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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그놈, 목소리②] 근절되지 않는 보이스피싱 범죄…올한해 피해액만 ‘1909억’
-경찰청 집계, 올 1월부터 10월까지 보이스피싱 범행 피해액 1909억
-같은 기간 보이스피싱 범죄는 총 1만8921건으로 전년 대비 증가


[헤럴드경제=고도예 기자] #급전이 필요하던 A씨는 지난달 솔깃한 제안을 받았다. ‘신한체크카드론’에서 대출을 받아 대출금을 상환하면 실적이 쌓여 고액을 저금리로 대출받을 수 있다고 했다. 자신을 은행 여신팀 대출 담당 직원이라 소개한 남성은 대출금을 상환할 통장도 지정해줬다. A씨는 이 남성이 알려주는 계좌로 2회에 걸쳐 1000만 원을 보냈다. 그러나 약속했던 대출은 이뤄지지 않았다. A씨는 은행에 전화를 걸어 확인한 뒤에야 ‘보이스피싱’을 당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이 남성은 은행 직원을 사칭했고, 알려준 통장은 대포통장으로 드러났다.

보이스피싱 범죄가 불황 속에 독버섯처럼 번지고 있다. 지난해 대검찰청은 보이스피싱과의 전쟁을 선언하고 전국 18대 지방검찰청에 전담 수사팀을 꾸렸지만, 범행은 근절되지 않고 점차 치밀해지는 모양새다. 

[사진출처=연합뉴스]

7일 경찰청에 따르면 올 1월부터 10월까지 발생한 보이스피싱 범죄는 지난해(1만 7040건)보다 늘어난 1만 8921건에 이른다. 보이스피싱 범죄는 수사기관과 금융당국의 노력으로 지난 2014년(2만 2205건) 이래 감소하는 추세였지만, 올해 다시 반등한 것이다. 집계된 피해액도 총 1909억 원으로 전년(1468억 원) 대비 30% 가까이 늘었다.

주로 중국ㆍ동남아에서 범행을 벌이는 보이스피싱 단체를 국내 수사기관이 소탕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는 의견도 많다. 사정당국 관계자는 “수사기관이 국내 총책을 붙잡더라도 단체의 총책은 해외에 머무르는 경우가 대다수”라며 “결국 해외 총책의 주도 아래 새로운 조직원을 포섭해 범행을 이어간다”고 했다. 보이스피싱 단체가 개별 ‘점조직’ 형태로 운영되기 때문에 조직 전체를 검거하기 쉽지 않다는 의견도 있다. 보이스피싱 사건 수사 경험이 있는 한 경찰 관계자는 “해외에 근거지를 둔 단체를 수사하려면 결국 해당 국가와의 사법 공조가 이뤄져야 하지만 이 역시 쉽지 않은 상황”이라며 “범행이 차명전화기나 대포통장으로 이뤄져 사용자를 사실상 찾아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수사기관의 추격을 피해가면서 보이스피싱 수법은 날로 진화하고 있다. 금융당국이 사기범이 피해자 계좌에서 돈을 쉽게 빼가지 못하도록 대책을 강구하자, 사기범들은 기관을 사칭해 직접 돈을 넘겨받는 대담한 수법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앞선 사례처럼 ‘070’ 인터넷 전화가 아닌 ‘02’ ‘010’ 등의 번호로 위장해 보이스피싱에 나서는 사례도 적발됐다.

최근에는 수사기관 사칭 대신 저금리 대출을 빙자한 보이스피싱 범행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 소비자에게 “저금리 대출을 받으려면 고금리 대출을 받은 이력이 필요하다”며 돈을 빌릴 것을 권유하고, 자신이 해당 금액을 상환처리 한 뒤 저금리 상품으로 대환ㆍ대출해주겠다는 수법이다.

경찰청에 따르면 올 1월부터 10월까지 집계된 보이스피싱 범죄 발생 건수 가운데 ‘대출 사기형’이 1만 4337건으로 75%를 차지했다. ‘기관사칭형’ 범죄는 지난 2014년 7635건에서 올해 4384건으로 감소한 반면, 대출사기형 범죄는 지난 2014년(1만 4570건)과 대동소이한 1만 4337건으로 집계됐다.

한편 보이스피싱 사범에 대한 형사처벌은 엄격해지는 추세다. 대법원은 지난달 30일 보이스피싱 조직 총책 박모(46) 씨의 상고심에서 범죄단체조직 혐의를 인정해 징역 20년을 확정했다. 폭력조직을 무겁게 처벌하기 위한 ‘범죄단체 조직죄’가 보이스피싱 단체에도 적용된 첫 사례다. 함께 재판에 넘겨진 준총책 최모 씨에게는 징역 10년, 간부 15명에게는 징역 3년 6개월에서 징역 8년에 이르는 실형이 확정됐다.

yeah@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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