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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달라진 추석 풍경①] “장인ㆍ장모와 해외여행ㆍ캠핑”…‘처월드’가 힘든 남편들
-처가식구와 여행 늘어…“심리적ㆍ육체적 부담”
-“시댁 먼저 가자” 對 “우리집도 명절” 갈등도

[헤럴드경제=강문규 기자]명절 스트레스는 그동안 여성들의 전유물로 생각돼 왔다. 차례음식 준비와 설거지, 시부모의 잔소리와 간섭은 여성들의 몸과 마음을 고단하게 하는 주범이었다. 그러나 최근 맞벌이 부부가 늘고 육아와 집안일을 지원해주는 친정이 늘면서 처가 눈치를 보는 남성들도 늘고 있다. 특히 이번 추석 연휴가 최장 10일로 길어지면서 ‘처월드’에 치이는 남편들의 고민도 커지고 있다.

직장인 권창훈(36ㆍ가명) 씨는 최근 며칠 간 이번 추석 연휴기간 동안 떠날 캐나다 여행을 위해 가이드 책자를 달달 외우다시피 하고 있다. 인터넷검색으로 찾은 여행지 정보를 구글맵에 일일이 저장하며 렌터카로 이동할 동선도 그려두고 있다. 권씨가 정성을 들이는 것은 장인과 장모를 모시고 떠나기 때문이다. 

[사진제공=연합뉴스]

권씨는 “두분의 체력이 좋은 편이 아니어서 일정도 여유있게 짜야 하고 양식을 잘 못 드시는 장모님을 위해 중간 중간 한식당에 들르도록 계획하다 보니 쉽지 않다”면서 “운전이 서툰 아내와 운전을 교대로 할수도 없으니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라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패키지 여행이라면 마음 편하겠지만 장인이 ‘버스만 탔다 내렸다 하는 패키지 여행은 싫다’고 거부해 어쩔 수 없이 가이드를 자청했다.

권씨는 “결혼 이후 몇년 동안 우리 큰집에서 차례 지내느라 고생한 아내에게 미안해, 아이 봐주시느라 고생하신 두분과 함께 여행가자는 아내의 제안을 받아들이기는 했지만 이런저런 부담감에 요즘 머리가 띵하다”고 했다.

연휴 기간 중 5~7일 경기도 가평으로 캠핑을 떠나는 김영준(41ㆍ가명) 씨의 마음도 편하지만은 않다. 장인, 장모님을 모시고 처제 식구와 함께 하는 고생길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모처럼 아내와 처제가 연휴가 길다는 이유로 계획한 여행인데 거부할 수도 없었다. 김 씨는 “가족끼리 1박2일로 캠핑을 다녀와도 온몸이 쑤시는데 2박3일간 모두 열명이 넘는 처가 식구들을 챙겨야하는 하면 눈치도 보이고 힘들게 뻔하다”고 말했다. 시댁식구들과는 여행을 하지 않겠다고 선언한 아내가 내 입장은 배려하지 않은 점도 서운하다. 김 씨는 “동서도 고생하겠지만 3일 동안 캠핑장에서 무엇을 해야 할지 벌써부터 걱정이다”이라고 말했다. 

연휴가 길어지자 추석 당일에 누구의 부모님을 찾아뵐지를 두고 남편과 아내 간 팽팽한 신경전을 만들기도 한다.

올 3월에 결혼한 김태헌(34) 씨는 “이번 추석이 결혼하고 맞는 첫 명절인데 아내가 추석 당일에 친정을 가고 다른 날에 우리 부모님을 뵈러 가겠다고 선언해 당황스러웠다”며 “외동딸인 자신이 없으면 명절 당일에 두분이 쓸쓸하시지 않겠냐는 아내의 말도 이해하지만 당장 친척들에게 며느리 소개시키실 생각에 들떠있는 부모님께는 뭐라고 말씀 드려야 할지 모르겠다”며 난감해 했다. 


남편과 처가 식구와의 갈등이 늘어나는 것에 대해 이옥이 남성의전화 상담센터장은 “남편의 경제력이 압도적이었던 과거와 달리 맞벌이가 늘어나고 친정 식구가 육아와 가사일을 돕는 경우가 많아지면서 자신의 부모를 챙기겠다는 아내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며 “남성들이 처가에 대해 자신감이 떨어지다보니 갈등을 빚게 되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변화하는 사회 구조가 기존의 가부장적 문화와 충돌을 일으키면서 발생하는 문제지만 이를 대화로 잘 극복하지 않으면 개인에게는 불행한 결과로 다가올 수 있다. 재혼 전문 결혼정보회사 온리유가 최근 35세 이하 재혼 상담 신청자 324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 조사에서 이혼 배경을 분류한 결과 ‘처가의 간섭 및 갈등’으로 이혼한 남성이 26.1%로 ‘시가의 간섭 및 갈등’으로 이혼했다고 응답한 여성 17.2%보다 8.9%포인트 높았다.

mkka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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