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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못생기면 어때! ‘속’은 알찬데…
버려지는 신세
흠있는 못난이 농산물
‘실속있는 가격’으로 포장
처치 곤란 애물단지서
농가-소비자-환경 ‘윈윈’
가치소비 바람타고 인기몰이


가치소비’ 트렌드가 농산물 구매에서도 이어지고 있다. 가치소비란 남들의 소비패턴을 따라가거나 과시적인 소비 성향 대신 가격 경쟁력과 제품 성능 등을 면밀히 따져 자기 만족을 지향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러한 소비 경향의 영향으로 농산물 시장에서는 못생긴 외형으로 버려졌던 ‘불량 채소’가 ‘실속있는 사과’ 로 다시 태어나고 있다. 이른바 ‘못난이 농산물’은 ‘가치소비’ 트렌드와 함께 농가를 살리고 환경오염도 줄이자는 ‘윤리적 소비’까지 맞물리면서 인기를 더해가고 있다.

최근 농촌진흥청은 ‘도시가정의 농식품 구매 4대 트렌드’ 에 가치소비를 포함시키면서 대표적으로 ‘못난이 농산물’의 소비가 증가했다고 밝혔다. 최근 국내에서도 주목받고 있는 ‘못난이 농산물’은 농가와 소비자, 지구 환경에도 좋은 일석삼조의 아이템으로 떠오르고 있다. 

프랑스 슈퍼마켓 인터마르셰의 못난이 농산물. [출처=파머스페이스]

‘농가ㆍ소비자ㆍ환경 모두 윈윈’, 해외의 못난이 농산물=못난이 농산물은 외관에 생긴 흠집이나 변형된 형태로 정품에서 탈락한 과일을 말한다. 예쁘진 않지만 맛과 당도, 영양상에는 A급 제품과 차이가 없다. 가격은 정상 과일보다 20~60% 저렴해 ‘가치소비’를 원하는 소비자들에게 제격이다. 농가에게도 큰 이득이다. 정상 농산물과 똑같이 생산과정을 거치지만 외형상의 이유로 버려지는 일은 큰 손실이기 때문이다. 환경오염 문제도 줄어든다. 유엔환경계획(UNEP)에 따르면 전 세계적으로 농산물의 3분의 1정도가 판매되지 못하고 버려지는 것으로 추정된다. ‘아름다움’이라는 미적 가치만 포기한다면 모두에게 좋다.

‘못난이 농산물’은 해외에서 먼저 주목받기 시작했다. 프랑스의 대형마트인 인터마르쉐(Intermarche)에서는 2014년 관련 포스터를 제작하며 캠페인과 판촉 행사를 벌인 결과, 판매량과 고객 유입까지 증가하는 성공을 거뒀다. 영국의 대형 유통 업체인 아스다(Asda)는 ‘못난이 농산물’ 소비를 위한 캠페인을 벌이며 지난해 ‘못난이 채소 상품 박스’(Wonky Veg Box)판매로 인기를 끌었다. 미국의 최대 대형마트인 월마트(Wal Mart) 역시 지난해부터 못난이 농산물을 판매하고 있다.

일본에서는 못난이 농산물을 이용해 식품을 제조하는 기업들이 늘고 있다. 일본의 유명 피클 회사인 진리(JINRI)는 못난이 채소로 만든 피클 판매로 매년 꾸준한 수익을 얻고 있다. 이외에도 스무디, 퓨레, 소프트 아이스크림 등으로 활용한 사례가 부쩍 늘어났다. 미국의 스타트업 기업 ‘불완전한 상품’(Imperfect Produce)은 못난이 농산물을 온라인 사이트를 통해 집까지 배달해주는 서비스를 통해 성공 가도를 달리고 있으며, 못난이 농산물을 이용해 요리를 하는 레스토랑들도 많아지고 있다. 

우박맞은‘ 보조개 사과’, 겉면을 제외하고 일반사과와 맛과 영양상에서 차이가 없다. [출처=파머스페이스]

‘당근은 여전히 당근’, 국내서도 소비 증가=못생겨도 “당근은 여전히 당근”이라고 외치던 아스다의 목소리에 동조하는 이들이 국내에서도 생겨나기 시작했다. 지난 8월 발표된 농진청 자료에 따르면 2010년부터 2016년까지 도시에 사는 1486가구의 가계부 변화를 분석한 결과 가구당 일반 과일의 구매액은 2014년을 기점으로 서서히 줄어들고 있는 추세이나 못난이 과일(사과+ 배) 구매액은 증가하고 있다. 지난해 못난이 과일 구매액은 2012년에 비해 5.1배 증가했으며, 구매 가구의 비중은 2012년 0.9%에서 지난해 4.6%로 높아졌다.

구매 연령층은 주부 나이가 40대 이상인 가구에서 가장 많이 소비했으며, 소득수준으로 보면 월 소득 240만원에서 800만원까지 구매가 폭넓게 이뤄지나 총 구매액은 월 소득 800만원 이상의 고소득층 가구에서 가장 높았다. 구매 장소로는 대형마트, 백화점, 기업형 슈퍼마켓, 온라인 구매순으로 나타났다. 특히 온라인 몰을 통한 구매액은 규모면에서는 아직 크지 않지만 2014년 이후 가파르게 급증하고 있다.

인터넷 쇼핑몰인 옥션에서도 최근 못난이 농산물의 구매 증가는 뚜렷하다. 옥션에 따르면 지난해 못난이 채소의 판매는 전년 대비 99%, 못난이 과일은 23%가 늘어났다. 특히 올해 상반기에는 전년 동기 대비 판매량이 486% 올랐으며, 품목별로는 고구마가 520%, 당근이 189%, 참외 170%, 사과 122%가 올랐다. 옥션 식품팀 임학진 팀장은 “합리적인 소비를 추구하는 것이 하나의 트렌드가 되면서 못난이 과일, 채소에 대한 인식도 긍정적으로 변화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고 전했다. 

캐나다 최대 슈퍼마켓 체인인 로블로에서 판매하는 못난이 감자. [출처=파머스페이스]

15년 전부터 못난이 농산물을 판매하고 있는 이준우 대한농산 사장은 “이전에는 못난이 농산물이라고 하면 부정적인 인식이 많았지만 선물이나 제사용처럼 외형이 중요한 경우가 아니라면 먹는데 아무 문제가 없으므로 찾는 이들이 늘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 태풍으로 땅에 떨어진 ‘낙과사과’ 등을 대형마트를 통해 판매하고 있으나 이런 행사가 없더라도 언제든지 농산물을 구입할 수 있는 온라인몰의 판매가 최근 들어 높아지고 있다”고 전했다.

‘파머스페이스’도 못난이 농산물 사업을 벌이고 있는 업체이다. 온라인 판매뿐 아니라 식음료 업체나 음식점에 도매로 못난이 농산물을 납품하고 있으며, 못난이 과일 주스를 파는 카페도 운영중이다. 서호정 대표는 “우박으로 인해 피해를 본 경북 영주의 사과를 ‘보조개 사과’ 라는 스토리를 입혀 판매했는데 기대이상으로 큰 인기를 모았으며, 이번달 사과 주문량은 전달 대비 30%나 증가했다”고 말했다.

그는 “농업에 종사하시는 부모님때문에 전국적으로 못난이 농산물 발생량이 상당하다는 것을 알게되면서 관련 사업을 시작하게 됐다”며 “못난이 농산물의 가치를 알리고자 이를 활용한 카페도 운영하고 있으며, 최근에는 농가와 가공업체를 연결하는 B2B 플랫폼을 준비하고 있다”고 전했다. 아울러 그는 “못난이 농산물의 모양이 틀린 것이 아니라 다른 것이라는 인식이 확산됐으면 좋겠다”라고 덧붙였다.

육성연 기자/gorgeou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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