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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유통 공룡’ 네이버 ①] 키워드 광고 독점에…소상공인들은 운다
-광고비 많이 낼수록 상위 노출
-무한경쟁에 영세업자들 어려움 토로
-네이버는 사실상 방치한다는 지적

[헤럴드경제=구민정 기자] #1. 경기 수원에서 자동차키를 판매하는 김정주 씨는 최근 황당한 일을 겪었다. 네이버 검색창에 ‘수원’, ‘자동차키’ 등으로 검색하면 파워링크 광고로 상위권에 자신의 업체가 노출되도록 광고비를 지출하고 있는데 언제부턴가 못보던 같은 지역내 타업체가 등장한 것이다. 알고보니 해당 업체는 수원이 아닌 경기 안양에 위치한 회사였다. 김 씨는 네이버 측에 문의했지만 돌아온 답변은 “지역 키워드를 설정하는 건 광고주 자유”라는 것이었다.이후에도 키워드로 설정한 지역과 아무 상관이 없는 해당 업체에 대해 네이버는 사실상 아무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

#2. 서울 동대문구에서 수입 여성의류를 판매하던 조석철 씨는 최근 네이버의 검색광고를 중단했다. 매달 지불하는 50만원이 넘는 검색광고비가 부담스럽기 때문이다. 업체간 검색광고 경쟁이 심화되면서 상단에 노출시키기 위해 들어가는 광고비는 무한정 늘어갔다. 초기에 30만원 수준이던 광고비는 최근 50만원 수준으로 뛰더니 최근엔 또 상단에서 밀려 더 많은 광고비를 지출해야 했다. 김 씨는 “광고비가 고정적인 게 아니라 무한대로 늘어나는 구조라 스트레스의 끝이 없어 차라리 검색광고를 하지 않고 다른 방법을 강구하기로 했다”며 “이러한 무한경쟁 시스템에 소상공인들은 불필요한 출혈경쟁을 하게 되고 득을 보는 건 네이버 뿐”이라고 했다. 

검색포털 네이버에서 ‘여성구두’를 검색한 결과. 파워링크의 ‘여성구두’ 관련 광고가 우선적으로 검색된다. [사진=네이버 검색결과 캡처]

네이버의 광고시장이 과열되면서 사실상 방치되고 있다. 네이버 파워링크는 특정 키워드로 검색을 하면 키워드에 해당되는 기업들 중 네이버 측에 광고비를 지불한 기업들이 상단에 노출돼 광고효과를 볼 수 있는 서비스다. 검색결과 창에서 자신의 업체를 상위에 노출시키고 싶으면 판매업자가 경매처럼 광고단가를 자발적으로 입력해 넣는 방식으로 광고를 진행하는 방식이다. 즉 제일 높은 가격의 클릭비를 설정해놓은 판매자의 업체가 가장 위에 랭킹된다.

문제는 광고비가 무한경쟁 체제에 놓이면서 소상공인들이 출혈경쟁에 시달리고 있다는 것이다. 제한된 최상가가 없기 때문이다. 사실상 네이버 한 곳에 국내 검색포털 사이트의 이용량이 집중되면서 소상공인들은 자신들의 업체로 클릭을 유도하기 위해 울며겨자먹기 식으로 네이버에 광고비를 지출하고 있다.

실제 네이버는 광고시장에서 이미 공룡으로 자리 잡았다. 지난해 네이버의 4분기 매출액 1조850억원 중 광고부분 매출액은 8219억원으로 75.8%를 차지했다. 지난해 네이버의 전체 매출을 봐도 매출 4조226억원 중 2조9670억원이 광고 분야에서 발생했다. 이는 국내 신문, 지상파 3사 광고 매출을 모두 합한 규모인 2조7000억원보다 많은 금액이다. 네이버에 광고비를 지출하는 업체들이 무한 광고비 경쟁에 출혈을 지속하는 사이 네이버의 광고수익은 기하급수적으로 느는 기형적 구조란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특히 영세업자가 대부분인 소상공인들의 피해가 크다. 소상공인연합회가 소상공인 358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73.8%는 ‘입찰경쟁 방식으로 이뤄지는 검색광고에 비용 부담을 느낀다’고 대답했다. 연합회 관계자는 “네이버가 PC와 모바일을 더해 70% 이상의 광고 점유율을 독점하고 있어 검색 키워드 광고단가가 계속 올라갈 수 밖에 없다”고 했다.

korean.gu@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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