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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취준생, 간절한 고백②] 흙수저 딱지 원망하지만…“취업하면 부모님부터 찾겠다”
-빈부격차로 구분짓는 ‘헬조선’에 분노
-43% “그래도 취업땐 부모님께 감사”

[헤럴드경제=김유진ㆍ정세희 기자] “N포 세대, 열정페이…다 맞죠. 그래도 제일 공감가는 말은 헬조선, 흙수저에요”.

20대 청춘들은 피부로 와닿는 신조어로 여전히 ‘헬조선’, ‘흙수저’를 꼽았다. 우리 사회에서 더 이상 계층 이동은 불가능하다는 원망이 담긴 두 단어다. 헬조선은 여전히 누군가가 살아내야할 현실이고, 흙수저는 보통의 대한민국 청년들이 극복해야할 핸디캡으로 남아있다. 이 두 단어에 취준생 청년들이 자조섞인 공감표를 던진 건 어찌보면 당연하다.

하지만 청년들은 취업하면 가장 먼저 부모님께 미안함과 감사함부터 전하고 싶다고 한다. 헬조선을 떠나 멀리 여행가기, 돈이 없어 못 샀던 물건을 사기, 사치라 여겨 내팽겨진 연애에 돌입하기…. 그동안 누리지 못했던 많은 것들을 뒤로 하고 제일 먼저 부모님부터 챙기고 싶다는 이들의 고백엔, 부모를 원망하고 현실을 저주하는 패배의식 이상의 ‘책임감’이 담겨있다. 

[사진=서울의 한 대학교 열람실의 모습]

이번 생 안 망했다!…“취업해서 부모님께 고마움 전할 것”=1일 KT 대학생 대외 활동 그룹인 모바일퓨처리스트(MF) 255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취준생 리포트’ 설문조사에 따르면 청년들이 취업 후 가장 먼저 하고 싶은 일은 ‘부모님께 감사인사 전하기’(43%)였다. 대학생 255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해당 조사에서 112명이 응답했다. 이어 ‘여행하기’ (40%), ‘쇼핑’ (7%), ‘연애’(2%), ‘친구와의 만남’ (1%) 순이었다.

이는 응답자들이 헬조선과 흙수저를 공감가는 유행어로 꼽은 것과는 대조된다. 가장 공감가는 신조어를 묻는 질문에 다수의 청년들이 ‘자소설’(25%)에 이어 ‘헬조선’(20%)과 ‘흙수저’(12%)를 꼽았다. 이밖에도 ‘N포 세대’(10%), ‘노오력’(5%), ‘인구론(인문계 90%가 논다)’ (7%)라는 답변이 뒤를 이었다.

특히 ‘이생망’(이번 생은 망했다), ‘아프니까 청춘이다’에 공감간다고 응답한 사람은 0%(각 1명)로 각각 최저 응답을 기록했다.

이같은 조사결과에서는 냉정한 현실에 아파하면서도 스스로 딛고 일어서 부모님께 감사인사 드리고 싶은 청년들의 마음이 두드러졌다.

본인을 헬조선 흙수저라 밝힌 서울소재 대학 인문계열 졸업생 유모(27) 씨는 이런 응답에 대해, 부모의 부와 학력이 대물림되는 불공정한 사회라는 것을 공감하지만 내 부모에 원망 대신 감사를 전하고 싶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유 씨는 “2년째 취업준비 중이다. 인맥으로 인턴한 경험이 서류합격에 큰 스펙이 되는 사례를 보면서, 변변한 인턴 하나 하지 못하고 미끄러진 나 자신이 한심했다”며 “하지만 이렇게 만든 사회가 문제지 나이 60이 되도록 열심히 일하는 부모님을 원망하고 싶지는 않다. 헬조선, 흙수저란 말이 싫은 이유가 ’부모님이 그 말을 듣고 좋은 수저 물려주지 못했다고 자책할까봐서‘였다는 한 대학생의 SNS 글을 읽은 적이 있다. 나와 비슷한 많은 20대의 맘을 대변하는 말 같았다. 눈물이 났다”고 덧붙였다.

‘헬조선’ ‘흙수저’는 사회에 대한 저항=전문가들은 ‘헬조선’, ‘흙수저’를 외치면서도 부모님을 원망하지 않는 청년들의 진심이, 현실이 각박해도 스스로 일어나겠는 의지와 오랫동안 뒷바라지 해준 부모님에 보답하고 싶어하는 한국적 특성의 반영이라고 분석했다.

이택광 경희대 사회학과 교수는 “국가가 해결해야 할 복지의 영역을 가정에 전가해온 역사가 헬조선을 만들었다. 가족이 복지의 최후단위가 된 상황이 문제의 원인”이라며 “한국은 캥거루족이 많은 국가다. 학령인구 80% 가까이가 대학을 진학하는데, 그 과정을 국가가 아닌 가정에서 지원해야 했다. 부모들은 그런 부담을 지고도 노후엔 국가 복지만으로는 부족해 소위 ‘자식 농사’에 의존해야 한다. 이런 상황에서 부모 탓을 하기는 어렵다”고 분석했다.

이 교수는 “노력으로 공정한 경쟁을 하자고 만들어진 게 이 사회고 헬조선이다. 해법은 공정 경쟁이 아니다. 대학에 가야 하는데 당장 아르바이트를 하느라 공부를 못하는 학생들에게 필요한 것이 성적에 따라 투명하게 선발하는 대입절차겠냐”며 “경쟁이 아니라 경쟁에 이르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불공평함을 개선할 복지의 역할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흙수저론은 사회에 대한 분노고 권력층에 대한 비판이다. 따라서 오히려 부모에게 노력해도 이것밖에 안 됩니다 하는 ‘죄송한 마음’이 들 것”이라면서 “흙수저론은 학생들의 ‘해도 안된다’는 열등감의 표출이나, 구시렁거림, 단순 불만으로 볼 게 아니다. 예전처럼 시위하지 못하는 혹은 안하는 젊은층들의 청년들의 새로운 방법의 사회에 대한 저항이라고 봐야한다”고 평가했다.

kacew@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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