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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뉴스탐색] 계속되는 여진에 지쳐가는 포항주민들…“터전 잃어 막막한 심정뿐“
-“집 돌아본 뒤 엄두 안나 다시 대피소로”
-붕괴위험 속 고통 여전…집수리 등 막막
-안전진단 시일 걸리고 추가 피해도 지속

[헤럴드경제=유오상 기자] 사상 두 번째로 위력적인 규모 5.4 포항 지진. 주요 피해지역으로 분류된 경북 포항 북구 포항고등학교 인근 주민들은 무너진 집과 갈라진 도로를 바라보며 허탈감을 호소했다.

평생을 포항에서 살았다는 김귀자(71ㆍ여) 씨도 지난 지진으로 집 담벼락 상당수가 아예 무너져버렸다. 마당에 가꿔놨던 텃밭은 무너진 담벼락으로 엉망이 됐고, 집안 내부는 가재도구가 모두 쏟아지면서 청소할 엄두도 내지 못하는 상황이다.

김 씨는 지난 15일 강진으로 집이 무너질 가능성도 있다는 주변의 설득에 일단 인근 대피소로 몸을 피했다가 지진 사흘째 다시 집을 찾았다. 도로에 쏟아진 벽돌과 잔해는 지자체에서 나서 정리했지만, 집 내부는 대피 당시 때보다도 엉망이었다. 결국, 김 씨는 집 내부 정리를 포기하고 다시 대피소로 돌아갔다. 김 씨는 “혼자 사는 노인이 벽돌 한 장 들 힘이라도 있겠느냐”며 “이젠 다 포기하고 당분간 친척 집에 들어갈까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지난 15일 규모 5.4의 강진으로 피해를 입은 포항 북구의 한 주택가 모습.

강진 이후 크고 작은 여진이 계속되면서 지난 주말에도 포항시에 접수되는 피해신고는 줄을 이었다. 응급복구는 속도를 내 도로 등은 예전 모습을 찾았지만, 주민들은 터전을 잃고 여전히 붕괴 위험 속에 고통받고 있다.

포항시와 국민재난안전포털 등 피해신고 접수 게시판에는 주말까지 주민들의 피해신고가 이어졌다. 주말까지 접수된 주택 피해 신고만 5107건으로 이중 대부분인 4651건이 지붕 파손 신고였다. 반파와 전파도 각각 367건과 89건이 접수됐다. 지난 17일에는 포항고 총동문회 기념비가 쓰러진 게 뒤늦게 확인돼 동문회 측이 구청에 피해를 신고하는 일도 있었다.

주말까지 응급 피해복구 작업이 이어져 민간시설의 응급 복구율은 89%를 넘어섰지만, 주민들이 실제 집으로 돌아가기까지는 시일이 걸릴 전망이다. 진앙 근처라 피해가 극심했던 포항 북구 흥해읍의 한 아파트는 지난 19일 밤늦게 안전진단이 끝나 주말 동안 주민들은 생필품을 가지러 갈 수도 없었다.

주택가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군까지 나서 피해복구에 나섰지만, 주택가 곳곳에 균열과 파손이 발견되면서 길가에 버려진 파편을 치우는데도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전망이다. 주민들도 동네 대부분이 피해를 입어 무너진 집에 손을 댈 수 없는 상황이다. 포항 북구에 사는 권모(49) 씨는 “형편이 어려운 이웃들은 돈을 지원받는다 하더라도 집에 들어가기까지 긴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며 “다른 주민들도 당장 자기 집 수리를 어떻게 해야 할 지 막막한 심정”이라고 했다.

노인이 많아 피해 복구가 더딘 지역은 주말에도 자원봉사자들이 발 벗고 나서 복구를 도왔다. 자원봉사자 원승재(70) 씨는 “온종일 도로에 떨어진 벽돌을 치웠지만, 일손이 부족한 상황”이라며 “그나마 자원봉사자들이 나서 주민들을 돕고 있어 잔해 정리 등 당장 시급한 작업을 해결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osyo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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