숨을 쉬며 말했다. 이어 “회사가 아니라 군대의 연장 같았다.1, 2년차때까지 회의에서 의견을 제기할 때조차 위축됐다”고 털어놨다. 

[사진=온라인 커뮤니티]

우리나라 직장인 10명 가운데 7명이 상사 지시가 부당하다고 느낄 때에도 긍정적인 답변을 하는 이른바 ‘넵병’을 앓고 있는 설문조사 결과가 씁쓸함을 더한다. 28일 취업포털 커리어가 직장인 744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70.3%가 ‘상사의 지시가 부당하다고 느낄 때에도 긍정적인 답변을 하는 편이다’고 답했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긍정적인 답변을 하는 편이다’ 56.3%, ‘항상 긍정적인 답변을 하는 편이다’ 14%였다.

5년차 직장인 백모(34) 씨도 마찬가지다. 상사의 지시에 ‘네’라고 답하기에는 뭔가 부족하고 ‘넹’은 다소 장난스런 느낌이 들어 항상 ‘넵’으로 대답한다. 백 씨는 “카톡지시에 ‘넵’이라고 대답해야 군기가 있어 들어보이는 것 같다”면서 “이젠 습관이 돼서 가끔 부모님이나 후배들과 대화에서도 ‘넵’이라는 단어를 사용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올해 신입사원이 된 최현정(27ㆍ가명) 씨는 넵병과 더불어 직장인 신조어로 꼽히는 ‘물음표 살인마’란 단어에 반감을 표시했다. 시도없이 질문을 해서 주변을 피곤하게 한다는 뜻이다. 유의어로는 모르면서 질문하지 않고 끙끙대 주변을 민폐를 끼치는 ‘쩜쩜쩜 살인마’가 있다.

최 씨는 “신입사원이 질문이 많은 건 당연한데 상사들은 좋은 질문, 나쁜 질문을 가리지 않고 죄다 귀찮아한다. 배움 없이 ‘넵’만 하는 기계같은 생활이 지친다”며 “물음표 살인마가 될까봐 쩜쩜쩜 살인마가 돼 가는 꼴”이라고 토로했다.

이처럼 ‘직장 권위주의’를 대표하는 넵병에 대한 국립국어원은 “‘넵’ 사용은 바람직 하지 않으며 ‘옛’을 사용하라”고 답한다. 넵은 표준어가 아니지만 옛은 표준어라는 그 이유다.

그러나 넵과 옛은 ‘표준어냐 아니냐’는 구분 외에 사용되는 맥락에 큰 차이가 없어 직장 권위주의의 대안은 되기 어렵다. 표준어인 ‘옛’의 사전적 정의는 ‘감탄사. 윗사람의 명령이나 요구에 따르겠다는 뜻으로 대답할 때 하는 말’이다. 옛 또한 예문에서 드러나듯 권위적이고 수직적 관계에 사용하는 감탄사다.

이택광 경희대 사회학과 교수는 “카톡은 권위를 덜어낸 새로운 의사소통 수단이지만 직장내 위계 문화와 결합하면서 ‘감정노동’의 일환이 됐다”며 “넵병이 과도한 일상성이 되는 방식으로는 건강한 조직을 만들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언어는 조직문화에 큰 영향을 준다. 지난해 군대에서 ‘다, 나, 까’로 끝나는 말투를 없애기로 한 것도 언어를 통해 재생산 되는 경직성을 없애 위해서였다”고 조언했다.

kacew@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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