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켓몬고’잡는 콘테스트 진행
러시아가 소셜미디어뿐 아니라 인기 모바일게임 ‘포켓몬고’까지 미국 정치 개입에 활용한 정황이 드러났다고 CNN이 12일(현지시간) 전했다.
보도에 따르면 미 대선을 앞둔 지난해 5~12월, 온라인상에선 ‘우리를 쏘지 마세요(Don’t Shoot Us)’라는 이름의 캠페인이 진행됐다. 이 캠페인은 미 경찰의 폭력행위를 고발하고 규탄하는 목적으로 진행됐다.
CNN은 한 소식통을 인용해 이 캠페인의 페이스북 페이지가 러시아정부 연계 ‘댓글 공장’으로 알려진 ‘인터넷 리서치 에이전시(IRA)’에 속한 계정 중 하나라고 밝혔다.
‘우리를 쏘지 마세요’ 웹사이트(donotshoot.us)에서도 의혹점이 발견됐다. 이 웹사이트는 2016년 3월 일리노이주에서 ‘클러크 요크’라는 인물이 등록했다. 하지만 일리노이주에 동명의 인물은 없었다. 웹사이트 등록 당시 기재된 주소와 전화번호는 일리노이주 리버사이드에 있는 쇼핑몰 것으로 확인됐다.
이 웹사이트와 연동된 텀블러 계정도 이상한 건 마찬가지였다. 이 계정엔 지난해 7월 ‘포켓몬고’ 콘테스트를 개최한다는 글이 올라왔다. ‘우리를 쏘지 마세요’라는 캠페인명으로 진행된 이 경연은 경찰의 폭력사건이 있었던 지역에서 포켓몬을 찾는 미션을 내렸다. 또, 찾아낸 포켓몬에는 피해자 이름을 붙이도록 했다. 경연 홍보용 포스트엔 뉴욕경찰로 인해 사망한 아프리카계 미국인 이름을 딴 ‘에릭 가너’라는 포켓몬 이미지가 게시됐다. 경연 승자에겐 아마존 기프트카드가 제공될 것으로 알려졌으나, 실제 지급됐는지 여부는 확인되지 않았다.
이와 관련해 포켓몬고 제작사 나이언틱은 “포켓몬고는 단지 플랫폼으로, 앱에서 사용자 정보가 공유될 수 없다”며 “이 콘테스트가 참가자들에게 요구한 게임 스크린샷 역시 우리 게임 내에서가 아닌 소셜미디어 계정에서 공유된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러시아 요원으로 추정되는 이 캠페인 관계자들은 언론에도 접근했던 것으로 보인다. 캠페인 ‘편집장’으로 자신을 소개한 다니엘 리드라는 남성은 인터넷 매체 ‘IPF’와 미국 사법체계 및 경찰의 폭력성 관련 인터뷰를 진행했다. IPF 담당자는 그와 이메일만 주고받았을 뿐 전화 인터뷰는 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리드는 인터뷰 답변을 4페이지짜리 워드문서에 작성해 보냈다. 사이버 보안 전문가들은 이 문서가 러시아어를 기본 언어로 사용하는 컴퓨터나 프로그램에서 작성됐을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한편, 러시아 미 정치 개입과 관련해 페이스북, 트위터, 구글 모회사 알파벳 대표는 다음달 1일 열리는 상하원 정보위원회에 출석하기로 했다.
이혜미 기자/ham@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