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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트럼프 ‘돌출발언’, 文정부 국빈외교가 막았다?
-日, 트럼프-아베 친분 강조한 ‘친분외교’
-트럼프, 친구에게 하고픈 말하듯…아베에게 ‘돌출발언’
-韓, 1박2일 동안 공식일정으로 꽉 채워
-트럼프, 사업하듯 발언수위 조절…정제된 표현

[헤럴드경제=문재연 기자] ‘국빈’으로서 25년 만에 한국을 방문한 미국 대통령은 어느 때보다 절제된 모습이었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8일 1박 2일간의 방한 일정을 단 한 차례의 강경발언 없이 마무리했다. 북한을 향해 ‘화염과 분노’, ‘완전 파괴’ 등 거친 위협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 ‘꼬마 로켓맨’ 등 조롱성 발언을 했던 과거와는 사뭇 다른 모습이었다. 이같은 변화에는 모든 일정에서 철저히 ‘격식’을 강조한 국빈외교에 있었다.

지난 1박 2일간 청와대는 첫 국빈 방문의 품격을 부각시키는 데 집중했다. 문재인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과의 개인적인 친밀감을 강조한 행사보다는 공식행사로서의 격식을 강조한 것이다. 실제로 지난 1박 2일 간 트럼프 대통령의 일정은 새 주한미군 기지인 경기도 평택 험프리스 기지 방문과 한미장병들과의 오찬, 청와대 환영식과 단독ㆍ단체 정상회담, 국빈만찬 등 국가원수 대 국가원수 간의 ‘격’을 따지는 행사들로 가득했다. 문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의 개인적 친분을 강조한 행사는 청와대 경내산책과 문 대통령 내외와 트럼프 대통령 내외가 함께한 차담회가 전부다. 문 대통령은 험프리스 기지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직접 맞이해 대통령 사상 처음으로 방한 중인 미 대통령을 미군기지에서 맞이했다. 

[사진제공=연합뉴스]

트럼프 대통령이 2박 3일 아베 신조(安倍 晋三) 일본 총리와 보낸 2박 3일간의 일정은 골프회동과 햄버거 오찬, 도쿄 시내 와규 철판구이 만찬, 워킹런치(일하면서 먹는 점심) 등으로 개인적 ‘친분’을 다지는 성격의 행사로 가득했다. 아베 총리는 트럼프 대통령과의 골프회동에서 세계 4위 골퍼인 마쓰야마 히데키 선수까지 라운드에 동반하는 등 ‘극진한 대접’을 했지만, 이마저도 트럼프 대통령의 개인성향과 친분을 강조한 것이었다. 

결국 서로 극명하게 달랐던 의전양식은 트럼프 대통령의 ‘입’을 바꿨다. 트럼프 대통령은 아베 총리에겐 노골적으로 통상불만을 털어놓은 반면, 문 대통령에게는 ‘나름’의 격식을 갖춰 무기구매 및 통상협의를 촉구했다. 고명현 아산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트럼프 대통령이 이번 방한을 계기로 문 대통령에 힘을 실어준 것은 분명하다”면서도 “하지만 워싱턴 내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여전히 아베 총리를 신뢰하고 있고, 친구이기 때문에 되레 강한 발언을 편하게 했다는 분석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트럼프 대통령을 짧은 기간에 이렇게 성대하게 맞아준 곳도 없었다”며 “격식있는 의전이 트럼프 대통령이 돌발발언을 할 만한 여지를 막은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사진제공=연합뉴스]

결과적으로 방한 전부터 트럼프 대통령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과 방위비 분담, 한중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ㆍTHAAD) 협의에 대해 불만을 제기할 것이 우려됐지만 원론적 수준의 언급에서 그쳤다. 무엇보다 가장 큰 성과는 북한을 향한 ‘발언’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한미 정상회담에서 “북한이 협상테이블로 나와 우리와 합의를 끌어내는 건 북한 주민에게도, 전세계 시민에게도 좋은 것”이라며 김 위원장과 북한을 겨냥한 고강도 비난과 과격한 표현 대신 협상과 외교적 해결에 초점을 뒀다. 국회연설에서도 북한의 인권실태와 거듭된 핵ㆍ미사일 도발을 맹비난했지만, 지난 9월 유엔총회 연설 당시 ‘로켓맨의 자살임무’와 같은 과격한 표현은 나오지 않았다. 대신 트럼프 대통령은 “변명의 시대는 끝났다. 이제는 힘의 시대”라며 “평화를 원한다면 우리는 늘 강력해야 한다. 세계는 악당 체제의 위협을 관용할 수 없다”고 북한을 향해 경고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연설에서 북한의 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총체적인 비핵화(CVID) 원칙을 재천명했다.

munja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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