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김현경 기자] 군부 쿠데타로 가택연금 상태에 처한 로버트 무가베(93) 짐바브웨 대통령이 퇴진을 거부하고 내년까지 임기를 채우겠다고 버티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16일(현지시간) BBC, 뉴욕타임스(NYT), AFP통신 등은 짐바브웨 군부 소식통을 인용, “무가베 대통령이 퇴진을 거부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소식통은 “그들(군부와 무가베 대통령)은 오늘 만났다. 그(무가베 대통령)는 퇴진을 거부하고 있다. 아마도 시간을 끌려고 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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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AP연합] |
BBC는 “무가베 대통령이 내년 대통령 선거까지 자신의 임기를 마치겠다고 버티면서 야당 대표들이 참여하는 과도정부 구성을 거부하고 있다”고 전했다.
짐바브웨 현지 언론 짐바브웨 헤럴드는 수도 하라레에 있는 대통령 사저에서 무가베 대통령과 쿠데타를 주도한 군부 수장 콘스탄틴 치웬가 장군이 웃으며 나란히 서 있는 모습 등 몇 장의 사진을 게재했다.
사진 속 무가베 대통령은 짙은 남색 재킷에 회색 바지 차림으로 미소 짓고 있는 치웬가 장군과 나란히 서 있는데 신변에 큰 이상은 없어 보인다는 게 외신들의 공통된 견해다.
또 다른 사진에서는 남아프리카개발공동체(SADC)가 보낸 대표 2명과 무가베 대통령의 오랜 지인인 가톨릭 사제 피델리스 무쿠노리 신부의 모습도 보였다.
이들은 무가베 대통령과 군부의 정권이양 협상을 중재하기 위해 사저에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군부 쿠데타의 결정적 계기를 제공한 무가베 대통령의 부인 그레이스 여사(52)의 모습은 어느 사진에도 나타나지 않았다.
쿠데타 직후 일각에서는 그레이스 여사가 나미비아로 피신했을 가능성이 제기됐지만 소식통들은 그가 여전히 하레레의 사저에서 지내고 있다고 전했다.
BBC는 그레이스 여사가 집권 여당 ‘짐바브웨아프리카민족동맹애국전선’(ZANU-PF) 내 자신의 지지세력인 ‘G40’ 수뇌부와 함께 여전히 가택연금 상태라고 전했다.
군부는 정변을 일으켜 무가베 대통령을 강제로 퇴진시킬 수도 있겠지만 일단은 외부 중재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정권 이양을 위한 줄다리기를 벌이는 모습이다.
형식적이라도 무가베 대통령이 ‘자발적으로’ 명예롭게 물러날 길을 터주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NYT는 ”통치 기간이 길었고 문제도 많았으며 건강이 급격히 악화하기는 했지만 아프리카를 (백인 통치로부터) 해방시킨 마지막 남은 지도자 중 한 명인 무가베 대통령은 여전히 집권당 내부와 아프리카에서 존경을 받고 있다“고 이유를 분석했다.
이번 협상을 통해 무가베 대통령이 퇴진하더라도 누가 후임자가 될 지는 아직 불명확하다.
NYT에 따르면 유력한 후임자로 가장 많이 거론되는 인물은 수십년간 무가베 대통령을 보필하다 최근 경질돼 해외로 망명한 에머슨 음난가그와(75) 전 부통령이다. 그는 군부 쿠데타가 발생한 이후 귀국길에 오른 것으로 알려졌다.
짐바브웨 총리를 지낸 야당의 모건 창기라이 대표는 이날 무가베 대통령이 “국민을 위해 퇴진해야 한다”고 촉구하면서 짐바브웨의 안정을 위해 “과도기구”가 필요하다며 과도정부 구성의 필요성을 시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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