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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엔씨소프트 사장 부친 살해용의자 혐의 인정 “주차 시비로 우발적 살해”
- 경찰, 진술 신빙성 낮다고 판단 추가 조사중
- 피해자와 주택 공사로 갈등 있었는지 추적
- 경찰, 피의자 신분으로 전환해 수사할 계획


[헤럴드경제=정세희 기자]윤송이 엔씨소프트 사장의 부친이자 김택진 대표의 장인을 살해한 혐의로 검거된 40대 용의자가 혐의를 인정했다.

경기 양평경찰서는 윤모(68)씨를 살해한 혐의를 받는 용의자 허모(41)씨가 혐의를 인정했다고 27일 밝혔다.

허 씨는 전날 오후 5시 45분께 전북 임실의 한 국도상에서 긴급 체포된 뒤 이 사건 수사를 맡은 양평경찰서로 압송됐다. 

27일 오전 엔씨소프트 윤송이 사장 부친 살해 용의자로 지목된 A(41)씨가 경기도 양평군 양평경찰서로 압송되고 있다.[사진제공=연합뉴스]
윤송이 엔씨소프트 사장의 부친 윤모(68)씨가 26일 오전 경기도 양평군 자택 인근에서 숨진 채 발견돼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사진은 출입이 통제된 숨진 윤씨 자택(흰 건물) 주변. [사진제공=연합뉴스]

허 씨는 범행 동기에 대해서 “부동산 일을 보러 양평 현장에 갔다가 주차 문제로 시비가 붙어 우발적으로 살해했다”며 “제 정신이 아니었다. 사람이(피해자) 살았는지 죽었는지도 확인하지 못했다”라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경찰은 단순 주차 시비 문제가 살인까지 이어졌다는 허 씨의 진술은 신빙성이 낮다고 보고 범행 동기를 밝히는 데 주력하고 있다. 

27일 오전 엔씨소프트 윤송이 사장 부친 살해 용의자로 지목된 A(41)씨가 경기도 양평군 양평경찰서로 압송,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있다. [사진제공=연합뉴스]

▶인근 주택공사 문제로 갈등?=경찰은 부동산 컨설팅업을 하고 있는 허 씨와 숨진 윤 씨 자택 인근에서 건축 중인 주택 공사와 관련성이 있는 것으로 보고, 공사 과정에서 그동안 윤씨와 갈등이 있었는지를 조사하고 있다. 경찰은 주변인 조사를 통해 최근 윤 씨가 주택 공사현장 관계자들과 갈등이 있었다는 참고인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윤 씨는 공사현장 관계자들에게 일조권이나 공사 차량 통행 문제에 대해 몇 차례 항의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지금까지 허 씨 휴대전화 통화내역을 조사한 결과, 윤 씨와 관련된 인물과 통화한 내역은 드러나지 않았다.

허 씨는 전라북도 임실에서 압송될 당시 심야 조사에 동의했으나, 1시간여 동안 조사가 이어지자 범행을 자백한 뒤 추가 조사를 거부했다. 경찰은 허씨의 신분을 피의자로 전환하고, 날이 밝으면 수사를 이어갈 계획이다.

앞서 윤 씨는 지난 26일 오전 7시 18분께 자택 주차장 옆 정원에서 부인에 의해 숨진 채 발견됐다. 윤 씨 부인은 남편이 귀가하지 않아 찾던 중 주차장에 피가 보이자 경찰에 “남편 차량이 안 보이고 주차장에 피가 보인다”고 신고했다. 경찰이 도착했을 때 윤 씨는 이미 사망한 상황이었다.

▶우발적 vs 계획적=경찰에 따르면 허 씨의 모습이 CCTV에 최초 확인된 것은 전날인 25일 오후 7시께다. 허 씨는 자신의 차를 운전해 피해자 윤 씨 집 방향으로 이동했다. 이후 30여 분 후 윤 씨의 벤츠 차량이 마을로 들어서는 장면이 같은 CCTV에 찍혔다. 색소폰 동호회 모임 참석을 위해 외출했던 윤씨가 귀가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후 윤 씨의 벤츠 차량은 오후 8시 48분께 마을을 다시 빠져나갔다. 벤츠 차량은 오후 9시 57분께 윤 씨 자택에서 5㎞가량 떨어진 인근 무인모텔 주차장에 모습을 드러냈다. 그러나 모텔 주차장에 이 차를 주차한 사람은 윤 씨가 아닌 허 씨였다.

허 씨는 차를 세워두고 주차장 밖 어딘가로 향했다가 2시간 가까이 지난 오후 11시 43분께 다시 돌아와 차를 몰고 주차장을 빠져나갔다. 그는 모텔 바로 옆 공터에 벤츠 차량을 세워둔 뒤 근처에 세워뒀던 자신의 차로 갈아타고 이곳을 떠났다. 그리고 다음 날인 26일 오전 7시 30분께 윤씨가 양평 자택 주차장 옆 정원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이에 따라 경찰은 윤씨가 마을 입구에 도착한 25일 오후 7시 30분에서 윤씨의 벤츠 차량이 다시 마을 밖으로 나간 오후 8시 48분까지 1시간여 사이에 허 씨가 범행을 한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허 씨가 윤씨보다 먼저 사건 현장에 도착한 점 등에 비춰 계획적 범행일 가능성을 열어두고 수사하고 있다.

숨진 윤 씨의 자택은 김 대표가 윤 사장과 재혼하기 4년 전 이모(50)씨로부터 매입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 집은 양평 북한강가에서 직선으로 1.5㎞ 떨어진 전원주택 마을 외진 곳에 있다.

윤 씨는 산업은행에 근무하다 한국증권금융으로 옮겨 상무를 지내고 2002년 퇴임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택진 대표는 ‘아래아 한글’로 유명한 소프트웨어 개발기업 ‘한글과 컴퓨터’ 창업 멤버로 현대전자를 다니던 중 엔씨소프트를 창업해 온라인 게임 ‘리니지’ 시리즈 등으로 성공한 기업가다. 지난 2007년 11월 윤송이씨와 양가 친지들만 참석한 가운데 결혼식을 올렸다.

서울과학고와 KAIST를 수석 졸업한 윤송이 사장은 미국 MIT 미디어랩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뒤 28살에 SK텔레콤 상무가 돼 화제를 모은 바 있다. 윤씨는 김택진 대표와 결혼 후 엔씨소프트 사장(Global CSO)으로 일하고 있다.

sa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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