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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항공모함 레이건함 한미연합훈련 르포] 수십대 전투기 분·초 단위로 이착륙…순식간에 편대 비행
체스판 방불케하는 ‘위저보드’ 첫눈에
“항모 갑판은 가장 위험한 곳 중 하나
매일매일이 특별한 도전의 연속이죠”
美 “기회 있을때마다 공동훈련 계속”


전투기가 출격할 때마다 매캐한 연기가 항공모함 갑판을 뒤덮는다. 전투기 출격 여파로 기자의 몸은 제대로 가누기 힘들 정도로 휘청거린다.

어느 때보다 한반도 군사적 충돌 가능성이 고조된 가운데 미국 3개 핵항공모함 전단의 일원으로 한국작전구역(KTO)에서 고강도 한미 연합훈련을 실시중인 로널드 레이건함(CVN-76)에선 긴장감이 넘쳐났다.

국방부 공동취재단은 한미 연합훈련이 한창이던 13일 레이건함에 올랐다. 먼저 길이 333m. 폭 77m, 높이 63m로 갑판 면적만 축구장 3배에 달하지만 안내자 없이는 금방 길을 잃을 정도로 복잡한 미로 같은 길을 따라 비행갑판통제소인 관제탑에 올랐다. 레이건함 갑판과 전투기 등 항공기들을 축소해 옮겨놓은 ‘위저보드’(Ouija Board)가 가장 먼저 눈에 들어왔다.

미국의 핵 추진 항공모함 3척이 14일까지 동해 상의 한국작전구역(KTO)에 서 우리 해군 함정과 고강도 연합훈련을 실시하고 있다. 사진은 로널드 레이건호에서 F/A-18E 슈퍼호넷 전투기가 출격하는 모습. [미 해군 제공=연합뉴스]

통제사는 갑판 현황을 CCTV로 지켜보면서 체스판의 말을 옮기듯이 바쁘게 손을 놀려 비행기 모형을 이리저리 움직여가며 어지러운 갑판 상황을 통제하고 있었다.

수십대의 항공기가 질서 있게 분, 초단위로 출격하고 착륙할 수 있는 숨은 지휘자인 셈이다.

이어 항모의 핵심인 갑판으로 이동했다.

이동 전 항모 관계자는 “항모 갑판은 세상에서 가장 위험한 곳 중 하나”라고 엄포 아닌 엄포를 놓았다. 이 관계자는 “매일매일이 특별한 도전의 연속”이라며 “수많은 항공기 이착륙을 위해선 완벽한 팀웍이 중요하다”고 거듭 강조했다.

레이건함은 4대의 비행기 이동 전용 엘리베이터를 통해 1분마다 전투기 출격이 가능한 시스템을 갖추고 있었다.

갑판에 나서자 각양각색의 조끼를 입은 승조원들이 분주하게 오가며 항공기 이착함 업무를 펼치고 있었다.

국방부 공동취재단이 지켜본 20여분 사이에만 미 해군의 다목적 전투기 FA-18 전투기 9대와 적 지휘통신망과 방공망 무력화를 목적으로 하는 전자전기 EA-18G 그라울러 2대 등 총 11대가 이함했다 착함했다.

취재진이 매연과 바람에 정신없는 사이 떠오른 항공기들은 순식간에 항공모함 상공에서 편대를 이뤄 비행임무 수행에 들어갔다.

항공모함이 거대하다고는 하지만 통상 이륙시 수백미터, 착륙시 1~2㎞의 활주로가 필요한 환경에는 미흡할 수밖에 없다.

이를 가능하게 만드는 것이 ‘캐터펄트’(catapult)와 ‘어레스팅 와이어’(arresting wire)라는 특수장치다.

캐터펄트는 원자로에서 나오는 증기를 이용해 비행기가 짧은 순간 이륙하는 것을 돕고, 바닥에 설치된 쇠줄인 어레스팅 와이어는 착륙하는 항공기의 고리를 걸어 짧은 거리에서 멈출 수 있도록 돕는다.

레이건함이 소속된 제5항모강습단을 지휘하는 마크 달튼 준장은 국방부 공동취재단과의 인터뷰에서 미 3개 항모전단의 공동훈련의 함의가 적지 않음을 강조했다.

달튼 준장은 “3개 항모가 연합작전을 하게 되면 매우 유연하면서도 엄청난 전투력을 발휘할 수 있다”며 “결국, 정책결정자들에게 많은 옵션을 제공한다”고 말했다. 이어 “기회가 있을 때마다 이런 공동훈련을 하려 한다”면서 앞으로도 한반도 인근에서 복수의 항모전단이 참여하는 훈련을 실시할 것임을 시사했다.

달튼 준장은 “3개 항모가 같이 작전하면 3개의 항공부대, 각 항모강습단의 함정들이 바다와 영공에서 어떻게 조율하며 서로 방해하지 작전할 수 있을지 연습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다만 “이번 훈련은 미리 계획된 게 아니다”라면서 “3개 항모강습단이 이 지역에서 같이 훈련할 기회를 얻게 된 것일뿐”이라며 북한의 도발을 염두에 둔 것은 아니라고 거리를 두었다.

신대원 기자/shindw@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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