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폭스바겐그룹, 다임러그룹, BMW그룹 등 24개 브랜드 참가
- 일본 완성차, 수소차 전기차 등 미래형 자동차에 주력
- 도요타 수소차 ‘파인 컴포트 라이드’, 1회 충전 1000㎞ 주행
- 닛산 전기차 ‘IMx’, 1회 충전으로 600㎞ 이상 주행 가능
[헤럴드경제=배두헌 기자] “어쩌면 멀지 않은 미래에 자동차라는 개념은 지금과 전혀 다른 것이 될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자동차의 본질이 무엇인지 다시 생각해 보자. 그것은 사람을 움직이게 하는 것이다. 마음을 움직이게 하는 것이다. 우리의 가능성을 넓혀 자유롭게 해주는 것이다. 사회를 전진시키고 경계를 넘어 세계를 더 자유롭게 할 수 있다.”
‘2017 도쿄 모터쇼’ 안내 책자 첫 머리에 쓰여진 소개글의 일부다. 이 소개글의 헤드라인은 “세계를 여기서 움직여 보자”다.
세계 5대 모터쇼 중 하나로 불리는 도쿄 모터쇼가 지난달 27일부터 이달 5일까지 10여 일 동안 일본 도쿄 국제전시장 빅사이트에서 열렸다. 45회째를 맞은 올해 도쿄 모터쇼의 주제는 ‘자동차를 넘어(Beyond the Motor)’였다.
도쿄 모터쇼 관람객들이 미래 모빌리티 사회를 직접 체험해볼 수 있는 참여형 프로그램 ‘2017 도쿄 커넥티드 랩’ 전시장 모습 (사진제공=도쿄 모터쇼) |
도쿄 모터쇼 관람객들이 미래 모빌리티 사회를 직접 체험해볼 수 있는 참여형 프로그램 ‘2017 도쿄 커넥티드 랩’ 전시장 모습 (사진제공=도쿄 모터쇼) |
일본과 유럽의 완성차 업체들은 다양한 콘셉트카와 전기차, 수소차, 자율주행차 등 ‘미래차’의 현주소를 보여주며 전세계 자동차 관계자들, 소비자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물론 최근 중국(베이징ㆍ상하이) 모터쇼 등이 치고 올라오면서 그 위상이 예전만 못하다는 얘기도 나온다. 올해도 총 24개 완성차 브랜드가 참가했는데 일본 자국 브랜드를 빼면 유럽 브랜드 밖에 없다.
폭스바겐그룹(폭스바겐ㆍ아우디ㆍ포르쉐), 다임러그룹(메르세데스-벤츠ㆍAMGㆍ마이바흐ㆍ스마트), BMW그룹, PSA그룹(푸조ㆍ시트로엥ㆍDS), 르노, 볼보 등이 참여한 반면 미국의 ‘빅3’ GM과 포드, 피아트 크라이슬러는 3회 연속 불참했다.
현대차와 기아차, 쌍용차 등 국내 완성차 업체들 역시 도쿄 모터쇼에 참여하지 않았다.
하지만 단순 참여 업체수 만으로 이 모터쇼를 평가 절하할 순 없다. 도요타와 혼다, 닛산 등 일본의 내로라하는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이 각종 미래차를 중심에 내세우며 재도약의 전환점으로 삼았기 때문이다.
먼저 도요타는 수소연료전지자동차 콘셉트카인 ‘파인 컴포트 라이드’(Fine-Comfort Ride)를 전면에 내세웠다. ‘멋지고 안락한 자동차’라는 뜻을 가진 이 차는 밴 형태의 넓은 공간으로 ‘친환경(주행방식)’과 ‘럭셔리(내·외관 디자인)’를 접목시켰다는 평가를 받았다.
파인 컴포트 라이드는 1회 충전으로 1000㎞를 주행할 수 있는데, 이는 현대차가 내년 출시할 차세대 수소전기차(580㎞)보다 크게 앞서는 성능이다. 비록 콘셉트 모델이긴 하지만 수소차 경쟁에서 도요타가 현대차보다 한 발 앞서 나가는 형국이라는 걸 부인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도요타의 수소연료전지자동차 콘셉트카 ‘파인 컴포트 라이드(Fine-Comfort Ride)’ 사진. (사진제공=도쿄 모터쇼) |
도요타의 연료전지 콘셉트 버스 ‘소라(Sora)’ 사진. (사진제공=도쿄 모터쇼) |
도요타는 연료전지를 사용하는 콘셉트 버스 ‘소라(Sora)’도 선보였다. 79명을 태울 수 있는 소라에는 내외부 8개의 고해상도 카메라, 앞뒤 LED 램프, 급출발을 막기 위한 가속통제장치 등이 탑재됐다.
닛산도 ‘IMx’ 콘셉트카를 통해 자신들의 새로운 전기차 플랫폼을 선보였다. IMx는 1회 충전으로 약 600㎞ 이상의 주행 거리를 자랑하는 순수 전기구동 크로스오버 콘셉트 차량이다. 손과 눈의 움직임으로 차량을 제어할 수 있는 완전자율주행시스템을 갖췄고, 새 플랫폼은 바닥을 완벽하게 평평한 구조로 만들어 여유로운 내부 공간과 강화된 주행 역동성을 확보했다.
닛산의 순수 전기구동 크로스오버 콘셉트카 ‘IMx’ 사진. (사진제공=도쿄 모터쇼) |
닛산이 새롭게 개발한 고용량 배터리를 통해 파워도 높였다. 최고출력(320㎾), 최대토크(700Nm) 등 주행성능도 현재 판매 중인 닛산 리프의 2~3배 수준이다.
닛산은 자율주행 기술력도 뽐냈다. 도쿄 모터쇼 공식 개막을 앞두고 오는 2020년 양산을 목표로 하는 최신 자율주행기술 ‘프로파일럿(ProPILOT)’을 적용한 시제품 차량을 도쿄 공공도로에서 시연했다.
혼다의 전기 동력 사용 2인승 자동차 콘셉트카 ‘스포츠 EV’ 사진. (사진제공=도쿄 모터쇼) |
혼다 역시 친환경차를 비롯한 다양한 미래 모빌리티 제품을 소개했다. 세계 최초 8종, 일본 최초 10종을 포함해 총 50종을 내놨다. 혼다의 콘셉트카 ‘스포츠 EV’는 지난달 독일 프랑크푸르트모터쇼에서 선보인 도시형(Urban) EV 콘셉트카의 후속 버전이다. 이름 그대로 주행의 즐거움에 초점을 맞춘 전기차다. 2인승 모델이며 전면부에는 애니메이션에 나오는 로봇 같은 디자인을 입혔다.
이외에도 미쓰비시의 전기차 크로스오버 자동차 ‘e-에볼루션’, 스즈키의 2인승 소형 전기 콘셉트카 ‘e-서바이버’, 마쓰다의 로터리 엔진을 탑재한 ‘비전 쿠페’ 등도 도쿄 모터쇼에서 눈길을 끌었다.
서두에 언급한 도쿄 모터쇼 안내 소개글은 이렇게 마무리된다. “도쿄 모터쇼는 자동차라는 테두리를 넘어 거듭나려고 한다. 세계 최첨단의 지식이 서로 충돌해 새로운 혁신과 비즈니스를 만들어 내는 이벤트로 진화한다. 시대와 함께 성장하면서 모빌리티 산업의 다음 미션을 제시한다. 모든 경계를 넘어, 자동차의 미래를 확장해 나가는 모험의 시작이다.”
미래차 시장에서 뚜렷한 방향성을 잡지 못하고 있는 국내 완성차 업계의 분발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도쿄모터쇼를 통해 나오는 이유다.
badhoney@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