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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프로포폴·졸피뎀…마약류 실시간 들여다본다
식약처 ‘빈번·이상사용’ 자동검출
병·의원 투약 3일내 보고의무화
오남용 의심땐 즉각 현장점검
임시마약류 지정 3개월로 단축


프로포폴을 투여한 뒤 환자가 숨지자 자살로 위장해 시신을 바다에 버린 병원장이 덜미를 잡혔다. 검찰에 따르면 업무상과실치사ㆍ사체유기ㆍ마약류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경남 거제의 한 개인병원의 원장인 A(57) 씨가 지난달 구속 기소됐다. A 씨는 지난 7월 4일 오후 3시께 병원에 온 환자 B(41ㆍ여) 씨에게 프로포폴을 투여했다. 그러나 약을 투여한 지 수십분이 지났을 무렵 B 씨는 심정지로 숨졌다. A 씨는 다음날 오전 4시께 경남 통영의 한 선착장 근처 바다에 B 씨의 시신을 버렸다. 선착장에 평소 B 씨가 사용하던 우울증약, 손목시계 등을 올려 놓고 자살한 것처럼 위장했다.

수면유도제인 프로포폴은 중독성이 강해 마약류 관리법에 의해 관리되는 향정신성의약품이다. 위 사례처럼 과다 투여 시 환자가 사망에 이를 정도로 부작용이 심각하다. 그러나 그동안 동네 병원 같은 1차 의료기관을 중심으로 무분별하게 처방됐다. 이에 따라 식품의약품안전처는 내년 5월부터 가동되는 마약류통합관리시스템을 통해 프로포폴 등 마약류 의약품 오남용을 꼼꼼하게 단속할 계획이다. 

대검이 발간한 ‘2016 마약류 범죄백서’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 마약 사범은 1만4214명에 이른다. 이는 2015년의 1만1916명보다 19.3%나 증가한 수치다. 한국은 사실상 마약청정국의 지위를 상실했다. 사진은 수면내시경을 위해 프로포폴을 준비하는 간호사.

28일 식약처 등에 따르면 2013년부터 3년간 프로포폴 등 6대 향정신성의약품 처방 건수는 총 3678만건이었다. 특히 전체의 64%에 해당하는 2357만건이 동네 병원 같은 1차 의료기관에서 처방됐다. 주로 내과, 과정의학과 같은 의원급 병원에서 프로포폴이 무분별하게 처방되고 있다는 방증이다.

위 사례의 경우 B 씨도 사망 전 최근 2개월 동안 A 씨의 병원을 20여 차례 방문, 프로포폴을 하루 50~100㏄ 투약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위ㆍ대장내시경 등에는 통상 프로포폴이 1~10㏄ 사용된다. 프로포폴의 하루 적정 투여량(12㏄)의 4~8배 이상 되는 수치다.

B 씨는 우선 10㏄가량 맞은 뒤 잠에서 깨면 다시 맞는 식으로 프로포폴을 투약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A 씨는 과다 투약 사실을 은폐하기 위해 B 씨의 진료기록부를 삭제한 것으로 파악됐다. 때문에 거제시보건소는 사건 이후 해당 병원에 대해 프로포폴 사용 관련 현장 점검을 실시했지만, 과다 투약 여부를 적발하지 못했다.

현행 프로포폴 관리 체계에서 일선 병원이 진료기록부 같은 관련 서류를 조작한다면 프로포폴 오남용을 적발하기 힘들다. 또 이 부분은 점검 대상도 아니다. 현행 프로포폴 관리 체계는 각 지역 보건소가 연 2회 개별 병원이나 의원을 방문해 프로포폴을 들여와 쓴 양과 남아있는 양을 비교하는 식이다. 프로포폴 매입ㆍ사용량과 재고 수치만 파악할 수 있을 뿐이다. 현 체계로는 특정 환자에 대한 투여량을 일일이 확인하기 힘들다는 목소리가 일선 보건소와 의료계에서 잇달아 왔다.

프로포폴만이 문제가 아니다. 2011년에는 환자 1명이 1년간 병원 93곳에서 수면제인 졸피뎀 4139일치를 처방받았다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적발됐다.

이 같은 지적에 따라 도입되는 마약류통합관리시스템이 운영되면 프로포폴 같은 마약류 의약품 오남용을 관리할 수 있을 것으로 식약처는 내다보고 있다. 현재 시범 운영 중인 이 시스템이 도입되면 프로포폴 제약사(수출ㆍ수입ㆍ제조), 도매상(유통), 약국(조제), 병ㆍ의원(투약) 등은 3일 이내에 취급 내역을 시스템을 통해 보고해야 한다. 프로포폴 제조부터 사용까지 상시 모니터링이 가능해지는 것이다.

환자ㆍ의사별 데이터 분석을 통해 ‘빈번 사용’이나 ‘이상 사용’ 등의 신호가 시스템을 통해 자동 검출되게 된다. 오남용 정보 확인 즉시 신속히 합동 단속할 수 있다. 현재 시행 중인 검찰ㆍ경찰과 합동 기획 단속은 대량 또는 과다 처방 등 의심되는 병ㆍ의원을 선별, 집중적으로 살펴보는 방식이어서 효율적이지 못하다는 지적이 있어 왔다.

식약처 관계자는 “시스템이 가동되면 어떤 환자에게 누구로부터 받은 제품을 얼마만큼의 양을 사용했는지 상시 점검할 수 있게 된다”며 “오남용 의심이 가는 곳은 현장 점검을 실시하는 등 100% 방지는 힘들어도 상당한 억제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이어 “의료 현장에서는 감내하기 힘들 정도라고 일컫는 최고 단계의 관리 체계”라며 “위 사례처럼 의사가 환자에게 프로포폴을 과다 투여하는 일은 힘들어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아울러 식약처는 마약류로 의심되는 신종 물질을 확인하는 즉시 정식 마약류 지정 전에 신속히 ‘임시 마약류’로 지정하여 적시에 몰수ㆍ단속이 가능하도록 조치 중이다. 정식 마약류 지정은 대통령령(마약류 관리법 시행령) 개정 사안으로 상당기간 소요된다. 그러나 2011년부터 ‘임시 마약류 지정제도’가 도입됐다. 식약처장이 ‘임시 마약류’로 지정하면 관련 사범을 3년간 정식 마약류와 동일하게 몰수ㆍ처벌할 수 있다.

이에 따라 식약처는 ’임시 마약류‘ 지정에 소요되는 기간을 과거 5개월에서 3개월로 단축, 신종 물질 유통을 좀더 신속히 차단하도록 조치 중이다.이를 위해 ’임시 마약류‘ 지정에 필요한 임상 실험ㆍ평가를 집중적으로 진행하고 있다. 또 수사기관 등과 신종 마약류 정보를 긴밀히 공유, 즉각적인 단속을 실시하고 있다.

또 다른 식약처 관계자는 “약사, 병ㆍ의원, 약국 등 마약류 취급자 전체를 대상으로 의료용 마약, 향정신성의약품 취급 내역 보고를 의무화했다”며 “향후 관련 관리 체계를 더욱 강화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신상윤 기자/ke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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