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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죽는 법 아니라 사는 법 안내합니다”…사전연명의료의향서 직접 써보니
[헤럴드경제=유오상 기자] “웰다잉(Well-dying)은 죽음을 준비하는 게 아니라 잘 사는 방법을 찾는 과정입니다”

지난 24일 ‘사전연명의료의향서(사전의향서)’와 ‘연명의료계획서’ 시범사업기관으로 선정된 각당복지재단에는 사전의향서를 작성하고자 찾아온 신청자들의 예약 문의 전화가 계속됐다. 상담실에도 이미 신청자가 상담사의 설명을 기다리고 있었다. 시행 이튿날인 이날까지 신청서를 작성하러 찾아온 사람만 12명에 달했다.

이날 모인 신청자들과 함께 사전의향서를 직접 작성했다. 이날 함께 작성에 참가한 박정남(72) 씨는 “죽음을 다른 사람의 얘기라고 생각했지만, 주변에서 힘들게 연명치료를 받는 모습을 보며 사전의향서를 작성하기로 결심했다”며 “먼저 신청해보고 주위에도 필요성을 알릴 계획”이라고 했다. 

사전연명의료의향서 작성 신청 과정을 설명하는 이혜원 각당복지재단 사전의향서 사업본부 팀장

작성에 앞서 신분증 검사가 진행됐다. 누구보다 본인의 의사가 중요한 일이기 때문에 대리 신청 등 부작용을 사전에 방지하는 차원이다. 이날 상담과 신청안내를 맡은 이혜원 각당복지재단 사전의향서 사업본부 팀장은 “지금은 신청자 대부분이 사전지식이 상당한 상황”이라며 “그러나 자발적 의사가 가장 중요한 만큼 충분히 사전 안내를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19세 이상 성인이라면 누구나 사전의향서를 작성할 수 있다. 사전 설명이 끝나고 나서는 상담사와 함께 본격적인 신청서 작성에 들어갔다. 간단한 개인정보를 작성한 뒤에는 자신이 직접 연명치료 중단 유형을 결정할 수 있다. 심폐소생술ㆍ산소호흡기ㆍ혈액 투석ㆍ항암제 투여 항목 중 자신이 선택한 진료에 대해서 연명치료 중단이 가능하다. 모두 선택할 수도, 특정 치료만 선택할 수도 있다. 이 팀장은 “사전의향서를 작성하러 오는 신청자 대부분은 사업의 취지를 생각해 모든 항목에 체크를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신청 과정에서는 참가자들의 질문이 계속됐다. 이날 사전의향서를 작성한 최모(64ㆍ여) 씨는 “항암제 투여에 체크를 하면 언제부터 치료가 중단되는 것인지 궁금하다”고 물었다. 이 팀장은 “연명치료는 치료 가능성이 없고 임종이 임박했다고 담당 의사가 판단했을 때 중단된다”며 “치료 가능성이 남아있는 경우라면 치료가 중단되지 않는다”고 답했다.

호스피스병동 이용 여부에 대해서도 물었다. 기존까지는 말기 암환자만 호스피스병동을 이용할 수 있었지만, 최근 법이 개정되면서 만성간경화 등 호스피스 병동을 이용할 수 있는 질병 목록이 크게 늘었다. 이후 신청의 보류와 철회 등 절차에 대한 안내가 이어졌다. 마지막으로 모든 설명을 들었다는 확인과 함께 서명을 하면 모든 절차가 끝난다. 이후 신청서는 전자문서화돼 연명의료결정 시스템에 등록된다. 모든 과정이 끝날 때까지 30분 남짓 걸렸다.

현재는 내년 2월부터 시행되는 ‘연명의료결정법’에 앞서 점검을 하는 시범운영기간이다. 지금 작성한 의향서도 법적으로 유효하지만, 시범기간 중이라 각당복지재단과 사전의료의향서 실천모임, 대한웰다잉협회, 세브란스병원, 충남대병원 등 5곳에서만 신청을 받고 있다. 사업이 정식 시행되면 전국 기관에서 접수가 가능해진다.

복지재단은 지난 2010년부터 자체적으로 사전의향서 작성 사업을 진행했다. 그간 사전의향서를 작성한 인원만 5만4000여명에 달한다. 도중에 철회한 경우도 없다. 그러나 이들은 사업이 제도화되면서 사전의향서를 다시 작성해야만 한다. 이 팀장은 “기존에는 가족 대리인과 증인이 함께해야만 작성할 수 있었지만, 이제는 본인 의사만으로도 작성이 가능해졌다”며 “현재 이미 작성한 신청자들에 대해서도 재작성 안내가 진행 중”이라고 설명했다.

osyo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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