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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7 혐오공화국①]“장애학교ㆍ반려견 놀이터 반대”…기피않는 시설이 없다
-환경ㆍ복지 등 공익시설보다 ‘내 환경’ 중시
-“주민 참여와 원칙있는 행정 절차가 중요”

[헤럴드경제=이현정 기자] #1. 인천 연수구에 사는 직장인 김모(42) 씨는 얼마 전 초등학교 입학을 앞둔 아들을 다른 자치구 지인 집에 ‘위장 전입’ 시켰다. 자녀의 학교 배정을 위한 결정이었다. 현재 사는 동네에 있는 초등학교에 가게 되면 인근 임대아파트 주민들의 자녀들과 마주칠 일이 많을 것이라는 것이 김 씨의 이유였다. 김 씨는 “임대아파트 아이들과 어울릴 기회가 잦아지면 행여나 부정적인 영향이 있을까봐 아들을 ‘위장 전입’ 시켰다”며 “자녀에게 최대한 좋은 교육 환경을 제공하고 싶은 것이 부모의 마음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2. 서울 서초구는 지난 6월 반포근린공원 내에 반려견 전용 놀이터를 운영하려고 했으나 개장도 하지 못하고 철거했다. 서초구가 사업비 2200만원을 들여 지역 내 최초로 설치한 반려동물 전용 놀이터였다. 위생 문제와 반려견 물림 사고를 우려한 일부 주민들의 항의가 심했기 때문이다. 한 반려동물 보호자는 “반려동물 놀이터가 홍보된지 며칠 만에 철거돼 당황스러웠다”고 말했다.

최근 열린 서울 강서지역 특수학교(서진학교) 설립 토론회에서 장애인 학생 부모들이 학교 설립 반대 주민들에게 무릎을 꿇고 지지를 호소하자 이런 현실을 안타까워하는 여론이 들끓고 있지만 특정 시설이 자기 지역에 들어오는 것을 반대하는 이른 님비(NIMBY) 현상이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 특수학교 등 오랜 시간 님비의 주요 대상이 되어온 시설은 물론 임대주택, 반려견 놀이터 등 주거시설이나 편의시설까지 기피의 대상이 되고 있다.

지난달 5일 서울 강서구에서 열린 ‘강서지역 공립 특수학교 신설 2차 주민토론회’에서 한 장애 학생 어머니가 특수학교 설립을 호소하고 있다. [영상 캡처]

25일 한국갈등해결센터에 따르면 지난 2013년부터 2016년까지 서울시에 접수된 기피시설 관련 민원을 분석한 결과 재활용 시설 등 환경 및 공원 분야가 1위였고 어린이집이나 장애인 복지 시설이 그 뒤를 이었다. 반면 과거 늘 1위였던 도로교통은 감소해 환경이나 복지 시설에 대한 기피가 늘고 있다는 점을 시사했다.

특수 학교의 경우 늘 반복되는 주민들의 반대로 여전히 설립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최근 서울 강서구에 특수학교인 서진학교를 설립하는 문제를 놓고 한 장애 학생 어머니가 주민들을 설득하기 위해 무릎을 꿇고 눈물로 호소하는 영상이 공개되면서 논란이 되기도 했다. 서울시교육청에 따르면 서진학교 말고도 다른 특수학교 2곳 역시 주민들의 반대로 난항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24일에는 강원도교육청이 동해시에 특수학교를 설립하기 위해 개최하려던 설명회조차 일부 주민의 반대에 부딪혀 무산됐다. 특수학교가 들어서면 마을 이미지가 훼손된다는 등의 이유에서다. 이들은 설명회에 참석하려는 주민들을 밀어내고, 특수학교를 만들어 달라는 장애학부모들의 현수막을 빼앗기도 했다.

그러나 기피 갈등을 해결한 사례가 없는 것은 아니다. 서울 마포구에 있는 지체장애 전문 특수교육기관 우진학교는 지난 2000년 설립 당시 크고 작은 갈등이 있었지만 교육당국과 주민간의 지속적인 소통으로 지역 상생 방안을 마련하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기피 갈등을 해결하기 위해선 무엇보다 주민들의 참여와 정부의 예방적 접근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강영진 한국갈등해결센터 공동대표는 “개발에 중점을 뒀던 과거와 달리 주거 환경을 중요시 하는 등 보편적인 생활 방식과 가치관이 바뀌면서 환경 및 복지 시설들도 기피 대상이 되고 있다”며 “공익 시설 건설이더라도 특정 지역에 피해가 예상된다면 정부는 일방적으로 추진하기보다는 주민의 참여를 바탕으로 투명하고 원칙 있는 방식으로 추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ren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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