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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젠 ‘경험 스펙’ 준비…말 뿐인 블라인드 채용?
[헤럴드경제=박수현 인턴기자] “명문대 출신, 일반대 출신, 서울에 있는 대학 출신, 지방대 출신이 똑같은 조건, 똑같은 출발선에서 오로지 실력으로 공정하게 경쟁할 수 있었으면 합니다.”

지난 6월 22일 문재인 대통령이 청와대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말한 내용이다. 이날 문 대통령은 블라인드 채용 시 유능하고 열정적인 인재를 채용한 사례가 많은 만큼 민간 대기업도 블라인드 채용을 시행해 달라고 권고했다. 

면접장에서 차례를 기다리고 있는 취업준비생들[사진제공=연합뉴스]

고용노동부와 행정자치부 등은 지난 7월 5일, 민간부문 블라인드 채용의 확산을 위한 가이드라인을 발표했다. 하반기부터 공공기관 채용시 입사지원서에 학력ㆍ학점ㆍ신체조건(사진 포함)ㆍ가족관계ㆍ출신지역 등을 적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블라인드 채용’으로 직무 수행과 관련이 없지만 합격 여부에 영향을 미치는 학력, 나이, 등 기재란을 없애 취업준비생에게 공정한 기회를 주겠다는 취지다.

그러나 이같은 조치는 또다른 스펙 경쟁으로 이어지고 있다. 학력과 나이 등은 자기소개 항목에서 빠졌지만, 오히려 ‘경험 스펙’ 준비에 대한 부담이 커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현재 대기업들의 공채 시작으로 하반기 취업 시장의 열기가 더해지고 있다. 정부 정책의 영향인지 KT&G, CJ, 포스코, 삼성 등 대기업은 물론, 하반기 공공기관과 지방공기업 332곳은 7월부터, 149곳의 지방공기업은 8월부터 블라인드 채용을 일부 도입했다. 단 연구직이나 특수경비직 등 특수한 경우는 예외를 뒀다.

도서관에서 공부하는 학생들[사진제공=게티이미지]

입사지원서 작성시 직무특성, 기초역량 등을 중심으로 서술해야 한다. 면접전형의 경우 개인의 경험을 들어보는 경험면접과 직무에 대한 예시를 주고 해결책을 듣는 상황면접이 주를 이룬다. 블라인드 채용 관문을 넘기 위해선 직무 관련 경험을 쌓아야만 하는 구조다.

한 취업준비생은 “자격증과 직무경력을 본다고 해서 학과 공부를 소홀히 할 수도 없고 오히려 부담이 커졌다“라며 ”또 다른 스펙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우려했다.

전문가들은 블라인드 채용이 도입 초기인만큼 국내 기업 채용 제도에 정착하기까지 상당 시일이 걸릴 것으로 보고 있다. 한양대 경영학과 교수는 “이제 학교는 학생들의 직무능력 향상을 도모하기 위한 교육 방법의 일대 혁신을 진지하게 고민하지 않을 수 없게 될 것이다”며 “채용 시장에서의 변화는 교육의 지형까지 변화시킬 원동력이 될 수 있다”라고 말했다.

한편 미국, 영국, 호주 등 일부 회사들의 경우 이력서에 출신학교를 적는 항목이 없다. 심지어 구직자의 이름을 보지 않는다. 이름만으로도 어느 인종인지 가늠되기 때문이다. 이름을 가린 채용은 무의식적 편견을 제거하는 방법이다. 다만 비판적 사고를 평가하는 테스트를 치른다. 직무에 적합한 인재 인지를 면접을 통해 판단하는 게 일반적이다.

tngus8547@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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