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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法, 국정원·KAI 등 잇단 영장기각…‘사법불신’언급한 檢
론스타 등 대형사건 때마다 충돌
영장발부율 80%안팎 현상유지
법조계선 해묵은 갈등과 연결
일각선 ‘불구속 수사 강화’ 반론

검찰이 최근 법원의 잇단 구속영장 기각에 대해 ‘사법 불신’까지 언급하며 강력 반발하자 법조계는 또 한번 술렁거렸다.

서울중앙지검은 지난 8일 법원이 국가정보원 ‘댓글부대’ 외곽팀장과 한국항공우주산업(KAI) 본부장의 구속영장을 잇따라 기각하자 “국민들 사이에선 법과 원칙 외에 또 다른 요소가 작용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도 제기되고 있다”며 “결국 사법제도 자체에 대한 불신으로 귀결될까 우려된다”는 강도 높은 메시지를 법원에 전달했다.

서울중앙지법도 곧바로 “영장재판 결과에 불만이 있다는 이유로 도를 넘어서는 비난과 억측이 섞인 입장을 공식 표명하는 것은 매우 부적절하다”며 “금번과 같은 부적절한 의견 표명은 향후 다른 사건에 영향을 미치려는 저의가 포함된 것으로 오인될 우려가 있다”고 맞받아쳤다.

이처럼 법원과 검찰이 영장재판 결과를 두고 서로 ‘저의’, ‘의구심’이라는 표현까지 써가며 경쟁적으로 입장을 내놓자 법조계는 양대 기관의 ‘해묵은 영장 갈등’이 또 다시 벌어진 것으로 바라보고 있다.

2006년에도 ‘론스타 사건’을 두고 검찰이 청구한 구속영장을 법원이 기각하자 검찰은 법원을 맹비난했고, 법원 또한 검찰이 재판부의 신뢰를 실추시켰다고 비판하며 ‘전운’이 감돌았다.

2010년엔 서울 홍은동 여중생을 때려 숨지게 하고 시신을 훼손한 19세 피의자에 대해 서울서부지검이 이례적으로 구속영장을 5차례 청구하고, 법원이 이를 모두 기각ㆍ각하하면서 양측의 감정 싸움은 극한으로 치달았다.

과거 논란 때마다 검찰은 영장심사를 하는 판사들의 판단 기준이 제각각이라며 비판해왔다. 이번에도 서울중앙지검은 “최근 일련의 구속영장 기각은 이전 영장전담 판사들의 판단 기준과 대단히 다르다”고 주장했다. 올 2월 법원 정기인사로 새로 부임한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판사들의 판단이 이전과는 큰 차이가 있다는 것이다.

지난해 9월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구속영장이 기각됐을 때에도 검찰은 “롯데그룹보다 경미한 수십억 횡령 사건에도 법원이 영장을 발부하고 실형을 선고해왔는데 이번 영장 기각은 그간 대기업 수사에서 법원이 보인 영장 발부 관행과 상당히 다르다”고 지적한 바 있다.

그러나 법원 측은 “개별사안의 기록을 검토하고 영장실질심사 재판을 거쳐 공정하면서도 신중하게 구속영장 재판을 수행 중”이라며 “영장전담법관이 바뀌어서 결과가 달라졌다는 검찰 측 발언은 심히 유감스럽다”고 반박했다.

법조계에선 영장발부 여부를 수사의 성패를 좌우하는 첫 단추로 보는 분위기도 이같은 해묵은 갈등과 무관치 않다고 지적한다. 검찰이 법원의 영장기각을 비판하는 주장 중 하나로 ‘수사에 차질을 빚을 우려가 있다’는 점을 내세운다. 이번에도 검찰은 “이런 상황에서 국정농단이나 적폐청산 등과 관련된 진실규명과 책임자 처벌이라는 검찰의 사명을 수행하기가 사실상 어렵다”고 주장했다.

재경지검의 한 검사는 “반드시 영장발부 여부로 수사의 성패를 평가받는 건 부적절하다”면서도 “영장기각으로 추가 수사에 어려움을 겪어 결과적으로 범죄사실을 제대로 밝히지 못한다면 결국 검찰의 책임이 된다”고 했다.

한편 대법원에 따르면 최근 5년간 1심 기준 구속영장 발부율은 2011년 76.3%, 2012년 79.1%, 2013년 81.8%, 2014년 79.5%, 2015년 81.9%로 대체적으로 80% 안팎의 비율을 보이고 있다.

법조계 일각에선 이를 근거로 영장심사 기준이 오히려 느슨해 오히려 영장 발부가 너무 자주 이뤄지고 있다며 형사소송법상 불구속 수사의 원칙을 더 강화할 필요가 있다는 반론도 나온다.

김현일 기자/joz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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