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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박 제품의 비밀 ②] “고것 참 신박하네”…4겹 ‘꼬북칩’ 탄생기
-오리온 신남선 책임연구원 개발 히스토리
-‘계획대로 나오면 대박’ 확신에 8년간 몰두
-월 30억 매출, 누적판매량 1400만봉 돌파

[헤럴드경제=김지윤 기자] 지난 3월. 신박한 과자 하나가 세상에 나왔다. ‘꼬북칩’이다. 4겹의 스낵이 한번의 ‘바삭’에 사라지는 식감은 산뜻한 충격이었다. 출시 직후 SNS에서는 “대박 과자가 나왔다” “완전 신세계” “뜯으면 순삭(순간삭제)” 등의 평이 이어졌다. 편의점, 마트마다 품절이 속출했다. 알고보니 무려 8년이나 걸린 스낵이란다. 총 투자비용 100억원, 테스트만 2000번 이상 거친 제품이다. 그 뒤에는 포기를 모르고 달려온 집념의 사나이가 있다. 오리온 기술개발연구소 개발4팀 신남선(42) 책임연구원이다. 

오리온 기술개발연구소 신남선 연구원은 8년의 연구개발 끝에 ‘꼬북칩’을 만드는 데 성공했다.

▶8년을 품은 자식=“조금만 더 하면 될 것 같은데, 조금만 더…. 이건 분명 대박인데” 신 팀장은 ‘꼬북칩을 개발할 때 가장 많이 되내었던 생각’이라며 이렇게 말했다.

시작은 지난 2009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신 팀장은 ‘4겹과자’를 만들라는 회사의 특명을 받고 연구에 들어갔다. 식감이 가벼울 것, 바삭할 것, 씹었을 때 입에 남지않을 것. 남녀노소 누구에게나 통할 것. 4가지 조건이 전제였다.

원료부터 공정, 설비도 다 처음이었다. 레시피를 만들고 해외 설비업체 5군데와 협업(co-work)했다. 야심차게 시작했지만 ‘이건 도저히 못하겠다’며 3군데가 떨어져나갔다. 신 팀장은 포기하지 않았다. 남은 2군데 업체와 네트워크를 유지하며 제품 테스트를 이어갔다. 결과가 나와도 만족스러운 수준에 이르지 못하면 1부터 재시작했다.

“처음에 4겹을 하나로 만들었는데 전분(녹말가루)이 익으면서 늘러붙었어요. 바삭은 커녕 끈적끈적해졌죠. 심지어 붙은 부분은 딱딱해졌고요. 겹겹을 살리면 마지막에 접합이 안됐어요. 겨우겨우 완성했을 땐 ‘와그작’ 하는 식감이 났습니다. 저희가 원한건 아주 가벼운 ‘바삭’이었죠”

3년이 지나도록 제품은 나오지 못했다. 결국 2011년에는 개발이 중단되기에 이르렀다. 신 팀장은 “분명 머릿속에 있는대로만 나오면 대박을 칠텐데 답답했다”면서 “그 시기에도 설비업체들과 네트워크를 유지하며 기다렸다”고 했다.

2015년 2월, 그는 ‘한번만 더 믿어달라’며 재도전을 시작했다. “그때는 정말 이번에도 안되면 퇴사해야겠단 각오였죠. 가슴에 사표까지 품고 다녔다니까요” 마지막 기회였다. 원료 배합 비율과 수분 함량을 수십 차례 바꾸고 수백번 설비 테스트를 단행했다. 우여곡절 끝에 키포인트를 발견한 그는 드디어 깃털(?)처럼 가볍고 바삭한 식감을 내는 데 성공했다. 8년을 품은 자식 꼬북칩은 그렇게 세상의 빛을 보게 됐다. 


▶일본과자 카피? ‘전혀 다른 구조’
=꼬북칩이 인기몰이를 시작할 무렵, 표절 논란이 불거지기도 했다. 일본 제과업체 야마자키 비스킷 ‘에아리아루(Aerial)’와 세븐일레븐 PB스낵 ‘사쿠사쿠콘’과 유사하다는 지적이었다. 모두 4겹 구조다. 그러나 알고보면 모양만 같을뿐, 꼬북칩과는 제조방식과 식감이 전혀 다르다.

“꼬북칩은 고온의 반죽에 압력을 가해 뽑아내는 가래떡과 유사한 방식으로 제조하는 반면, 일본제품은 얇고 넓게 편 떡을 떡살로 누르는 절편과 유사한 방식으로 제조됩니다. 두 제품을 두고 드셔보시면 차이를 느낄 수 있을거예요”

실제 기자가 먹어본 결과 일본제품은 와일드하고 리드미컬한 식감이라면 꼬북칩은 4겹이 한번에 사라지는 느낌이다. 유사성은 부인할 수 없겠지만 이들의 공통점은 정작 4겹 하나뿐이다. 

꼬북칩은 ‘시나몬’ ‘콘스프’ 두 가지 맛으로 출시된다. 앞으로 다양한 맛이 추가될 예정이다.

▶세계 어디에서도 통하는 맛=“마트에 깔리고 나서 꼬북칩 시식코너에도 여러 번 갔죠. 멀찌감치서 사람들 반응을 살폈어요. 시식 후 ‘맛있다’며 카트에 꼬북칩을 넣는 손님들을 볼 때 얼마나 흐뭇했는지…”

신 팀장은 소비자들의 호응 뿐 아니라 딸 아이가 ‘맛있다’는 칭찬에도 벅찬 기분이 든다고 말한다. “제가 과자를 만들면 우리 애들(4세ㆍ6세 딸)이 가장 냉철하게 평가해줘요. ‘이건 맛있어, 이건 맛없어’ 명확하지요. 신기하게도 맛있다고 한 과자가 실제로 판매율이 높아요. 꼬북칩은 딸들이 제일 좋아하는 과자에요. ‘우리아빠가 꼬부기 과자 만들었다’고 친구들에게 자랑하고 다닙니다.”

신 팀장은 요즘도 ‘가장 맛있는 꼬북칩’을 위해 청주공장을 지킨다. 계절에 따라 옥수수 점도가 달라지면서 레시피도 바꿔야하기 때문이다. 날씨, 시간대별 미세한 변화로도 맛이 달라지기 때문에 제품 안정화가 필수다. 꼬북칩과의 ‘애증’(?) 관계는 아직 끝나지 않은 셈이다.

꼬북칩 판매량은 매달 신기록을 갱신하고 있다. 제과업계서는 통상 월 매출 10억을 히트제품 기준으로 삼는데 꼬북칩은 월매출 30억 수준으로 팔린다. 오리온의 대표 스낵 포카칩을 능가할 메가히트작이 점쳐진다.

신 팀장은 “세계에서 통하는 과자를 만들고 싶다”며 “나라와 인종을 초월해 ‘very good’이라는 말이 나올 수 있는 스낵을 만드는 게 목표”라고 했다.

summer@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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