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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산업화 석유 탱크에 문화를 입히다
상암 문화비축기지 가보니…
‘도시재생 랜드마크’로 대변신
볼거리서 먹을거리까지 가득


상암월드컵경기장역 2번 출구에서 천천히 10분정도 걷다보면 차 소리가 아득해지면서 매봉산 자락 아래에 거대한 물체가 눈에 들어온다. 조심스럽게 한 걸음씩 안으로 발걸음을 옮기면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처럼 새로운 세계에 들어섰다는 느낌을 받기 시작한다.

마포 문화비축기지다. 문화비축기지는 석유를 저장 하던 탱크를 개조해 축구장 22개 크기인 14만㎡ 부지 가운데에 개방형 공간인 문화마당(T0)이 자리하고 6개의 탱크(T1~T6)가 이를 둘러싸고 있다.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기존 자원들을 재활용한 ‘재생’을 통해 만들어졌다는 점에서 ‘서울로 7017’, ‘다시-세운 프로젝트’와 더불어 서울의 대표적 도시재생 랜드마크다. 

석유저장탱크를 유리로 개조한 무대에서 공연을 하고 있다.

지난 21일 찾은 마포 문화비축기지는 시민들로 북적였다. 하지만, 도심의 복잡함과는 다른 기분 좋은 무엇이 있었다. 가족과 나온 시민들 모두 웃거나 호기심에 가득 찬 표정이었기 때문이리라.

먼저 문화비축기지 입구에 넓은 야외마당이 시선을 사로잡았다. 한가운데에 자리 잡은 T0(문화마당)에서는 다양한 공연과 야시장을 만나 볼 수 있었다. 친환경 마을장터 ‘달시장’과 다양한 먹을거리와 핸드메이드 상품이 있는 ‘밤도깨비 야시장’이 이미 많은 시민들을 끌어 모으고 있었다.

이어 방문한 T1은 야외가 보이는 파빌리온으로 미디어와 무용의 컬래버래이션 공연과 암벽과 어우러진 야외공간에는 콘서트가 열리고 있었다.

그 옆에 위치한 T2는 매봉산 암반 지형을 살린 야외공연장 탱크로, 탱크 상부는 야외무대, 하부는 공연장으로 구성돼 있다. 공연이 없는 날에는 야외무대를 휴게쉼터로 활용된다. 가족이나 연인이 앉아서 담소를 나누면서 간단한 음식을 먹기 좋은 공간이다.

기존 탱크 안에 유리천장과 유리벽으로 된 투명 탱크가 들어간 형태로 높이 15미터에 이르는 탱크 내부공간을 기획전시 공간으로 꾸민 T4에서는 예술공간으로 재생된 탱크를 체험하는 ‘탱크가득리볼브’가 진행되고 있었다.

T5는 독특한 전시공간으로 내ㆍ외부의 공간개념을 전환해 내부는 원형을 보존하고, 외부는 석유비축기지부터 문화비축기지까지 41년간의 역사를 기록한 이야기관으로 재구성돼 있다. 오는 10월 31일까지 누구도 알지 못했던 석유비축기지 시절 근로자의 이야기를 담은 ‘1955년 운영팀 안씨가 탱크를 계측한다’ 전시회가 진행되고 있었다. 석유비축기지의 역사를 알고 싶다면 꼭 관람해야할 전시회다.

T5를 나와 조금만 아래도 내려오다 보면 문화비축기지로 재탄생하면서 새롭게 만들어진 T6가 보였다. 이곳은 1, 2번 탱크에서 걷어낸 철판을 재활용해 최대 300명을 수용 할 수 있는 ‘커뮤니티센터’로, 서울시민 누구나 방문해 서울의 도시재생과 관련된 다양한 자료를 볼 수 있는 열람실 및 카페, 회의실, 강의실 등이 마련돼 있었다. 이날 T6에서는 ‘시민토크콘서트’가 진행되고 있었는데, 문화비축기지의 개원을 기념해 시민들과 앞으로 문화비축기지에 담을 가치와 방향에 대해 논의하는 의미 있는 자리였다.

문화비축기지 내 체험행사는 계속해서 진행된다고 한다. 텃밭가드닝, VR놀이터, 논스톱 달리기 퍼포먼스 등 다양한 프로그램이 매주 준비돼 있어 365일 문화가 생성되고 보여지는, 시민들을 위한 문화공간의 역할을 할 예정이다.

문화비축기지를 내려오며 화력발전소에서 미술관으로 거듭난 영국 런던의 ‘테이트 모던 미술관’과 가스공장에서 주거와 문화의 복합시설로 재탄생한 오스트리아 빈의 ‘가소메터시티’가 떠올랐다. 석유비축기지에서 시민들의 문화를 공유하는 공간으로 탈바꿈된 문화비축기지. 이 곳이 국내를 넘어 해외에서도 재생사업결과물의 성공사례로 자리매김하지 않을까.

이진용 기자/jycaf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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