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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제주비엔날레, ‘아트 투어’로 전락하지 않으려면…
‘투어리즘’ 기치 내걸고 출발했지만
주제 연결성ㆍ완성도 아쉬워


[헤럴드경제=이한빛 기자] 시작은 좋았다. 제주에서 비엔날레를 개최한다는 것, 그 컨셉만으로도 절반은 성공이었다. 제주가 어떤 곳인가. 국내 최대의 관광지이자 아시아 최고의 관광지로 꼽힌다. 초보 여행자가 천혜의 자연환경에 반하는 사이, 고수들은 역사가 깊은 곳을 찾는다. 근대 이전엔 정치범들의 유배지였고, 일제 강점기와 4ㆍ3이라는 굴곡진 현대사를 겪은 곳, 제주는 그래서찾을때 마다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는 곳이다. 더구나 ‘다크 투어리즘(Dark Tourismㆍ잔혹한 참상이 벌어졌던 역사적 장소나 재난, 재해 현장을 돌아보는 여행)’이 뜨기 시작한 요즘 제주만큼 ‘핫’한 장소는 없지 않나.

그래서 처음 시작하는 제주비엔날레가 ‘투어리즘’을 주제로 내세운 것은 지극히 당연했고 영리해 보였다. 현재 제주도민의 삶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관광’을 미술로 통찰해보겠다니. 더군다나 이 예술작품들을 보기위해 또다시 ‘관광’이 이루어질테니 일석이조 아닐까.

제주비엔날레 알뜨르비행장 전시 전경 [사진=헤럴드경제DB]
 
제주도립미술관, 제주현대미술관, 제주시 원도심, 서귀포시 원도심, 그리고 알뜨르 비행장 일대에서 오는 12월 3일까지 열리는 제주비엔날레의 가장 핵심이 되는 장소는 단연 알뜨르비행장이다. 정식 오픈 전, 기자들만을 대상으로 한 프레스투어도 알뜨르비행장을 가장 먼저 찾았다.

‘아래뜰’을 뜻하는 ‘알뜨르 비행장’은 그 장소 자체만으로도 ‘다크 투어리즘’의 정점에 서있다. 일제 강점기, 제주 남서쪽 모슬포 근처 80만평에 달하는 이 벌판은 중일전쟁 당시 일제 전투기의 급유지이자 ‘가미가제’훈련이 이뤄졌던 전초기지였다. 도착해보니 장소가 주는 아우라가 상당했다. 지금은 농터로 변한 이 땅은 어두운 역사를 자연이 치유하는 현장에 다름아니었다. 비행기가 출격했던 격납고엔 작가들 작품이 자리잡았다. 자연의 힘에 더해 예술로 역사의 아픔을 위로하겠다는 것이다. 

제주비엔날레 알뜨르 비행장 전시전경.박경훈, 강문석 작가의 설치작품 제로센 비행기 앞에 옥정호 작가의 무지개빛 '진지'가 보인다. [사진=헤럴드경제DB]

그러나 ‘투어리즘’을 기치로 내세운 제주비엔날레의 방향성은 그곳에서 그쳤다. 이후 제주현대미술관, 제주현대미술관 등에서 만난 작품은 ‘투어리즘’에 묶이기 어려워 보였다. ‘관광이란 무엇일까’ ‘우리는 왜 관광을 할까’ ‘지속가능한 관광이란 무엇일까’를 고민했다는 설명에 갸웃거릴 수 밖에 없었다. 주제가 명쾌하게 읽히지 않으니 참여작가 70명(팀)의 작품 ‘쓰나미’가 버겁게 느껴졌다.

첫 행사라 미숙한 부분도 많았다. 80만평에 달하는 알뜨르 비행장에선 작품의 위치를 설명해주는 지도도 부재했고, 미술관에서도 설치가 다 끝나지 않아 고민을 계속하고 있었다. 더구나 비엔날레 참여작가 중 일부와 계약도 하지 않은 상태에서 작품설치를 강행했고, 작품비도 일부만 지급됐다는 주장이 나오면서 잡음도 상당했다.

열정만으로는 완벽을 기할 수 없다. 각 지자체마다 비엔날레가 쏟아지는 지금엔 더욱 그렇다. 주제의 차별화와 완성도 높은 기획이 아니라면 굳이 특정 비엔날레를 찾을 이유가 없다. 제주비엔날레가 일반적 ‘아트 투어’로 전락하길 원치 않는다면 풀어야할 숙제가 더 많아 보인다.

/vick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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