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패배 뒤 첫 방송출연

지난해 미국 대선서 민주당 후보로 나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게 패한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이 10개월 만에 처음으로 방송에 출연했다. 클린턴 전 장관은 대선패배의 충격을 털어놓으면서 ‘대권 3수’ 의사는 없음을 분명히 했다. 클린턴 전 장관은 10일(현지시간) 방송된 CBS방송의 ‘선데이 모닝’ 인터뷰에서 지난 대선에 대해 “여전히 매우 고통스럽고, 통증이 아주 심하다”고 말했다. 인터뷰는 그의 대선 회고록 ‘무슨 일이 일어났나’(What Happened) 출간을 맞아 그의 뉴욕 자택에서 사전 녹화됐다.

클린턴 전 장관은 자신의 대선 패배 이유는 백인 유권자들의 불만을 비롯한 ‘퍼펙트 스톰’(perfect storm) 탓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은 금융위기 이후 좌절한 유권자들의 분노를 자극하는 전문가였다. 그 힘은 일찍이 보거나 본 적이 없는 퍼펙트 스톰이었다”고 말했다. 대선 직전 제임스 코미 당시 연방수사국(FBI) 국장이 자신의 이메일 스캔들을 재조사하겠다고 발표한 것도 퍼펙트 스톰의 요인이 됐다고 지적하면서, 그러나 “코미 전 국장은 트럼프 측의 러시아 내통 의혹에 대한 조사는 공개적으로 언급하지 않았다”고 꼬집었다.

대선 악재가 됐던 그의 ‘트럼프 지지자 절반은 개탄스러운 집단’이라는 발언에 대해서는 “트럼프 후보의 행동 방식, 유권자를 향한 호소, 우리가 봤던 (음담패설이 담긴) ‘액세스 할리우드’ 영상 등 모두 개탄스럽다고 생각했다”고 해명했다. 그는 “그러나 많은 유권자는 ‘상관없다, 아무 문제 없다’고 생각했다”면서 “결국 트럼프는 아주 효과적인 ‘리얼리티 TV’ 스타로 밝혀졌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지난 1월 취임식 연설에 대해서도 아쉬움과 함께 비판을 가했다. ‘역대 최악’이라는 지적을 받은 대선 과정에서 두 동강 난 민심을 아우르는 통합 이미지를 찾기 힘들었다는 것이다. 그는 “마치 유체이탈 체험을 하는 것 같았다. 트럼프의 연설은 백인 민족주의자의 울부짖음이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트럼프에게는 ‘나는 지지해준 모든 분을 존경합니다. 그러나 나는 모든 미국의 대통령입니다’라고 말할 절호의 기회였다”며 “그러나 우리는 그런말을 듣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클린턴 전 장관은 향후 정치 활동과 관련해 “나는 후보자가 되는 것을 끝냈다. 적극적인 정치인으로서 그것은 끝났다”고 말해, 차기 대선에 출마할 생각이 없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이혜미 기자/ham@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