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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뉴스탐색]“취업하셨나요?” 지긋지긋한 대학교 전화… 취준생은 서럽다
-“불합격도 서러운데”…취업 묻는 학교 취업센터
-계속된 취업 설문에 취준생들 “짜증난다”
-학교 “취업 현황을 조사해야 해 어쩔 수 없다”



[헤럴드경제=정세희 기자] “취업하셨나요? 언제 하셨나요? 어딘가요?” 서울 성북구에 소재한 한 대학교를 졸업한 정나희(가명ㆍ27)씨는 일주일에 한번 꼴로 모교의 불편한 전화를 받는다. 학교의 취업정보센터 오는 전화다. 처음엔 “취업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던 정 씨는 다른 사람이 전화해 같은 질문을 하자 불쾌해지기 시작했다. 정 씨는 “취업준비가 길어지는 것도 서러운데 계속해서 취업 여부를 묻는 것은 상처”라며 “결국 학교 번호를 스팸처리 했다”고 털어놨다.

21일 하반기 채용 시즌이 한창인 가운데, 일부 취업 준비생들은 대학교에서 걸려오는 취업 실태 조사 전화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전화의 주인공은 교내 취업 경력개발센터다. 경력개발센터는 학생들에게 취업관련 정보를 제공하고 취업 교육을 제공하는 기관으로 대부분의 학교에 존재한다. 최근 졸업생들의 취업 현황을 조사하기 위해서 전화나 이메일 등으로 졸업시기, 취업상태, 취업한 회사 등을 물어보는 것으로 나타났다. 

취업준비생들은 이 같은 학교의 연락이 부담스럽다는 반응이다. 서울 마포구에 사는 취업준비생 유모(28)씨는 최근 학교 측의 전화를 두 번이나 받았다. 졸업 시기, 취업 준비 업종 등을 묻는 질문에 유 씨는 ‘이걸 왜 학교에 알려야 하나’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그는 “최근 연이은 서류 탈락에 상심하고 있던 찰나, 이를 모교에 말하려고 하니 괴로웠다”고 했다.

학교 측이 취업관련 온라인 설문조사에 응해달라고 요구하는 경우도 있었다. 대학교를 졸업한지 1년이 돼가는 취업준비생 최모(29)씨는 일주일 전 취업 설문조사를 해달라는 전화를 받았다. 면접 준비에 바빠 설문조사에 임하지 못했던 그는 “빨리 해달라”는 독촉 전화를 받아야만 했다. 전화를 건 학교 관계자는 자신을 ‘경력개발센터에서 일하고 있는 아르바이트생’이라며 “설문조사를 꼭 해주셔야 퇴근 한다”며 다급해했다. 최 씨는 “대학교 5년을 다니는 동안 학교가 취업을 위해서 도와준 것도 없었는데 졸업생 취업 여부를 묻는 게 상당히 불쾌하다”고 지적했다.
최근 대학교 취업 경력개발센터에서 졸업생들에게 취업 여부를 묻는 경우가 늘고 있다. 졸업생들은 “취업을 못하고 있다는 사실을 학교 측에 알리는 게 불쾌하다”고 호소한다. 기사는 사진과 무관. [헤럴드경제DB].

취업에 성공한 취업준비생들도 학교의 취업 실태 조사가 반가운 것만은 아니다. 올해 봄 중소기업에 입사한 이모(25ㆍ여)씨는 학교 측에 어떨결에 회사 업종과 이름까지 밝혔지만 영 찝찝하다고 말한다. 이 씨는 “회사에 만족하지 못해 주변 사람에게도 알리지 않았는데 학교가 먼저 알아버렸다”며 “어느 회사에 근무하는지는 중요한 개인 정보인데 이를 물어보는 이유를 모르겠다”고 꼬집었다.

학교 측은 졸업생 취업 실태 자료를 교육부에 제출해야 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이다. 한 대학교 담당자는 “학교들이 대학정보공시시스템인 대학알리미에 졸업생 정보를 입력하게 돼있다“며 ”조사를 위해서 전화를 받을 때까지 하는 학교도 있겠지만, 한두번 해보고 안받을 경우 문자로 조사하기도 있다“고 말했다.

sa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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