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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美, 韓 국빈만찬ㆍ인도태평양 논란에 ‘불편기색’

-美 관계자 “친분 다지는 자리에 한일문제 끼여들여…유감”

[헤럴드경제=문재연 기자] 한미 정상간 국빈만찬에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이용수(89) 할머니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포옹을 나눠 화제가 되고 있는 가운데, 익명을 요구한 복수의 한미ㆍ미 정부 관계자는 10일 헤럴드경제에 ‘유감’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미측 관계자는 “한미 정상간 친목을 다지는 자리인 국빈만찬이 한일 역사논쟁의 ‘정치무대’(political podium)으로 전락한 것 같아 아쉬웠다”며 “유쾌하지는 않다”고 말했다. 한미 우호관계를 다져야 할 만찬행사가 한일간 ‘외교전’으로 번진 것에 불편함을 표한 것이다. 이 관계자는 “한미 정상이 주인공이 돼야 할 자리에 한일 역사문제가 부각돼 유감”이라며 “한일 언론에서 이번 일을 부각시키는 것을 자제했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숙 여사가 7일 오후 청와대에서 열린 국빈만찬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내외와 건배하고 있다.[사진제공=연합뉴스]

또다른 미국 소식통은 “미국은 위안부 할머니의 아픔을 공감하고 있다”면서 “하지만 한일간 외교문제를 한미 국빈만찬에서 ‘정치화’하는 것은 다른 차원의 이야기”라고 지적했다. 

국무부에서 십여 년 간 한국 관련 업무를 수행했고, 한국과장을 지냈던 데이비드 스트라우브 세종연구소 객원연구원은 “트럼프 대통령과 이용수 할머니와의 포옹이 정책결정자에 의해 ‘연출’된 것이라면 이는 심각한 외교적 결례”라며 “미국으로서는 일본도, 한국도 동맹국가다. 한일 간 다뤄야 하는 문제에 미국을 끌어들이려는 제스처는 부적절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친구를 초대해놓고 ‘네 절친은 나쁜놈이야’라는 메시지를 준다면 초대받은 손님은 기분나쁠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미국 정부는 이번 사건을 한일 언론경쟁에 따른 ‘해프닝’으로 정리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마크 내퍼 대사대리는 전날 외교부 공동취재단과의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이용수 할머니가 포옹한 것에 대해 “한국과 일본 언론이 과도하게 해석하려고 하는 것 같다”며 “단순히 인간적인 제스처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날 초대받은 손님을 맞이한 것뿐”이라고 설명했다. 내퍼 대사대리는 7일 국빈만찬에서 독도새우가 제공된 것에 대한 질문을 받았을 때 살짝 웃으며 “노코멘트하겠다”며 “좋은 식사자리였고, 좋은 공연이었다”고도 답했다.

스트라우브 객원연구원은 “지난 1박 2일간 한미 정상회담 성과 자체가 컸기 때문에 이번 일은 작은 아쉬움으로 남는 문제”라며 “하지만 이같은 의전이 실무진의 실수가 아닌 의도적인 연출이었다면 한미 실무단 사이에 신뢰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꼬집었다.

한미 관계자에 따르면 문재인 정부는 7일 주최한 트럼프 대통령의 환영만찬에 초대할 귀빈명단을 미측에 구체적으로 설명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한미 관계자는 “청와대 의전 측으로부터 전날 귀빈명단을 전달받았고, 귀빈들의 배치가 어떻게 돼있는지는 통상 주최측에서 결정하기 때문에 알고 있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주한 미국대사관도 “경호 상 문제 때문에 전체 일정이나, 대통령의 이동경로 등에 대해서는 사전협의하는 것이 원칙”이라면서도 “국빈방문에 대한 만찬의전 등은 가급적 주최 측에서 마련해주는대로 간다”고 밝혔다.

한편, 미국 소식통은 트럼프 대통령이 문재인 대통령에게 제안한 ‘인도ㆍ태평양 구상’은 일본이 추진해온 구상이라는 청와대 관계자 발언에 대해 “미국은 아시아태평양을 넘어 인도 및 동남아국가와의 외교에 힘써왔다”며 불편함을 우회적으로 나타내기도 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트럼프 대통령이 한미 정상회담에서 문 대통령에게 ‘인도ㆍ태평양 지역안보’에 협력해줄 것을 제안했으나, 문 대통령이 일단 수용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익명을 요구한 외교안보 전문가는 "동맹 간 이견이 나쁜 것은 아니다"면서도 "그러나 그것을 어떻게 표현하느냐는 측면에서 아쉬움이 있다"고 말했다.
munja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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