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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연중기획-③공공장소 에티켓] “셀카 잘 나온다면 꽃 좀 밟으면 어때” 씁쓸한 풍경
- 공원 내 억새밭ㆍ화단 ‘몸살’
- 아이들 훼손에도 부모들은 팔짱만
- 무분별한 사용으로 운동기구 안전도 ‘위험’

[헤럴드경제=원호연 기자]도심 속의 공원은 일상생활에 지친 시민들이 여유를 갖고 스트레스를 날리는 동시에 운동을 통해 건강을 관리할 수 있는 휴식처다. 전국 지방자치단체는 세금을 들여 공원을 확충하는 한편 다채로운 행사를 열어 시민들이 참여할 수 있도록 한다. 그러나 개인의 즐거움에만 몰두한 몇몇 시민들이 꽃을 짓밟거나 운동기구를 훼손하면서 다른 사람의 눈쌀을 찌푸리게 하거나 안전을 위협하고 있다.

지난 5일 경기도 과천시 정부종합청사 앞 공원엔 억새밭을 찾은 시민들이 가을 정취에 흠뻑 빠져있었다. 시민들은 억새밭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으며 만추(晩秋)의 정취를 즐기고 있었다. 그러나 이들 주변에는 사람들의 발에 밟혀 바닥에 널브러진 억새들이 여기 저기 눈에 띄었다. 사진이 잘 나올만한 뷰포인트는 뭉텅이로 바닥에 쓰러져 있는 것이 눈에 띄었다.

[사진설명=공원 내 화단을 침범해 사진을 찍는 일부 몰지각한 시민들로 꽃들이 훼손됐다. 김유진 기자/kacew@heraldcorp.com]

억새밭 만은 아니었다. 잔디밭에 돗자리를 펴고 소풍을 나온 가족들 중 일부 어린 아이들은 잔디밭 주변에 심어진 관목 줄기를 잡고 흔들었지만 부모 중 어느 한 사람도 이를 말리지 않기도 했다.

산책을 나온 주부 조인영(35) 씨는 “모처럼 가을 정취를 즐기려고 나왔는데 일부 몰지각한 사람들 때문에 눈살이 찌푸려진다”면서 “억새와 나무를 관리하기 위해 시청에서 인력과 비용을 들일텐데 혼자 좋은 사진 찍고 재미있게 놀자고 함부로 다루면 세금도 낭비되고 어린 자녀들 교육에도 나쁜 것 아니냐”며 한숨을 내쉬었다.

경기도 안양시 평촌 중앙공원 내 화단도 듬성듬성 검은 흙을 드러낸 채 쑥대밭이 되었다. 꺾인 꽃가지들은 바닥에 시들어 있었다. 아침 저녁으로 산책을 나온다는 주부 임모 씨(51)는 “화단 앞에 쪼그리고 앉아서 사진 찍으면 예쁘게 나오다보니 아이들 사진을 찍어가는 부모나, 커플들 때문에 쥐 파먹은 것처럼 망가졌다”며 “나도 옛날에 억새밭에서도 사진찍고 했지만 이제는 창피해할 줄 알아야 한다”고 꼬집었다.

운동을 나온 직장인 조모(37) 씨는 “화단 앞에 들어가지 말라고 표지판 백번 붙어있어도 안 지킨다. 꽃 다 밟고 들어가도 사진찍는 건 1~2분 한 순간인데 종일 쳐다보고 감시할 수는 없는 노릇”이라며 “알아서들 지켜야할 문제”라며 선진 시민의식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사진설명=과천 정부종합청사 앞 억새밭 역시 시민들이 밟고 지나가 꺾인 억새로 어수선하다. 원호연 기자/why37@heraldcorp.com]

공원 내 운동시설 역시 모두의 자산을 소중히 여기지 않는 일부 시민들의 이기심에 몸살을 앓고 있었다. 같은 날 저녁 경기도 고양시의 한 공원에 설치된 운동기구에는 사람들 대여섯명이 모여 체력을 단련하고 있었지만 두 다리를 받침대에 올려 공중 걸음을 하는 허벅지 단련 기구는 아무도 이용을 하고 있지 않았다. 주부 나모(56)씨는 “한동안 잘 쓰던 운동기구인데 느낌이 뻑뻑하고 고장난 것 같아 속이 상한다“면서 “일전에 운동기구를 장난감처럼 생각하고 마구 달리는 사람들이 눈에 띄었는데 그때문인 것 같다”며 아쉬워했다.

가족과 함께 주말마다 배드민턴을 치러 나온다는 한모(23)씨는 “ 가장 불쾌할 때는 여기서 술 마시는 사람들 볼 때”라며 “과자 봉지랑 캔이 뒹굴거리면 운동하면서도 화가 나는데 왜 제재를 하지 않는지 모르겠다”며 강력한 단속을 촉구했다.

한국소비자원이 전국 체력단련시설 50곳을 조사한 결과 28곳은 기구가 고장나거나 파손돼 있었고 20곳은 기구 고정이 불안정해 흔들리는 상태였다. 이처럼 고장난 운동기구는 시민들의 안전도 위협했다. 소비자위해감시시스템(CISS)에 접수된 야외 운동기구 관련 안전사고는 매년 증가세다. 연령별로는 ‘만 10세 미만’ 어린이가 39건으로 전체 73.5%를 차지해 가장 많았고 50대 이상 고연령층에서도 13.3%가 발생했다. 사고원인은 ’부딪힘‘이 41.5%로 가장 많았고 ▷’미끄러짐ㆍ넘어짐‘ (28.3%) ▷눌림ㆍ끼임 (15.1%) ▷추락 (13.2%)이 그 뒤를 이었다.

시민 이모(43)는 “공짜라서 사람들이 막 사용하는데 아마 자기 물건이라고 생각했다면 이렇게 안했을 것“이라며 “관리가 어렵다면 돈을 받는 것도 책임감을 부여하는 방법”이라고 제안했다.

why37@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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