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북한을 9년만에 테러지원국으로 재지정하고, 해상무역 봉쇄 조치에 나서자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이 22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 대해 “위험한 전쟁광신자, 가차 없이 때려잡아야 할 천하의 불망종(불망나니)”라고 강도높게 비난했다. 신문은 최근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 5개국 순방에서 정상들과 북핵 대응을 논의하고 북한 인권을 고발한 것에 대해 특히 발끈했다.
신문은 이날 ‘북침의 도화선에 불을 달기 위한 전쟁 행각’이라는 제목의 정세론 해설에서 “트럼프는 이번 행각 기간 가는 곳마다 철면피한 거짓말과 극악무도한 폭언을 일삼으며 우리 공화국에 대한 체질적인 거부감과 뼈속까지 들어찬 적대감을 숨김 없이 드러냈다”고 비판했다.
특히 주한미군기지 방문과 국회 연설을 했던 방한에 대해 “조미(북미) 대결의 역사를 제멋대로 왜곡하며 우리를 모해하고 대조선(대북) 적대시 정책을 합리화하기 위한 범죄적인 행각이었다”고 주장했다.
신문은 “트럼프는 남조선에 날아들어 황당무계한 낭설을 쉴새 없이 불어대며 우리를 도발자로 매도하고 저들은 피해자로 묘사하는 등 실로 파렴치하게 놀아댔다”고 발끈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국회 연설에서 북한의 인권 탄압 실태를 집중 비판한 데 대한 분노를 내비친 것이다.
신문은 “늙다리 깡패가 도적이 매를 드는 격으로 불법이니 위협이니 하고 우리를 걸고 들면서 괴뢰들과 무슨 ‘대응 방안’이라는 것을 모의한 것은 범죄적인 대조선 적대시 정책을 어떻게 정당화하며 반공화국 제재 압박을 한층 강화하기 위한 술책”이라고 강변했다.
아울러 트럼프 대통령이 국회 연설에서 한반도 주변에 핵 추진 항공모함과 핵잠수함 등 전략 자산을 배치했다며 “힘을 통해 평화를 유지하겠다”라고 역설한 것을 두고 “우리에 대한 공공연한 위협으로서 ‘군사적 선택’의 방법으로 반공화국 압살 야망을 실현하겠다고 선언한 것이나 다름 없다”고 반발했다.
신문은 또 이날 ‘군사적 위협 공갈은 우리에게 통할 수 없다’는 제목의 논평에서 미국 일간지 워싱턴포스트(WP)가 지난 4일(현지시간) 미 해군 소장을 인용해 북한 핵시설을 접수하는 유일한 방법은 지상군 투입을 통한 북한 침공 뿐이라고 보도한 것을 강하게 비판했다.
유은수 기자/yes@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