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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달라진 추석 풍경②] “무조건 시댁? 이번엔 친정 먼저 가요”…들뜬 아내들
-“시어머니 배려”…친정에서 하룻밤 자고 시댁행
-부모 “한 쪽만 먼저 챙기는 건 합리적이지 않아”


[헤럴드경제=이현정ㆍ정세희 기자] #1. 결혼 2년 차 이모(30) 씨는 이번 황금연휴를 그 어느 때보다 기다린다. 쉬는 날이 길 뿐만 아니라 이번 명절만큼은 친정에 먼저 가기로 했기 때문이다. 시댁의 눈치가 보일 법도 하지만 이 씨는 시댁의 배려로 눈치 걱정까지 덜었다.

이 씨는 “지난해 남편과 상의한 결과 이번 추석 때는 친정에 먼저 가기로 결정했다. 지난 설 연휴 때는 시댁에 먼저 들렸기 때문”이라면서 “어느 쪽을 먼저 가는 지는 이젠 더 이상 중요한 문제가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시어머니께서 ‘똑같은 부모인데 무조건 시댁부터 챙기는 것은 합리적이지 않다’며 신경쓰지 말라고 하셨다“고 덧붙였다. 


#2. 네 살배기 딸을 키우는 결혼 7년 차 김모(34) 씨도 이번 추석엔 친정을 먼저 챙기기로 했다. 추석 당일 친정에 들려 하룻밤을 묵고 다음날 시댁을 방문할 예정이다. 남편과 시댁의 배려도 있었지만 딸의 의견도 크게 반영됐다.

김 씨는 “딸이 외할머니를 유난히 따른다. 딸이 외할머니 댁에서 꼭 자야 한다며 고집을 부려 하룻밤을 자고 올 예정”이라며 “시댁에서도 흔쾌히 이해해주셨다”며 웃으며 말했다.

역대 최장의 황금연휴를 앞둔 가운데 명절에 시댁을 먼저 들려야 한다는 공식이 깨지고 있다. 특히 출산을 앞두거나 갓 출산을 한 아내들은 명절 기간 동안 시댁으로부터 자유를 만끽하기도 한다.

둘째 출산을 두 달 앞둔 주부 정모(30) 씨는 이번 추석에 근거리에 사는 친정만 들릴 뿐 지방에 있는 시댁은 들리지 않기로 했다. 시댁 식구들이 만류했기 때문이다.

정 씨는 “시부모님께서 내 몸이 무거워 장거리 이동이 힘들 것이라며 아예 내려오지 말라고 하셨다”며 “죄송스럽지만 이해해 주셔서 감사할 따름”이라고 말했다.

아들을 둔 부모들 사이에선 자식을 보고 싶은 마음이야 굴뚝같지만 며느리도 자식처럼 생각하고 배려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커지고 있다.

곧 첫 손주를 보는 이모(61ㆍ여) 씨는 “출산을 앞둔 며느리에게 맛있는 밥을 해주고 싶기도 하지만 최대한 편하게 해주는 게 먼저라고 생각한다”며 “아무리 시부모가 잘해줘도 며느리 입장에선 신경 쓰일 수 밖에 없을테니 이번 추석은 우리 집엔 얼씬도 하지 말라고 했다”고 웃으며 말했다.

이렇게 달라진 명절 풍경은 매년 명절 전후로 늘어나는 부부 갈등이 한 몫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실제로 지난해 통계청이 발표한 ‘최근 5년간 이혼 통계’에 따르면 설 명절인 2월과 그 다음달인 3월, 추석명절인 9월과 다음달인 10월 사이 이혼 건수가 전달 대비 평균 11.5%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평소에 쌓였던 부부갈등이 명절 기간에 폭발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그 어느 때보다 서로 존중하고 배려하는 태도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ren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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